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우주
김정욱 · 윤미선
2024.11.15.-12.21
아트스페이스 호화



“전시 제목에서의 ‘검은’과 ‘우주’로 나누어 두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 우주를 밀도 있게 담아낸
두 작가의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검은’ 색은, 그들이 수행하듯 긴 시간 갈아낸 작업의 재료에서
기원한다.”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에 동물의 가죽이나 연골에서 얻은 아교로 응고한 먹을 다시 갈아 물에 섞어 겹겹이 올린 것은
김정욱의 검음이고, 자연에서 채취한 탄소 물질인 흑연에 점토를 섞어 구워 만든 연필을 종이에 수도 없이 겹쳐 칠한
것은 윤미선의 검음이다. 배경으로 자리한 김정욱의 검은색은 화면의 다른 요소들을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심연의 중력으로 모든 것을 제 자리에 고정시킨다. 닥종이에 아교포수한 지지체에서부터 시작하는 김정욱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세필로 그려낸 수없이 많은 먹선 앞에 멈추게 된다. 검은 먹이 스며든 한지는 다시 긴
시간을 밀어내고 제 안으로 침잠하며 깊어진다.”


윤미선 〈p23-21〉 2023, pencil and acrylic on hard paper


윤미선 〈p17-250〉 2017, acrylic and oilpastel on canvas
“김정욱은 유약한 나와 우리에서 나아가 자문으로써의 작업을 거치며생 자체의 힘에서 경외를 찾는다. 이 섬세하고
명료한 발견에서 작가는 비로소 외부의 것과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 자체를 은유하는
그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다. 작가는 발 딛고 선 땅의 소리와 귓가를 돌아오는 바람이 머금은 향기를 모두 섞어낸
것을 정성스럽게 빚은 화면에 그려낸다. 그것은 소녀였다가 얼굴이었다가 부처였다가 돌이나 새였다가 빛과 어둠으로
남는다.”
“윤미선의 우주에는 불안한 시절을 격려하듯 견고하게 구조물을 쌓아 만든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제 얼굴이
기하학적 원소로 해체된 퍼즐처럼 조각된 이 형상은 중세의 초상처럼 곧은 자세를 하고 앉아 화면 밖의 우리를
응시한다. 우리는 눈동자일지 모를 작고 검은 반구체에서 작가가 삼켜내어 연필 끝으로 다시 뱉어낸 질문을 읽는다.
곧 많은 질문과 그보다 많은 대답들을 쏟아낼 듯한 그는 스스로 형체를 잃고 무너질지도 모를 모양으로 그곳에 있다.”
김정욱

정면 3점, 〈Untitled〉korean ink on korean paper, 2023

김정욱〈Untitled〉korean ink and color collage on korean paper, 2023 (정중앙)


이우환 〈관계항-만남의 탑〉브론즈와 자연석, 1984-1985
서울신문사 앞 설치전경
작성: 지형
글: 전시서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