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_ 《꽃과 열매가 있는 나무》
2021.10.22-11.15
비키갤러리 BIKI Gallary

전시장 입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비키갤러리는 10월 2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이상열 작가의 초대전을 진행한다. 전시 제목은 《꽃과 열매가 있는 나무》로, 이상열 작가가 그리는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이상열 작가의 작품에서는 계절감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가을하늘을 연상시키는 청명한 하늘과 감과 사과와 같은 열매가 매달린 나무, 노랗게 붉은 단풍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복사꽃, 사과꽃, 배꽃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얼핏 들으면 전형적인 풍경화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작품을 실제로 본다면 말이 달라진다. 파격적인 조형미와 생동감 있는 필선, 찍어 누른 붓 터치가 중첩되며 쌓아 올린 마티에르는 이상열 작가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상열, <감나무집>, 2020(갤러리 제공)

이상열, <꽃과 사과나무>, 2020
그는 단순히 대상을 재현한다기보다, 바르고 찍고 으깨고 휘젓는 격정적인 몸짓들을 통해 역동적인 조형어휘를 개발하고 시도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전체적으로 구상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추상화의 발상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단순히 열매가 열려 있는 나무를 그린듯하지만 그 안에는 두드리고 깨뜨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그의 작품에 대해 “‘소란스러운 실험실’을 방불케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이상열만의 독창적인 수법은 자신만의 조형언어이자, 작품에 담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준다.

이상열, <사과나무>, 2020

이상열, <사과나무>, 2020
90년대 이상열 작가의 작품은 숲속의 한적한 풍경이나, 호수, 섬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잔잔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정취 있게 옮기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 시기의 작품은 지금과 다르게, 자연을 재현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이상열 작가의 작품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꿈틀거리는 터치, 더욱 민감해진 계절감각, 생명력이 전면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작품 속 공간에서 마치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상열, <은행나무집>, 2021
“내가 나무를 그릴 때 나는 나무를 그린다기보다 화폭 속에서 나무를 키운다. 내가 손끝으로 밀면 그때마다 나무가 가지를 뻗고 그 가지 끝에서 꽃을 피운다. 또 때로는 그 가지 끝에서 과일이 영글기도 한다. 나는 때로 노란 물감을 풀어 흘리고, 때로 붉은 물감을 풀어 흘린다. 나의 화폭 속에서 나무들이 그 물감을 자양분으로 삶을 키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남긴 말이다. “화폭 속에서 나무를 키운다.”라는 말은 우리가 작가의 그림 속에서 느꼈던 ‘생명력’과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나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키운다는 것은 아끼는 마음으로 돌보고 잘 간수한다는 것이다. 무심하게 휘갈기듯 이어지는 붓의 궤적 속에는 사실 작품을 향한 애정과 세심함이 녹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농부가 되어 나무를 키워내고, 몸 전체를 사용하는 작품 제작 방식을 통해, 농사일만큼의 노동력을 쏟는다. 또 농부가 작물을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나른다. 그 결과 작품은 역동성 넘치는 하나의 존재로 탄생하게 된다.

이상열, <사과나무>, 2020
점점 기계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이상열 작가의 그림은 문명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는 자동화된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주목한다. 이와 반대로 이상열 작가는 기계장치나 공장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의 회화수법을 따름으로써, 회화의 전통성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이에 따라 기계장치로 대체될 수 없는 손짓과 몸짓이 작품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이상열 작가는 이러한 장인정신을 지닌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꽃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기계화, 삭막함과는 대비되는 생명의 따스함, 삶의 극복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와 AI를 활용한 예술이 부상하는 요즘, 이상열 작가는 그 반대에서 인류가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