부채, 남실바람이어라
2021.7.13-8.29
용산공예관

전시장 입구
용산공예관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 특별초청전 <부채, 남실바람이어라>를 오는 29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본 전시는 선자장 김동식의 부채 30여 점과 도구, 재료 등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인 ‘남실바람’은 바람이 얼굴에 느껴지고 나뭇잎이 흔들거리며 깃발이 가볍게 날리는 정도의 바람을 지칭하는 순우리말이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전통 사회에서 부채는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우리 조상들의 생활용품이었다. 특히 옛 선비들은 의관을 갖추고 한 손에는 합죽선을 쥐어야 비로소 외출했을 정도로 당시 부채는 선비들의 필수품이었다.
신분에 따라 쓸 수 있는 부채의 종류도 달랐다. 임금만이 100개가 접힌 백접선을 사용할 수 있었고 사대부는 그보다 적은 사십선, 평민들은 단선인 방구부채를 사용하였다.

백접선, 흑단, 한지, 대나무, 50살, 50x94cm, 2019
50살로 만든 부채는 ‘별선’이라고 불리던 고급부채였다. 이처럼 살수가 50개이고 길이가 1척 이상인 대형 부채들은 50살 별선이라고 불렀고, 황실이나 고급관원에게 예단품으로 보내거나 왕실에서만 사용하였다.

(좌) 백접윤선 Round Fan, 대추나무, 염색한지, 대나무, 50살, 83x69cm, 2019
(우) 백접윤선 Round Fan, 화덕나무, 한지, 대나무, 50살, 83x69cm, 2019
윤선은 햇빛을 가리거나 옆에서 부쳐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부채이다.

(좌) 미니비단선(빨강), 대추나무, 비단, 한지, 은, 대나무, 30살. 23x41cm, 2020
(우) 미니비단선(파랑), 박달나무, 비단, 한지, 대나무, 30살, 23x41cm, 2020
왕실여인의 부채로 크기가 작고, 선면에 비단합지를 사용하여 색상이 화려함이 특징이다.

사두선, 흑단, 대추나무, 대나무, 40살, 35x66cm, 2015
댓살의 개수가 40개인 부채이다. 변죽에 흑단을 사용하여 뱀의 문양을 형상화한 창작품이다.

나전 주칠선, 주칠나전, 한지, 대나무, 40살, 35x66cm, 2018
왕실 여인의 부채는 40-50살의 반죽에 주칠을 하고 그 위에 얇은 비단을 발라 주반사첩선이라 불렀다. 이 작품은 40살의 부채에 비단 대신 한지를 붙여 완성하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은 왕실과 사대부들이 사용하던 접부채인 합죽선을 제작해오고 있다. 고종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던 외조부 라학천을 스승으로 모신 김동식은 1965년부터 한평생을 오롯이 부채에 바쳤다. 한 개의 합죽선을 위해 150번의 까다로운 제작 과정을 거친다는 그의 부채에서는 우리 공예의 품격과 미가 여실히 느껴진다.
김동식 선자장의 부채로 일으킨 남실바람으로 무더운 여름 더위를 날려 보내고, 머지않아 다가올 시원한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해보자.
안채원 chaewon6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