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21: 하루하루 탈출한다 展

2021.09.08-11.2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변화한 것은 바로 멀티미디어나 온라인 매체가 아닐까. 많이 움직이지 않고, 만나지도 않고, 접촉하지도 않는. 그것은 텔레비전이나 PC, 핸드폰 등 매체가 갖는 약간의 장점과 가장 큰 단점이었다. 팬데믹은, 그들의 단점을 극강의 장점으로 만들어줬다. 그런면에서 '미디어'가 포괄하는 것들은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이전에 '미디어가 일상이 되었다'라는 말이 이제 제법 퍼졌다의 느낌이었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느낌은 너무 일상이 되다시피 하여 '미디어'란 단어가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진다의 수준이다.


(사진) 장영혜중공업, 삼성의 뜻은 재탄생, 2021

입구부터 보이는 장영혜중공업. 큐알코드를 찍으면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고 기사에서 본 것 같은데.. 큐알코드를 찍어도 이미지만 떴다. 현장에서는 그래서 포기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해당 위치를 가서 큐알코드를 스캔해야 영상을 볼 수 있는것이다!! 아... 나같은 사람을 위해 설명을 조금만 더 써주지.. 아쉽구나..


시디즈와 서울시립미술관이 함께 만든 전시관람용 의자. 전시의 많은 수가 영상이라, 꼼꼼하게 볼 생각이라면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즘은, 전시가이드를 위해 이어폰이 필참이 기본인 듯 하다.


(사진)DIS, 절호의 위기, 2018

DIS의 영상에는 '왕좌의게임'의 캐릭터 나이트킹이 등장한다.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미국 주택 시장의 붕괴 현상을 비판한다. 사실 나는 미국 드라마인 '왕좌의게임'을 보지 않아서..


(사진) 바니 아비디, 연설, 2007

파키스탄 대통령의 전형적 연설세트가 바닥에 놓여진 텔레비전에 띄워져 있다. 벽에 걸린 사진들은 그 텔레비전이 설치되었던 풍경들이다. 사람들은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화면, 기대하는 대상으로부터 정치적 행동은 보여지지 않는다. 남일만은 아니다.


(사진) 리처드 벨, 호주인 긁기, 2008

<호주인 긁기>와 <브로큰 잉글리쉬>, <디너 파티> 3가지 영상은 호주 사회에 만연한 백호주의와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고정 관념을 보여주고, 호주 원주민과 백인간의 시각 차이를 짚어내거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호주 부유층의 이중잣대 등을 그려낸다. 이전에 봤던 영화 <토끼울타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호주 원주민의 이야기. 호주와 뉴질랜드에 갔을 때, 원주민과 비 원주민의 환경 등이 떠올랐다. 예술의 역할 중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부분에서, 미디어 작가들의 활동반경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김민, Yes We Cam, 2012-16

사진과 문서 사본들이 벽 여기저기 붙어있다. 사진가이자 활동가인 작가가,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을 채증하는 경찰을 '다시 채증'한 사진 연작이라고. 400여 점 중 선별된 70여 점은, 스피커가 없어 고요하지만 어쩐지 절로 씨끄러운 느낌이다. 


(사진) 리우추앙, 러브 스토리, 2013/2021(부분)

<러브 스토리>는 중국 둥관시의 도서대여점에서 수집한 로맨스 소설로 시작했다. 작가가 대량 수집한 이 책들은 80-90년대 대만과 홍콩 작가들이 집필한 것으로, 청소년부터 20대 초반에 인기리에 읽혔단다. 가벼운 청춘 로맨스 소설이랄까.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홍콩 인접 산업도시인 둥관시는, 일을 찾아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한 젊은 여성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작가는 그들이 책 여기저기 여백에 기재한 편지의 초안이나 일기, 펜팔을 위한 연락처 등 낙서들을 커다랗게 확대해 설치했다. 이 의미없어 보이는 단어의 나열이나 글들은, '당시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상과 개인적인 내면을 반영하는 아카이브'로서 가치를 얻었다. 내용을 알고나니 뭔가를 남기기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의 생활상을 가장 적확하게 자신들의 언어로 남겨둔 화석으로, 감히 '의미없다'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진, 왼쪽) 류한솔, 버진 로드, 2021

인간-괴수가 자기 자신과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을 영상 촬영한 <버진 로드>는 웨딩드레스가 연상되는 흰 커튼 안에 설치됐다. 행복한 결말로 연상되는 결혼식 장면을 유혈이 낭자한 B급 고어물로 연출하여, 입구과 내부엔 경고문구가 쓰여있다. 사용된 소품은 저렴하고, 상투적인 시각효과와 크로마키를 이용한 조악한 합성에 과장된 효과 음악 등이 만만해 보여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차마 끝까지 보진 못했다.


(사진)마치 해바라기 샤워기를 연상시킨 천정의 스피커. 저 아래에 맞춰서면, 잘 들리지 않던 영상의 소리들이 또렸하게 들린다. 미디어 전시들에서 기대됐던 신기술의 상호작용적인 미디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볼 수 없었지만, 이런 스피커는 신기했다.

전시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온+오프라인을 합쳐서 전시를 완성하게 만들어 놓은듯 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시를 관람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무수히 많은 작품을 직관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한 팸플릿 구성이 참 맘에 들었다.

사진.글.효례

(참고)
홈페이지 [https://www.mediacityseoul.kr/ko/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