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파라오의 비밀展

2021.06.22-2022.04.24

@용산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아이의 여러 성장 단계 중 '공룡기'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맥락에서 어쩌면 '이집트기'도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집트 문화, 그 전설같은 이야기들에 심취했을 때가 있었다.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그 신화들을 외고 다닐 때도 있었다. 알고보니 그건 전시를 함께 본 이도 비슷했다. '투탕카멘-파라오의 비밀=TUTANKHAMUN-HIS TOMB AND HIS TREASURES' 전시는 오랫만에 먼지쌓인 과거의 덕질을 만나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었다.



(사진) 오디오가이드 / 로제타 스톤


디스플레이는 먼저 로제타 스톤을 중심에 두고 5천 년에 달하는 이집트의 역사를 훑는 것으로 시작된다. 로제타 스톤은 고대 이집트어로 된 법령은 신성문자,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어로 적혀있다. 고대 이집트어를 다른 언어와 병기한 기록 중 최초로 발견된 것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세 문자가 모두 같은 내용을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해석 불가능하던 문자를 해석할 수 있게됐다는 의미다. 현재 대영박물관에 상설 전시중인 로제타 스톤은 이집트가 반환을 요구하는 중인 대표적인 유물이기도 하다.


첫 부분은, 투탕카멘의 통치 당시 18왕조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가기 위한 것이다. 관람객은 리모컨처럼 생긴 가이드 도구를 받고 입장하게 되는데, 번호를 누르고 상부 스피커를 귀에 대면 음성 설명이 나온다. 다만 스피커의 음질이 마냥 깨끗하지 않고,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경우 한 쪽만 듣는 것에 익숙치 않은지 힘들어했다. 기기 자체가 낯설어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로 어려워 하는 성인 관람객들도 있었다. 유선 이어폰 꽂이가 있어 개인 이어폰의 사용이 가능한데, 유선 이어폰을 챙기는게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서, 오래 들고 있는 것도 좀 힘들었다. 일반적인 전시회 가이드의 작품 하나당 시간이 약 1-2분에서 2-3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차라리 좀 줄이거나 나누는 것도 방법이었을 듯 싶다. 공간 제약의 문제였을까 싶기도. 결국 시간 관계상 나도 다 듣지 못하고 끊었다. 전시 진행요원들이 끝까지 관람할 것을 계산하여, 정체된 관람객을 앞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배경 지식을 잘 이해하고 넘어가는 사람은 어쩐지 드물 것 같다. 일단은 과거에 알았으나 죄다 잊었을 것 같은 케케묵은 지식을 바탕으로 선관람 후이해 해보기로 결정했다.



(사진) 전실-현실-보물의방

전시의 제목 중 '발굴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란 이야기는, 주인공이 마치 투탕카멘 같지만, 이 전시의 중요한 역할에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 1874-1939)가 있다는 얘기다. 로제타 스톤과 이집트문명의 설명을 지나 본격적인 전시 시작을 알리는 영상은, 그래서 하워드 카터의 어린시절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이집트 문명에 관심을 보였던 모습으로 시작해, 이제 더는 발굴할게 남지 않은 것 처럼 보였던 '왕들의 골짜기'에서 마침내 투탕카멘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여정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 영상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전시관의 진행이 이 영상으로 시작되는 스토리텔링이란 점이다. 그래서 영상은, 본격적인 무덤을 여는 부분에서 끝이 난다. 관람객이 발굴자인 하워드 카터가 되어 전시를 관람하게 하는 방식이다.

(사진) 전실


(사진) 마지막 전시실의 재현된 관들

전시실은 발굴이 이루어진 순서대로 조성됐다. 전실-현실-보물의 방 순이다. 영상에 이어 방 앞에서도 스피커 속 하워드 카터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짜잔, 불이켜지며 무대에 등장한 조명으로 관람객이 반응한다. 영상을 통해 관람객의 집중도가 확실히 올라갔다. 황금색은 조명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다. 물건들은 실제처럼 번쩍여 극적으로 보였다. 다만 중간에 기둥이 가로막아 양쪽으로 갈려 가까이 선 관람객은 전체를 보기가 힘든건 아쉬웠다. 현실은 특히 더 드라마틱했다. 투탕카멘이 잠든 현실 사방 벽화와(정확하겐 삼방향) 황금으로 번쩍이는 겉관이 중앙에 반쯤 열린 상태로 비치되어 있었는데, 안내 영상이 종료되고 조명이 들어왔을 때의 휘향찬란함이란. 개인적으론 보물의 방보다 더 드라마틱 했다.

