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2022.10.21.-2023.03.1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작가 임옥상은 민중미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부터 선보이는 이 전시와 더불어 그를 조명하는 책도 나왔다. 민중미술, 민중미술가라는 하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작가 임옥상을 깊게 바라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번 전시도 비슷한 맥락에서 그의 반세기를 정리하고 확장된 그의 미술세계를 조망하는 기회가 되었다.



흙의 소리, 2022


어둑한 전시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머리가 보인다. 첫인상 위압감을 줄 법도 한데, 소재가 주는 색감과 표면의 느낌 그리고 표정이 위압감보다는 묵직한 안정감을 줬다. 작품 〈흙의 소리〉이다. 어쩐지 나도 그를 보고 마주 모로 누워 흙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만 같은 모양새다.



여기, 일어서는 땅, 2022


〈여기, 일어서는 땅〉 제목 그대로 벽 한가득 땅이 일어섰다. 36개 조각을 한 면 가득 붙인 이 어마어마한 설치 작업물은, 작가가 파주 장단평야의 논을 캔버스로 하여 실제 그곳 흙을 재료로 작업했다. 멀리서 일련의 점무늬로 보이는 것들은 그 논의 벼를 베고 남은 볏단 둥치이다. 관객은 마치 땅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전면을 올려다보게 된다. 소름 돋는 묘한 기분이다. 이 작업은 실로 대단해서, 내게 앞이나 뒤에서 본 작업의 잔상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얼굴-아침, 1995


헌법병풍, 2015



산수, 2011


흙으로 이루어진 작업이 내 눈길을 먼저 길게 빼앗았지만, 금속에 한글로 만들어진 작업이나 평면, 설치, 아카이브 등 다양한 작업은 하나하나가 긴 시간 누적된 작가의 힘을 보여준다.





임옥상 아카이브


전시는 전반적으로 장엄하다 느껴지는 고대의 유물이라도 바라보는 기분을 줬다. 흙이나 철 같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재료가 주는 원시적 느낌이 강렬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산넘어 산, 2020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