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과 연대의 방식에 대한 탐구에 중점을 두며, 인권과 존엄성 실현을 위한 공동체적 연대의 자세를 모색한다. 전시는 크게 3개의 섹션으로 한국,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인도네이사, 중국, 홍콩 출신 작가 9명(팀)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제목 'Occupy'는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규모 운동명이기도 하고. '우리는 99%다.'를 구호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주된 배경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세령 한예사는 '광장을 점거하고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며, 또 다른 공동체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서로를 향해 손 내밀고 연결되었던 그 날의 기억을, 우리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일 수록,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시 맥락을 설명했다.
섹션1. '개인은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 오픈 그룹, 에르칸 오르겐, 권승찬
오픈 그룹, <Repeat after MeⅡ>, 2022-2024
오픈 그룹은 2012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여섯 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결성되었다. 작품은 전쟁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억 속에 각인된 무기의 소리를 재현하고 이를 따라 해보도록 유도함으로써, 관람객이 전쟁의 감각적 기억을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해당 작품은 2024 베네치아비엔날레 폴란드관에서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새롭게 조정한 버전을 선보인다.
에르칸 오즈겐 작가와 영상작품 <Harese>, 2020
에르칸 오즈겐은 쿠르드계 튀르키예 작가로 싱어송라이터 아람 티그란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음악을 통해 전쟁이 남긴 심리적 상처를 환기해낸다. 캘리포니아 트웬티나인 팜스의 해병대 기지를 배경으로 참전용사들이 무기와 자신의 몸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권승찬,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온전히 마주 할 수 있는가?>(부분), 2024-2025
권승찬은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 등을 답사한 후 이를 목탄 연필로 묘사한 작업과 함께 그 땅에서 채취한 흙을 가지고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 회화와 설치 작품은 상호 연동되어 있다. 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이를 공론화하고 있는 연구자, 영화감독 등의 인터뷰를 담은 아카이브 영상도 함께 선보여진다. 각 지명 위에 센서가 장작된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불이 켜진 상태로 있던 조명은 관람자가 다가서는 순간 꺼진다. 이때 나는 '탁'하고 무심히 울리는 기계음은 단순한 물리적 반응을 넘어, 사회적 무관심과 거리감 사이의 관계를 환기시킨다.
섹션2.'현재 우리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가' : 에코 누그로호, 이세현, 강수지·이하영
에코 누그로호, <The Time of Chaotic Beauty> 외, 2025
에코 누그로호는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이나 벽화, 수공예 작업 등을 통한 예술 실천을 지행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부터 민주화 등 격변과 개혁의 시기에 성장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한명이다. 작품은 세계의 복잡하고 격동적인 현실을 시각적으로 포착한 대형 벽화이다.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인간과 지구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세현 작가의 작품들
이세현은 '이미지 글쓰기'라는 독자적 작업 방식으로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역사적 이야기와 자신의 내밀한 고민을 엮어낸다. 이는 기록과 해석, 상상이 교차하는 영역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피소드 시리즈' 신작은 관객에게 이미지를 '공유'하는 형태의 예술로 확장되었다. 작가는 최근 '사건'으로 불리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사진이 지닌 시간적 현실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개입을 시도한다.
강수지·이하영, <민주주의 덕질하기>, 2025
두 작가는 지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장에서 떠올린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2030 여성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웠던 장면을 주목한 것에서 시작된다. 케이팝 팬덤 문화의 하나인 생일카페의 형식을 차용하여 '민주'와 '주의'가 멤버인 아이돌 그룹 키세스의 행사장에 관람객은 초대되게 된다. 이 경험을 통해 연대와 상호 돌봄, 삶과 공동체, 역사적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섹션3. '변화의 미래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 이산, 진양핑, 아이작 총 와이
이산, <타자와 더불어 봄을 이룬다>, 2025
이산은 퍼포먼스 아트를 주된 표현 방식으로 삼아왔다. 이불내피와 마이크로 이루어진 작품 속에서 관람객은 이불 위로 머리를 내밀고 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여러 사람과 공유한다.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속삭임과 외침 그리고 울림이 있는 공동체적 리듬을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진양핑 작가의 작품들
진양핑은 일종의 연극적 방식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커튼 페인팅'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에서는 검열로 인해 선보이지 못 했던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이작 총 와이
아이작 총 와이는 베를린과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서 폭력과 시의 감각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개인의 신체가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공동체의 서사와 연결되는지를 탐색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Falling Reversely>(2021/2024)는 아시아계 퍼포머들과 함께 인종차별 폭력으로 쓰러지는 아시아인들의 CCTV영상을 연구하여 이 움직임을 되감는 것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낙하하는 몸들을 서로 연결된 움직임으로 바꾸며, 공격의 시간을 연대와 저항의 시간으로 전환해 낸다.
전시의 작품들은 공동체적 실천의 현장을 재현하거나, 집단적 기억의 장소를 호출하고, 전쟁이라는 극한의 현실에 몰입하거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 단서와 흔적을 쫓는 등의 다양한 개입으로써 '예술적 점유'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