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보리_ 《땅이 부르는 노래 (Melody of Earth)》
2021.11.5-11.30
갤러리나우
10:00~18:00 *동절기

전시 초입

전시 전경

전시 전경
갤러리나우에서는 허보리 작가의 《땅이 부르는 노래 (Melody of Earth)》를 11월 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꽃과 식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허보리 작가는 2009년, ‘생활의 발견’이라는 주제의 작품과 패브릭을 소재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였으며, 2020년 ‘꽃의 초상’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들은 유화를 비롯한 수채, 과슈 드로잉을 포함한 총 41여점이다.

허보리, <장미 극장>, 2020-2021

허보리, <그린 우먼>, 2021

(왼쪽부터)<자화상_셀그>, 2021
<자화상_두가지 생각>, 2021
그간 허보리 작가는 고기, 식물, 계란, 연필들과 같은 사물로 사람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그려왔다. 최근에 작가는 식물과 사람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둘의 교차점을 짚어내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관심을 토대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제주 1년 살이를 하며 꽃을 관찰하고 이들과 더불어 지낸 시간들을 신작으로 보여준다. 해당 기간에 작가가 겪은 식물들의 모습은 자유로우면서도 조형적으로 아름다웠다. 뻗은 가지와 이파리의 반복적인 형태는 시각적 유희를 제공해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작가는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몇 가지 식물들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식물을 바라보던 그 순간까지 작품 속에 녹여내고자 했다.
허보리 작가의 작품에는 꽃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꽃들은 가족이 있으며 각각의 삶을 살아간다. 시들어가는 할머니 꽃, 향기로운 허브 꽃인 여인, 풍성하고 화려한 어미니 꽃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신사동 목련>, <꽃집여자>, <뒤를 보는 여자들> 등 추억을 상기시키는 제목들을 지니고 있다. 여러 꽃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있다. 작가는 땅 위에 꽃들이 빼곡하게 피어 있던 순간을 상기시킨다. 식물은 하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을 것이고, 꽃 한 송이 한 송이 뒤에 복잡하게 얽힌 매커니즘이 존재했을 것이다.
허보리, <보라잔디>, 2021 (갤러리 제공)
허보리, <시큼한 그림>, 2021 (갤러리 제공)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식물이나 인간이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작가는 생각한다. 이러한 식물들의 초상(portrait)을 그리는 것은 작가에게 한 인물의 인생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바닷가 옆 돌 사이를 파고들어 자리한 풀을 바라보며, 식당일을 하며 삼남매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홀어머니를 떠올렸던 사례를 든다. 식물의 이야기가 재잘거리며 작가에게 당도하고 작가는 다시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보리, <미스터>, 2021
허보리 작가의 꽃들은 뚜렷하고 아름다운 꽃의 형상을 재현했다기보다, 작고 무심한 붓질들이 모여 만들어낸 마음에 스미는 형상이다. 작가만의 감성을 재해석된 꽃과 식물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에서 추출한 추상적인 시선은 구상과 추상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그 결과물은 미묘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캔버스 안에서 중첩된 수많은 붓질은 시간의 흐름을 내포하는 공감각적인 터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도출된 작가의 그림을 보며, 식물의 삶과 인간의 삶 그리고 그들이 무성히 포개진 풍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