(사진) 실물크기로 재현한 사당 / 사당 안의 모습

(사진) 마지막 방의 작은 크기로 재현한 4개의 사당

'이집트 정부의 지원 아래 저명한 이집트 학자, 고대의 이집트 기법을 복원한 장인, 과학자, 무대 예술가, 다큐멘터리 감독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복제한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과 유물 1,300여 점을 발굴 당시 상태 그대로 선보이는 전시'라고 한다. 즉, 이 전시에는 진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 그래서 좀 부담 없이 만져보면 좋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일부는 손을 타도 제지할 수 없었는데, 커다랗게 재현한 사당이 그러했다. 가장 큰 재현된 사당은 다른 3개의 사당과 투탕카멘의 관 없이 빈 공간으로 있었는데, 사방 벽화까지 재현한 전시실은 있는 그대로 포토존이 되어 주었다.

(사진) 머리띠 형 왕관=디아뎀 / 황금 마스크

마지막 방은 보물들을 전시해뒀다. 그 유명한 황금 마스크와 황금 마차, 황금 의자가 이 방에 있었다. 전실에서 도굴의 흔적으로 분해된 황금마차를 보고왔지만, 이 방에서는 온전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사실 전시는 10년 전쯤 이미 국내에서 선보였던 전시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황금 마스크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번엔 황금 의자가 눈에 더 들었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새겨진 투탕카멘과 안케세나멘(혹은 아낙수나문) 부부의 모습 때문이다. 실물이 재현되진 않았지만 안내 음성으로도 알려주는, 투탕카멘 가슴 위에 장식되어있던 수레국화다발은 그녀가 놓아둔게 아닌가 하는 (다들 하는) 사심 가득한 추측을 해본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투탕카멘과 더불어 두 딸을 미라로 그와 함께 묻었기 때문이다.


(사진) 황금 의자

작년 9월, 문화재청에서 유튜브를 통해 신라 고분인 경주 황남동 고분 발굴조사를 현장에서 생중계 했었다. 그 온라인 방송을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게 보고 이후로도 회자가 되었었는데, 전시를 보고나니 문득 생각이 났다. 자국 문화에 대한, 유산에 대한 자국의 관심과 노력의 중요성이란 교과서 같은 명제.. 피라미드며 '왕들의 골짜기'며 인류의 미스터리 그리고 보물이기 전에, 이집트 자국의 유적이다. 그 이집트는 발굴권을 판매했고, 외국인에 의해 발굴이란 이름으로 해체되고 일부는 손상까지 되었다. 물론 식민지 시절을 겪기도 했고. 황금색 물욕 가득한 전시와 간만의 덕질 끝에 어릴 땐 하지 못했던 생각으로 머리가 복작복작하다.

사진.글.효례

(참고)
홈페이지, 투탕카멘전 http://tutankhamun.co.kr/
유튜브, 투탕카멘전 https://www.youtube.com/channel/UCHtwwR-x5blJID_OdfEt2Cg/videos
위키백과, 하워드카터 https://ko.wikipedia.org/wiki/%ED%95%98%EC%9B%8C%EB%93%9C_%EC%B9%B4%ED%84%B0
위키백과, 이집트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C%A7%91%ED%8A%B8
위키백과, 로제타석 https://ko.wikipedia.org/wiki/%EB%A1%9C%EC%A0%9C%ED%83%80%EC%84%9D
경향신문, ‘파라오 벽화’ 반환 이끈 일등공신 자히 하와스 위원장 https://www.khan.co.kr/article/201003091753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