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冶金): 위대한 지혜>
2021.10.8 – 12.12
용인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 입구 전경
1년 7개월여 동안의 휴관을 마치고 지난 달 재개관한 용인 호암미술관은 기획전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를 10월 8일부터 12월 12일까지 개최한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에 개관했다. 기존의 호암미술관은 한국 고미술품과 전통 정원을 통해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는 데 힘써왔으나 이번 재개관전을 시작으로 고미술 특화 미술관에서 벗어나 고미술과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융합형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전시 전경
이번 재개관 기획전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는 국보 5점, 보물 2점을 비롯해 총 45점의 작품을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다양한 한국 금속 미술 작품들을 야금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선보인다. ‘야금‘은 금속을 광석에서 추출하고 사용목적에 맞게 재련하는 기술을 뜻한다. 과거 고대 장신구, 불상과 불교 공예품부터 오늘날 과학 기술을 비롯한 예술 산업에서까지 다양한 소재의 발견과 도구의 사용을 살펴보며 야금 기술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전경
전시는 총 4부로 나뉘며 1부 <자연과 신(神): 오랜 추상과 상징의 미학>부터 2부 <왕(王): 숭고한 권위와 호국의 염원>, 3부 <부처: 적멸의 빛과 해탈의 울림>에서 고미술 금속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4부 <예술(人): 위대한 지혜와 영원한 예술>에서는 오늘날 야금의 예술성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수자, <대지의 공기>, 2009
전시장에 입구를 지나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김수자의 <대지의 공기>이다. 과테말라 활화산을 직접 촬영한 미디어 작업으로 붉은 용암이 솟아오르고 이것이 다시 회색 재가 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물, 공기가 만나 지각변동이 일어나듯 자연의 요소들이 모여 금속이 탄생하고 그 재료로 한국의 미를 창조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전시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아냈다.

다뉴세문경, 청동기시대, 기원전 5-4세기

(왼쪽부터)세형 동검 및 동모 일괄, 세형 동검, 청동 검파
1부의 유물들은 선사시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지탱한 절대적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한반도 야금 문화의 서막을 알렸다. 제사장들이 의식을 행할 때 사용한 의기(儀器)인 다뉴세문경, 사수문동경을 통해 숭고함을 느끼게 하며, 한국적 조형 감각이 반영되어 기존의 중국의 것과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제작된 청동으로 만든 세형동검 등이 있다. 청동기 시대 농업이 발전함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금제용봉문 환두대도, 신라, 5-6세기

(위)철제 환두대도, 삼국시대, 4-5세기 / (아래)철제 도끼, 삼국시대, 4-5세기

철제 갑옷, 가야, 4-5세기

금관 및 부속 금구, 가야, 5-6세기
2부는 왕의 권위와 나라의 힘, 호국의 염원을 담은 금속 장신구, 갑옷과 칼 등을 선보인다. 특히 가야 시대 당시 지역적으로 철이 풍부하게 생산되었으며 뛰어난 재련 기술을 통한 기술의 정점을 유물을 통해 담아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존하는 가야 금관 중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국보 금관도 전시되었다.

철조여래좌상, 고려, 10세기

청동운룡문 운판, 조선, 17세기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야금의 지혜는 3부 고려‧조선시대 불교 미술품에서도 나타난다.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래 수많은 불교 미술품이 깊은 신심(信心)을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이에 따라 예배의 대상으로 많은 불상들이 만들어졌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불교 의식 도구들도 제작되었다. 고려 10세기에 제작된 철조 여래 좌상은 철 특유의 거친 표면과 어두운 색채에도 불구하고 고된 수행의 여정을 자비롭게 품고 있는 부처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청동 운룡문 운판은 불교적 상징성이 뛰어나며 조형과 장식미에 있어 우리나라 운판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전시 전경

이우환, 관계항
4부에서는 전통의 답습에 머물지 않고 신기술과 재료, 예술성이 더해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야금의 창의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우환의 <관계항>, 박석원의 <초토>, 서도호의 <우리나라> 등 금속이 가진 고유한 물성과 가공을 통해 작가들만의 표현력으로 야금의 예술성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호암미술관 바깥 정원

루이즈 부르주아, 마망, 1999
호암미술관은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내년 4월까지 2층 전시장을 포함하여 내부 시설 등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암미술관의 새로운 출발의 스타트를 끊은 이번 전시는 앞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융합적 전시를 보여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미술관과 더불어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미술관 부속 정원 희원에서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 입구 좌측 호수 앞에는 리움에서 볼 수 있었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표작 ‘마망’이 이동 설치되어 호암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이며 오는 12월 12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