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전준호 : 서울 웨더 스테이션
2022.8.30-11.20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
2022.8.30-10.30
아트선재
8월 29일 오후 2시 아트선재센터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서울 웨더 스테이션>과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후와 환경, 자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문경원 & 전준호 작가의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11월 20일까지 1,2 전시실에서 열리며, 인간의 존재론적 굴레에 대해 이야기해온 태국 출신의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국내 첫 개인전인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는 지하 1층 아트홀에서 10월 30일까지 개최된다.

인사말을 하는 김장언 이트선재센터 관장
29일에 열린 기자간담회는 전시 소개, 전시 투어, 질의응답 순으로 이루어졌다. 기자간담회의 사회는 문주화 홍보팀장이 맡았으며, 김정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의 인사말로 순서가 시작되었다. 문경원, 전준호,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작가가 참석해 이번 전시와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경원 & 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


(좌)전준호 (우)문경원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전 지구적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급변하고 있는 기후 환경을 예술적 상상력과 학제 간 협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전시이다. 그동안 인류는 자연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그러나 기후 파괴, 생물 다양성 훼손, 오염 등 현재의 환경 위기는, 이러한 관점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은 자연과 환경 그리고 지구에 관해 새롭게 고민하고, 나아가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한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기후 환경 문제를 다각적 시각으로 새롭게 관측하고 대안적 미래의 가능성을 예보하는 임시적인 ‘기상관측소’로서 기획되었다.

문경원 & 전준호, <바위 눈 – No. 1>, 2022, customized carpet, 1,800x3,635mm
1 전시실 입구의 바닥에는 카펫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 카펫은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GPT-3 코딩 노트를 스케치한 것이다.

문경원 & 전준호, <불 피우기>, 2022, color video with lighting,
sound and kinetic blinds connected by DMX program, duration: 15 min.
아트선재센터 1 전시실에서는 비인간(non-human) 관점에서 펼쳐지는 관객 몰입형(immersive) 설치 작업인 〈불 피우기〉가 최초로 공개된다. 작품 제목은 1902년에 발표된 잭 런던(Jack London)의 단편소설에서 가져온 것으로, 잭 런던의 소설이 혹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대면 속 인간의 생존 문제를 다뤘다면, 문경원 & 전준호의 작업은 비인간(non-human)의 관점으로 무한한 시간의 궤적을 종횡하며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의 내러티브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공룡이 멸종하기 이전에 급격하게 변화한 지구의 기후를 기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의 풍화로 큰 바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된 어느 돌의 시점으로 지구를 바라본 창작 소설에 기반한 것이다. 이렇게 사실적 기록과 상상적 허구로 엮어진 이야기는, 다시 전시장 내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재창작되어 들려진다.

스팟(Spot) 로봇
관객들은 세심하게 설계된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안에서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상으로 구현된 미지의 세계를 스팟(Spot) 로봇의 안내에 따라 체험하게 된다. 스팟은 네 개의 다리로 걷는 서비스 로봇으로 비전 센서와 음향 센서, 온도 감지 센서, 스테레오 카메라 등을 탑재해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지역에서의 임무 수행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이번 전시에서 스팟은 작가들이 창조해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시장 내 탄소를 측정한다.

문경원 & 전준호, <탄소 달력>, 2022, graphic design on LED, various installations.
2 전시실로 향하는 계단에는 작가가 설치한 탄소 달력이 있다. 대기에서 포집한 탄소 수치를 이용해 만든 달력으로 동시대를 살아도 탄소 양의 많고 적음의 수치로 미래와 과거를 계산할 수 있다는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에 착안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탄소를 측정한 장소와 날짜, 그 당시의 탄소 수치를 보여주는 화면 밑에는 탄소 달력을 볼 수 있는데, 탄소 달력의 날짜와 실제 탄소를 측정한 날짜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문경원 & 전준호,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2022, 전시 전경
2 전시실에는 담론 생산과 창의적 협업을 위한 참여 플랫폼인,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012년부터 디자인, 과학, 철학과 같은 다채로운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지속해 온 문경원 & 전준호는 극한의 기후 조건이나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솔루션을 고안해왔다.

