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안진균 : 영원한 휴가
2022.8.31-9.18
SeMA창고


현재 SeMA 창고에선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자인 안진균 작가의 개인전 <영원한 휴가>가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총 9건의 전시 중 일곱 번째 전시로, 8월 31일부터 9월 18일까지 SeMA 창고 1, 2, 3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지원·양성 프로그램으로,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전시장소와 전시지원금, 학예인력 매칭을 비롯한 다양한 멘토링을 지원한다. 2008~2015년까지 작가 20여 명을 지원하다가 2016년부터는 기획자로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설 이래로 총 249명의 작가 및 기획자가 선정되었으며, 참여 이후 활발한 예술 활동을 개진해나가고 있다. 2022년부터는 전시 운영 및 홍보 지원을 확대하여 신진미술인들의 전시 진행과 향후 활동에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편하여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심사를 통해 김정인, 김신애, 박웅규, 송아리, 안진균, 임선구, 전장역 작가와 김현주, 문현정 기획자가 최종 선정되었으며 선정된 9명의 신진미술인 전시는 7월부터 SeMA 창고, SeMA 벙커, 보안1942 아트스페이스 보안1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된다.

 안진규 작가의 <영원한 휴가>는 시각적 재현 매체인 사진의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사진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조명하는 전시다. 안진균 작가는 개인소장 중인 20여권의 가족앨범에서 추려낸 가족 사진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사진에 담을 수 없는 무의식을 조명하고 이러한 무의식에 침전된 어두운 기억과 대면한다.



<영원한 미소들> 연작



<영원한 미소들> 세부 사진

 전시장의 제일 처음 공간인 1 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인 <영원한 미소들> 연작은 가족사진의 ‘미소’를 제외한 나머지를 흙으로 가린 작품들이다. 사진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틈새는 실제로 굉장히 얇고 좁아서 본래 장면을 그려내기 어렵다. 특히 작품이 바닥에 눕혀져 있어 사진 속 ‘미소’를 보려면 관람객은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각 자료의 기능을 왜곡하기도 하고, 때로 부풀리듯 커진 이미지의 크기는 맥락을 상실하여 정황만을 전달한다. 보기 위해 기록된 장면(사진)에 의도적인 편집을 가한 후 부분만을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시각적으로 박제된 순간의 이면을 강조하고 비가시적인 영역을 조명한다. 


안진균, <영원한 다리들#1 ~ #90>, 2022, 710~1050(h) x 73~148(w) x 4 (d) cm, Digital C-print, 알루미늄, 호두나무 무늬목

 1 전시실 바로 옆에 위치한 2 전시실로 이동하면 <영원한 다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앞서 살펴본 <영원한 미소들>에서 보여주었던 차단이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반전까지 꾀한 작품이다.


<영원한 다리들> 세부

안진균 작가는 <영원한 다리들>에서 기념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렷 장면에서 다리를 제외한 부분을 가리되 위아래를 뒤집어 물구나무 선 사람의 하반신이 연속되도록 연출했다. 차단의 기준점은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등장인물의 복장에 따라 달라지지만 90개의 이미지가 모두 비슷하게 구성되어 마치 수평선처럼 연결되어 보인다. 특히 고꾸라지듯 박힌 이미지들은 단단한 판재와 함께 전시장을 점유하면서 사진의 부동성을 촉각적으로 상기시킨다. 하지만 잘려 나가고 반전된 장면은 사진 매체의 재현성과 고정성을 능동적으로 부정하고 잇다. <영원한 다리들>은 작가가 자극하고 거절하고자 하는 사진의 성질 그리고 그것의 무력함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사진이 가지는 고유 질서를 무산시킨다. 


안진균, <영원한 휴가를 위한 준비운동>, 2022, 가변크기, 반복재생, 디지털 프로젝터
 
이번 전시를 마무리하는 작품인 <영원한 휴가를 위한 준비운동>은 해변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이다. 은퇴할 때 은유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영원한 휴가’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특정 시공간에서 벗어나 마주하는 영원한 쉼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와의 결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아쉬움을 준다. 이렇게 다른 장면으로 다가올 전환점을 마주하는 준비운동에는 적당한 담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런 준비운동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유연한 현재 형성을 향한 의지로 정지 상태의 과거에서 일탈을 시도하고 있다. 

 안진균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족 사진은 공동묘지와 무덤과 같이 죽음을 연상시키는 설치 형식과 가려지고 잘려지는 장면을 통해 문맥이 훼손되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다. 이런 표현 방식을 통해 작가는 부모와 자녀를 비롯한 가족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안진균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가족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물론,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탐구 과정과 그 확장의 과정을 함께하길 바란다.

전시정보
- 관람시간: 화~금 11: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 정상개관)
*입장은 전시 종료 30분 전까지 가능
- 관람료: 무료
- 문의: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 02) 2124-8946

정세영 jsy989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