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_Beyond the Withered
2021.10.15-11.13
10:00~18:00(일/월요일 휴관)
호리아트스페이스 & 아이프라운지

전시 입구

전시 초입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13일까지 호리아트스페이스 & 아이프라운지에서 송필 작가의 기획초대 개인전이 진행되었다. 전시 제목은 ‘Beyond the Withered’로, ‘말라 죽었거나 시든 상태의 너머’를 의미한다. 어떠한 존재의 ‘시든 상태’가 끝이 아니라, 생명의 무한한 순환성으로 인해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이 움트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에서는 나목(裸木)이나 죽은 나무의 껍질의 형상이 주를 이루지만, 그 껍질을 뚫고 새순과 꽃망울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송필, <겸손>, 2021
송필, <레퓨지아- 움트다Ⅰ>, 2021(소등 시, 갤러리 제공)
작가의 전작은 조금 달랐다. 나무뿌리를 지고 옮겨 다니는 모습이나 동물들의 모습으로 삶을 표현해 왔다. 그러나 2020년부터 이어진 신작은 육중함이 가시적으로 느껴지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품고 결실을 맺어가며 순환하는 삶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브론즈와 스테인레스에 야광안료를 더해 생성한 <레퓨지아- 움트다Ⅰ>에서 잘 드러난다. 약 3미터 길이의 죽은 나무껍질에 길게 뻗은 청매화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변종필 관장의 평에 의하면 작가의 청매화가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송필의 청매화는 향기를 뿜어내진 않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의 매화는 절개, 혹은 희망의 상징이나 봄의 전령이란 일반적 해석보다, 죽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소생이자 불멸의 꽃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그의 매화는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이처럼 송필 작가의 작품은 시들지 않는 생명과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송필, <빈틈>, 2021

송필, <숨>, 2021
<레퓨지아-움트다> 시리즈 외에 <빈틈>, <숨>같은 경우도 동일한 주제를 지니고 있다. 다만 <빈틈>은 마치 딱딱한 벽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표현하였으며, <숨>은 심장의 형상을 닮은 조각에서 파릇파릇한 생명이 움트고 있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들에는 모두 야광안료가 칠해져 있기 때문에, 소등 시 초록색으로 밝게 빛나는 새순과 꽃망울을 보여주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어둠 속에서 작품들은 그동안 갖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았던 이면의 욕망과 생명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게 된다. 평소에 잘 인식하지 못했던 작은 소리와 생명을 마주하는 것처럼 우리는 불이 꺼지는 순간 오히려 빛을 발하는 대상을 접하며 일종의 명상에 잠기게 된다.

송필, <허공에 뿌린 내린>, 2021

송필, <허공에 뿌린 내린>, 2021(측면)
한편,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계단 공간에 7미터에 가까운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를 공중에 매단 <허공에 뿌린 내린>이다. 세밀한 잔뿌리와 나뭇가지를 단조(鍛造)와 용접 기법으로 처리하는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가지 끝에 매달려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는 특유의 오묘한 빛깔로 작품의 아우라를 더해준다. 단단한 지면 없이 허공에 떠 있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의 순환성을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송필 작가는 <허공에 뿌린 내린> 작품에 대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 유랑민, 혹은 정착할 곳 없는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의미로만 읽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물리적인 장소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 정신적 가치를 더 추구하는 심리, 또는 순간순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장소로 이주하거나 떠다니는 유목민의 습성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모든 작품은 내가 걸어가고 있는 그 길, 인간이 가고 있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 길은 돌덩이같이 무겁고 과도한 욕망이 남긴 발자국이며 긴 여정이 남긴 거대한 기억의 창고이며 그 와중에 살아보고자 하는 인간의 희망에 기댄 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작가의 작품들은 근작에 와서 부유하고 상승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살아보자 하는 인간의 희망’에 좀 더 방점을 찍은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송필 작가의 《Beyond the Withered》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공감을 주고 관람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윤란 rani7510@naver.com
동영상 :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