류준열의 사진 작품들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에는 여러 협업자들과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그 과정이 전시되고 있다. 2 전시실 입구 왼쪽에 위치한 벽면에는 배우이자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류준열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신작 <불피우기>(2022)의 배우로 등장한 류준열은 사진가로서 이번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공간의 협업자로 참여하였다. 그는 그린피스의 모델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며 꾸준히 환경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시멘트 공장이자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인 쌍용양회 문경 공장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에 담긴 공장의 공간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적 역사이자 초상을 나타내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게 지구를 대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경원 & 전준호, <아이-시티/위-시티>, 2022, mixed media on paper, 1,200x1400 mm.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공간을 둘러싼 벽 공간에는 문경원 작가가 제작한 평면 작업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문경원 작가의 평면 작업들은 웨더 스테이션의 지난 협업 작업들을 만화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속엔 만화에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말풍선과 같은 대사가 배제되어 있지만 그림을 통해 작품 속의 상황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전시 기간동안 총 5회에 걸쳐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공간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참여자로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이자 탄소 전문가인 정수종,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원 교수 이찬웅, SF 소설 작가 이서영, 아트앤젤(Artangel) 어소시에이트 디렉터인 제임스 링우드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기후 비상사태와 생태계 붕괴 가속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8 개국의 예술 기관들이 발족한 월드웨더네트워크 프로젝트(WWN: World Weather Network)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월드웨더네트워크에 속한 각 기상관측소는 예술가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에 관한 예술적 연구를 진행하고, 예술 작품, 전시 또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여 그 과정과 자료들을 ‘월드웨더네트워크 디지털 플랫폼’(https://worldweathernetwork.org)에 공유한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번 <서울 웨더 스테이션>전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고 대안적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서울 기상관측소가 되고자 한다.

질의 응답을 진행하는 (좌)전준호 작가와 (우)문경원 작가
전시 소개와 투어 후 질의 응답 시간에 오간 질문들을 정리해보았다.
Q: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에서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캐치하기 쉽지 않아보이는데, 아트선재센터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A: (문주화 홍보팀장)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아트선재센터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 (전준호 작가) 개인적으로 전시를 관람한 후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작품이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등 해답만 바라는 질문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작품이 어렵고 이해가 안 된다는 평가에 거부감이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쉽게 이해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되는 것들 쉽게 잊혀진다. 개인적으로 예술은 관람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의문을 유발해 계속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람객들도 이해가 되든 되지 않든 이해가 되지 않든 작품을 편하게 관람했으면 좋겠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은 자꾸 작품을 생각해보면서 그것들을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A: (문경원 작가) 오랜 기간 전준호 작가와 협업을 해왔지만 이런 점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웃음) 나는 작품이 어떻게 관람객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을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설치 작업을 준비하며 메타버스나 브이알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들을 경험해봤다. 하지만 체험을 이러한 매체나 가상 공간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 아닌 전시장 전체로 확장 시키고, 관객이 보다 전시에 쉽게 몰입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전시장 내의 조명과 스크린 등을 모두 이용한 몰입형 전시를 구성하게 되었다.
Q: <불 피우기>작업이 오랜 세월의 풍화로 큰 바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된 어느 돌의 시점에서 진행된다고 했는데 이것이 인간의 시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전준호 작가) 인간이 생각하고 있는 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그렇다면 작품의 스크립트를 우리가 쓰지 말고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태도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존재가 스크립트를 작성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과 거리를 두는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고민해보고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
------------------------------------------------------------------------------------------------------------------------------------------------------------------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
2022.8.30 - 10.30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 (좌)문지윤 큐레이터와 (우)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작가
/span>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첫 개인전인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에선 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소개되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죽음을 위한 노래>(2021)와 <삶을 위한 노래> (2021, 알렉스 그보익 공동 제작)가 극장 공간에서 영상 및 설치 작업으로 재맥락화되어 공개된다.

