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허: 8
2024.11.13(수) – 12.21(토)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기자간담회 일시: 11.13(수) 오후 2시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는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나 허(Hanna Hur)의 국내 첫 개인전 ≪한나 허: 8≫을 2024년 11월 13일(수)부터 12월 21일(토)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갤러리가 기존에 한국 국적의 예술가를 지원했던 것에서 나아가 한국계 디아스포라 예술가까지 그 지원 대상을 확장한 이래 열리는 첫 전시이다.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장혜정과 뉴욕 기반 큐레토리얼 오피스 C/O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Y. 류(Christopher Y. Lew)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공동 큐레이터 장혜정, 크리스토퍼와 이승민 큐레이터, 한나 허 작가, 20명가량의 기자들이 참석하였고, 소규모로 진행된 만큼 전시 설명과 질의 응답이 보다 친밀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한나 허는 회화와 설치를 통해 우리의 시지각 체계를 시험하는 복잡한 화면을 구성하며, 구체적인 현실 너머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세계에 다다르기 위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한나 허는 8점의 대형 회화 연작을 선보이는데, 이는 하나의 설치 작업이자 8점의 개별 회화이다. 작품은 모두 “Threshold”라는 동일한 제목을 공유하며, 전시장에 기둥처럼 세워진 4개의 벽 안팎에 설치되어 하나의 설치 작업으로 작동한다. 벽 안팎의 회화는 명확한 순서 없이 서로 등을 돌리거나, 마주보는 형태로 설치되었다. 이렇게 설계된 공간은 관객의 신체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동선을 만들고 내부와 외부를 정의하게끔 만든다.

작업 과정에 있어 한나 허는 연필로 그리드를 그리고, 그 위에 얇은 안료를 입힌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동안 수없이 반복되는데, 작가는 수행적인 행위 속에서 떠오르는 정서와 이미지를 포착하여 캔버스에 담는다.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은 능동적인 행위보다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이미지와 우연히 만나는 것에 가깝다. 그리드는 일련의 과정을 지나는 데 있어 완벽하고 아름다운 형태(form)이며, 지각 너머 새로운 차원을 향할 수 있는 무한성을 지닌 구조이다. 한나 허는 회화라는 매체에 대해,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관객이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감정과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일종의 문턱(Threshold)을 넘는 상황을 연출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혜정, 크리스토퍼 큐레이터는 한나 허 작가와 전시를 꾸리게 된 배경을 밝혔다. 장혜정 큐레이터는 두산갤러리가 한국계 디아스포라 예술가를 다루기 시작한 지금의 시점에서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작가보다는 그러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를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 허 작가는 자신이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써 언제나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했고,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지만 작품의 중점이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장 외벽의 윈도우갤러리에는 한나 허가 초청한 동료 작가 나미라(Na Mira)의 신작 <Chord>(2024)가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나미라는 한나 허 작업의 주재료가 되는 시각적 효과와 색상 모티프를 참조하여 새로운 설치 작업을 제작했다. 그는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의 인식 가장자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는데, 특히 그의 작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빨간색은 빛이 희미해질 때 시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색으로, 지각 너머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통로로서 활용된다. 이번 설치 작업은 거울과 빨간색 유색 필름을 활용해 두 개의 상반된 공간을 만들며, 비워지고 채워짐이 반복되는 현상학적 공간을 창조한다.
김동민 companion@dal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