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세계
2024.11.15(금)-2025.02.23(일)
경기도미술관 2층 전시실
기자간담회 일시: 2024.11.18(월) 오후 1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은 오는 11월 15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 ≪알고 보면 반할 세계≫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한국의 전통 민화(民畵)로부터 한국적 팝아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작자 미상의 전통 민화 27점과 더불어 현대미술 작가 권용주, 김상돈, 김은진, 김재민이, 김지평, 박경종, 박그림, 백정기, 손기환, 손동현, 오제성, 이수경, 이양희, 이은실, 이인선, 임영주, 조현택, 지민석, 최수련 총 19인의 작품 102점을 선보인다. 전시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는 김종길 학예연구팀장, 방초아 학예연구사, 임영주 작가, 김재민이 작가와 수십명의 기자들이 참석하였으며, 전시투어 및 설명,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는 민화와 팝아트의 교차점에서 열망과 해학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이며, 생애의 사유에 따라 세 가지 세계관으로 감상할 것을 제안한다. 더 나은 현세(現世)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 ‘세상살이’, 내세(來世)에 대한 상상 ‘뒷경치’로 전시의 소주제가 구성된다. 한국현대미술에서 이러한 삶과 세상에 대한 성찰이 지금의 시대적 예술적 자장(磁場)에서 발현되는 바를 살펴보며, 민화와 팝아트의 연관성 속에서 K팝아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꿈의 땅
화조도(花鳥圖)나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여러 상징에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장수하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넝쿨 진 포도에는 알알이 맺힌 열매처럼 다산과 번성의 염원이, 영험한 동물로부터는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이, 덕목을 다지는 문자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난다. 세속의 삶에서 그리는 이상향에 담긴 기복과 염원의 민화적 태도는 현대미술 작품에도 발견된다. 팝아트가 소비사회의 상품과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신성시하는 사회를 반영했듯, 전시 작품들은 지금의 사회가 속세의 일상으로부터 신성화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예술로써 반추하도록 한다.


세상살이
민화의 호작도(虎鵲圖)에는 익살스러운 동물의 모습이 등장한다. 벽사(僻邪)의 상징을 지닌 호랑이의 상징도 양반이라는 비유가 덧대어지면 위계를 해학적으로 전복하는 시도로 읽힌다. 호작도 외에도, 민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이나 상황들은 어디 하나 똑같은 표현 없이 각각의 재치 있는 형태로 만물에 대한 해석과 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업사회의 산물과 대중문화의 이미지나 제작 방식을 작품에 도입하여 고상한 예술의 경계를 위트 있게 전복한 팝아트의 태도도 이러한 접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뒷경치
민화 중에는 기복과 주술, 해학적 태도 외에도, 초월적 세계에 대한 상상을 중심으로 현세 구복(求福)과 벽사에 대한 염원을 담은 그림들이 있다. 무신도(巫神圖)나 신귀도(神龜圖), 심우도(尋牛圖),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 등에는 신령스러운 동물과 인격화된 신, 추상적 세계를 상징하는 도상들이 서로 다른 개성으로 초자연적 영역의 존재들로 표현되어 있다. 주로 일상적 삶에 기반한 소재를 다룬 팝아트에서도 종교적 성화(聖畵)나 원시적 도상을 차용하여 현대의 사회와 문화를 다룬 작품들이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현대의 가치관, 종교, 대중문화, 미적 관점과 관련하여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현재의 세계를 성찰한다.
질의응답
Q. 참여 작가들이 팝아트 작가들은 아닌데, 굳이 팝아트라고 해야 했을까요? 팝아트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건가요?
작가를 섭외할 때 대부분 작가가 “제가 팝아트일까요?”라고 했다. 그만큼 기획 과정에서도 민화 팝아트, K팝아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팝아트에는 대중문화, 소비사회와 관련된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특히 기존에 팝아트로써 우리가 서구미술사를 통해 배웠을 때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다. 서구의 팝아트를 그대로 반영하려는 것을 넘어 삶과 사유 사이를 넘나드는 측면과 민화적 태도 사이에 있는 작가들을 섭외하려고 했다. 그래서 샤머니즘적 이미지, 현세적 삶을 살아가는 해학적인 태도, 위트를 가진 작가들을 선정했다.
K팝아트의 이미지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는 아트페어에 가면 볼 수 있는 이미지, 어떤 면에서는 조금 망설여지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을 모두 관통하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이런 지점에서 향후 우리 K팝아트의 원천적 이미지를 다루는 첫 시도가 될 것이다.
Q. 작가들에게 묻습니다. 자신의 작업이 K-팝아트 안에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영주 작가: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확신하는 이미지를 보면 그 근처를 머물며 연구하곤 한다.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지 궁금했다. <애동>도 마찬가지다. 특정 구도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었다. 나에게는 통속적인 코드가 작업에서 중요하고, 그것이 팝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Q. 삶의 문화를 키워드로 한국현대미술과 민화의 접점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 둘을 대등한 위치에서 만나도록 대치한 것인가요? 민화에 대해서는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오늘날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민화에 대해서는 전시 전반에 중요한 기재로 흐르고 있다. 민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유인데, 전시 앞부분에 민화에 대한 소개가 먼저 들어간다. 민화가 전통적인 관습이나 학습되어 온 미술이 주는 고양감이 아니라, 대중과의 접점 사이에서 민화가 가깝다는 것, 똑같은 그림이 하나 없는 독창성 등 다양한 특징이 있다. 민화를 읽어내는 연구자에게도 민화는 명확한 정의가 없고 모두 다르게 읽는다. 삶 속에서 계속 변화를 주는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에서도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 작품도 형식적인 유사성이 아니라, 작품 간의 배치에 있어서도 민화와 현대미술, K-적인, 팝아트적인 속성을 가진 작품을 배치하고자 했다.
Q. 민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독창성이 중요했다. 단순히 복제만이 아닌 자신이 그린 것인지가 중요한 점이었고, 민화가 가진 상징성이 주제 안에서 들어갈 수 있는지도 고려했다. 그리고 현대작품과 함께 조응할 수 있는지 등 기준이 있었다. 전통 민화에 포커스를 두었고 시기적으로는 조선 후기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김동민 companion@dal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