코라크릿 아룬나논 차이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 2022, 전시전경
특히 작가는 이전까지 한 번도 시도한 적 없었던 ‘극장 공간 뒤틀기’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극장인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은 관객과 스토리, 소유의 매체와 소유하는 것 사이의 관계가 전치되어 제시된다. 기존 스크린이 있던 무대에는 관객석이 설치되며, 반대로 기존 객석의 자리에는 스크린이 설치 되어있다.
이번 전시에서 아룬나논차이는 애니미즘적 의식을 지칭하는 풍부한 시각적 레퍼런스들을 통해 개인적 서사와 역사적 사건이 연결되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죽음을 위한 노래>에서는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상실의 경험과 제주 4.3 사건, 태국 민주화 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교차된다. 작가는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개인적 서사와 역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영적인 차원에서 연결되는지 살피면서 서양의 존재론적 사고 외부에서 존재와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이를 통해 민족, 국가, 역사, 정치 체제 너머 ‘나’라는 개인과 개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더 큰 힘, 거대한 에너지의 근원에 대해 반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의 우주적 근원에 대해 질문하고, 삶, 성장, 소멸, 죽음이라는 생명이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굴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위한 노래>에서 아룬나논차이가 주목하는 또 다른 요소는 스토리텔링 매체인 노래에 내재된 힘이다. 작가는 할아버지의 임종의 순간 노래를 불러드렸던 기억과 장례 과정에서 경험한 제례의식의 일부인 노래에 대한 기억을 작품에서 그려내면서,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소멸의 과정을 수용하도록 하는 노래라는 매체의 힘을 상기시킨다.

코라크릿 아룬나논 차이 & 알렉스 그보익, <삶을 위한 노래(Songs for living)>, 2021,
Single-channel video (HD, Color, sound), 20:51 min.
작가의 노래라는 매체에 대한 탐구는 <삶을 위한 노래>에서도 계속된다. <삶을 위한 노래>는 프랑스 작가인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에두아르 글리상의 『의식의 태양(Sun of Consciousness)』, 미국 철학자인 체슬로우 밀로즈의 『기도(On Prayer)』의 구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가들은 비록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작업했지만, 정치적 격동의 시기에 상징적 교감의 단호함 속에서 영적인 명확성을 위해 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이들은 노래를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노래의 힘은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발생한 남겨진 것들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죽음을 위한 노래>가 몸과 영혼, 대중의 공동체성과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분리에 대해 논의한다면, <삶을 위한 노래>는 어떻게 공동체성이 몸과 영혼의 재결합이라는 은유를 바탕으로 좀 더 높은 힘에 대한 믿음에 의해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시각적 레퍼런스로 등장하는 귀신, 샤먼, 바다 거북이와 같은 애니미즘적 상징들은 근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적인 세계를 물질적 세계와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인간의 삶 너머의 시간 개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영적인 세계와 물질적 세계의 접속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를 떠다니는 기억의 파편들이 특정한 움직임을 발생할 때 가시화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그는 공감각적 영상 및 설치 작업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이 생산하는 에너지와 이 에너지에 내재된 변혁의 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되는 <서울 웨더 스테이션>과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는 지구와 우주, 삶과 생명에 관한 성찰을 담아 현실과 비현실, 개인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관점 및 사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전시이다. 공연형 전시, 전시형 공연을 통한 실험을 선보이는 두 개의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서로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시 정보
- 관람시간: 12:00-19:00 (월요일 휴관, 수요일 21시까지 연장)
- 입장료: 일반 10,000원 / 학생 7,000원
* 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문의: 아트선재센터 02) 733-8949
정세영 jsy98912@naver.com
동영상 :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