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나이다》
2024. 12. 27 - 2025. 01. 24
서울자브종
참여 작가: 박세호, 송세정, 진케이리, 최성윤

전시장 입구
서울자브종의 창립멤버 4인의 단체전인 《비 나이다》가 2024년 12월 27일부터 2025년 1월 27일까지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서울자브종에서 한 달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자브종 3주년을 기념하는 연례그룹전으로, 최성윤, 진케이리, 송세정, 박세호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제목 '비나이다'는 자연을 향한 공통된 애정에서 출발해 창작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초심을 되새기며,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이들의 작업의 공통점은 작품의 모티브인 자연이다. 송세정 작가는 자연풍경, 진케이리 작가는 하늘, 최성윤 작가는 식물과 생태, 박세호 작가는 구름과 바람 등과 같은 자연적 소재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그려내고 표현했다.

진케이리, <Piece of Blue I>, 2024, pigment ink jet print, 252x29cm
진케이리 작가는 주로 영상 매체로 작업해왔으나, 2021년부터 투명성을 띈 유리나 거울 같은 재료를 활용한 조형적 실험을 시도하면서 영상 매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영상이 범람하고 스크린에 몰입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미술 전시장마저 영상을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영상 파괴'라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관객과 디지털 이미지 사이의 경계인 '스크린'에 주목했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울을 택했다. 이는 사진에서 회화로, 회화에서 조각으로, 나아가 조각이 퍼포먼스가 되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복적으로 촬영한 하늘 사진들을 조각적으로 재구성한 연작을 선보인다.

최성윤, <숲속 의 날들-쥐손이 풀>, 2022, 판화지 위 아크릴과 오일파스텔, 72x100cm (좌) / 최성윤, <교감-나리>, 2024, 콘테, 오일파스텔, 혼합재료, 91x73cm (중) / 최성윤, <숲속 의 날들-벚꽃>, 2022, 판화지 위 아크릴과 펜, 72x100cm (우)
최성윤 작가는 자연과의 교감을 주제로 회화, 오브제, 가드닝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이 주는 위로와 영적 자유를 탐구하는 한편, 환경 파괴로 인한 위기감을 작품에 담아내며 생태 미술의 지평을 넓혀왔다. 작가의 작업실은 식물과 꽃 등 자연의 소재들로 가득한데, 이는 생태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탐구와 열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드로잉 작업에 색채를 더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끊임없는 생태미술 실험을 통해 작가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박세호, <명암#3>, 2009, 종이 위 아크릴, 22x22cm (좌) / 박세호, <명암#4>, 2009, 종이 위 아크릴, 22x22cm (우)
박세호 작가는 대조되는 아름다움들 사이의 '오묘한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다. 다성 음악처럼 섬세한 균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구체적인 실재에 구현된 미의 이상을 탐구한다. 그는 예술 창작을 통해 형태적 조화의 순수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명암>(2009) 연작은 종이 위에 아크릴로 그려진 5점의 작품으로, 한지와 같은 질감 속에 바람과 구름, 산봉우리, 때로는 파도치는 바다까지 연상시키며 다채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송세정,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2024, 장지 위 먹, 91x73cm (좌) / 송세정, <고요한 변화>, 2024, 장지 위 먹, 80x100cm (중) / 송세정, <변화를 지켜 보다>, 2024, 장지 위 강황과 채색, 53x65cm (우)
송세정 작가는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아 환경 속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며, 특히 같은 풍경이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겨울 풍경처럼 보이는 차가운 계절 속 이파리 하나 없이 흩날리는 작은 나뭇가지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쨍한 색감과 달리, 이번 작품은 검정과 흰색만으로 화폭을 채웠다. 장지 위에 오롯이 먹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에서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이 한층 돋보인다.

전시장 전경
한편, 서울자브종은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존중하며 이 특별한 공간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은 개인 작업실이자 전시장으로, 오픈스튜디오 형태로 운영되면서 신진 작가들에게도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대여공간의 역할을 한다. 화이트큐브 형태의 공간에 이동식 가벽이 설치되어 있어 작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특히 설치작품에 최적화된 이 공간은, 일반 갤러리와 달리 작가들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들의 전시 공간이 필요한 작가들은 서울자브종 홈페이지 내 Experimental 프로젝트를 통해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으며, 항상 열린 공간으로서 관객과 작가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들의 공간이 앞으로 기대가 된다.
심성연 tlatjddus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