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기자간담회

2024.11.19-2025.3.3

수원시립미술관 2,3 전시실


간담회 : 2024년 11월 19일 14시

참여작가 : 김소라, 신교명, 유다영, 정은별, XXX(윤이도, 김태희) 


전시실 입구


지난 19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얍-프로젝트(Young Artists Bridge Project)의 일환으로 개최한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전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2024년 처음으로 시행하는 얍-프로젝트는 동시대 예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올해는 선정된 김소라, 신교명, 유다영, 정은별, XXX(윤이도, 김태희) 5팀(6명)이 참여한다. 


전시의 개괄 설명을 진행하는 조은 학예연구사


이번 공모주제는 “수원, 장소 기억 사람”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수원이라는 도시의 다층적인 모습을 발굴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각기 회화, 조각, 사진,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그간 활동에서 지속해왔던 기존 작업과 각자 자신이 발견한 수원의 지역상을 담아낸 신작들을 소개한다.


<첩첩시상>을 설명하는 XXX의 김태희


XXX(윤이도, 김태희)는 구도심이 된 수원 시장의 풍경과 인물들을 조사해 신작으로 옮겨냈다. 윤이도의 회화 작업, 김태희의 부조 작업으로 구성된 신작 <첩첩시상>은 시장을 지키는 사람들과 물건들의 풍경을 담아낸다. 작업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마치 탱화의 나오는 인물과 지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시장에 인접한 사찰들과 민간 신앙, 상인 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인 수원의 특징을 연상시킨다. 전시실에는 팔달문시장의 노래, 시장소리 등 청각적인 요소를 병치시켜 시장안에서의 생동감을 더했다. 그들은 수원구도심 ‘오래도록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와 함께 어르신들의 노고와 시장의 역사를 읽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교명과 유다영의 작품을 사이에 두고 낙서를 하고있는 관람객들


신교명은 수원의 낙서를 수집하였다. 관광지, 식당, 카페 등에서 발견된 낙서는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인공지는 로봇 ‘두들러(Doodler)’를 통해 학습되어 거짓유산으로 재현된다. AI를 거치며 구체적인 장소성의 맥락이 제거된 낙서는 현장성이 결여된 이미지로 읽혀지며 인공지능 ‘두들러’의 시선과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전시실 안에 관람객이 직접 자유롭게 낙서를 할 수 있는 빈 캔버스가 준비되어 있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에 의해 적힌 낙서를 학습한 ‘두들러’의 낙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유다영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수원이라는 도시에 ‘있었던’ 또는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없는 상태로 재구성한다. 신작 <읽을 수 없는 기억>은 5점의 사진 작업을 통해 실제 수원에 있었던 사건을 허구의 이야기로 가공하여 보여주었다. 정답이 정해져있는 매체인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내러티브가 더해져 수원이라는 장소마저 진짜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게 만들어 어떠한 순간도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음’의 상태를 파고든다. 



관람객이 출입할 수 있는 김소라의 <수원화성을 찾아서> 패브릭 풍경


김소라는 아버지의 유품인 아날로그 필름 사진을 추적해 수원화성에 닿아 신작으로 옮겨냈다. 영상 작업 <수원화성을 찾아서>는 온라인 지도의 거리보기를 통해 아버지의 발걸음을 좇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수원화성의 서장대, 팔달문, 장안공원, 서남각루 등지를 찾아가게 된 그는 ‘지금’의 이미지와 소리를 채집해 디지털 편집 기술과 다양한 질감의 재료를 통해 변주한다. 시청각적 데이터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가로질러 기억의 본질을 묻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는 패브릭 형태의 소재로도 나타난 작업을 볼 수 있는데, 직접 관람객이 수원의 풍경이 프린팅 된 커튼이 쳐진 작품 사이를 지나가 시공간을 이동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마지막 전시실에 들어가면 <모퉁이 이야기>의 뒷면이 보인다.


정은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수원의 풍경을 모퉁이 공간들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모퉁이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잊혀진 도시의 틈새로 작품의 뒷면을 전면에 내세워 전시되어 있다. 수공예적인 기법으로 조작된 이미지들은 하나의 벽처럼 설치되어 비둘기가 있는 각목이 있는 모퉁이를 돌면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수원의 곳곳이 나타난다. 정은별은 사회 시스템 안에 개인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수원에서 개인들의 삶, 터전이 손쉽게 붕괴되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출구에 위치한 아카이브존에서는 작가들의 작업노트, 에스키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전은 이처럼 신진작가의 작업 세계를 통해 수원이라는 도시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여행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스터에그는 소프트웨어나 운영 체제, 게임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뜻한다. 이번 전시실 곳곳에는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어 이것들을 찾아다니며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김승중 seungjung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