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2025.8.7-10.19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탐구하는 '비디오 몰입'형 전시인 <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가 2025년 8월 7일부터 10월 19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 강이연, 구기정, 권혜원, 염인화 등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최첨단 미디어 기술을 기반하여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과 용인포은아트홀의 외벽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파사드로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 전경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용인특례시가 체결한 '용인특례시 스마트 관광도시' 협약에 따라 공동 추진됐다. 전시 종료 후에는 10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야외 미디어윌에서, 이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야외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 제목은 아르튀르 랭보의 시 '영원'에서 가져왔다. “나는 다시 보았다/무엇을? 영원을/그것은 푸른 바다에 녹아드는/붉은 태양”이라는 구절처럼, 붉은 태양의 영원한 시간대는 비디오가 지닌 시간 감각과 맞닿아 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비디오의 특성과 비선형적 시간 감각을 통해 백남준이 꿈꿨던 ‘비디오로 연결된 삶’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전경

조권진 학예연구사는 “최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미디어 스크린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서 예술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통해 비디오 시공간에 대해 탐구해 보는 전시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작가의 작품을 몰입하면서 나타나는 시공간의 초월적인 경험을 함께 탐구해 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총 10작품으로 구성되며, 비디오 설치 및 비디오 스크리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남준, <촛불 TV>, 1975(1999), 34x36x41cm, 초1개, 철제 TV 케이스 1대 )

전시장 입구 왼쪽에 설치된 백남준의 《촛불 TV》은 텔레비전의 기계적 부품을 모두 비워내고 촛불 하나로 빛의 상징을 보여준다. 조권진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은 백남준이 1963년 독일에서 선보인 실험 텔레비전과 대비되는 작품으로, 비디오가 가진 다양한 이미지와 정보를 빛을 통해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 <M200>, 1991, 300x960x50cm, CRT TV 모니터 86대, 2-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M200》은 총 86대의 텔레비전을 수직과 수평으로 배열해 영상을 상영하는 대형 설치작품이다.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작품에서는 모차르트의 연주 이미지와 백남준의 대표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세계와 손잡고》, 《바이 바이 키플링》 등의 주요 푸티지들이 조화를 이루며 상영된다.


염인화, <솔라소닉 밴드>, 2024(2025), 가변 크기, 3D 퍼포머티브 장치-환경(PC기반 가상현실, 모바일 증강현실, 제작악기),
19분 45초, 스테레오 사운드 )

전시의 중앙에는 염인화의 《솔라소닉 밴드》가 실제 악기 장치들과 함께 어우러져 설치되어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도 야외 공연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가상의 밴드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기후 위기와 지속해서 발전하는 AI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고민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의 기술을 사용하여 관객이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밴드 리드’가 되어 함께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권혜원, <더블 비전>, 2025, 가변 크기, 입체시 3D 단채널 비디오, 15분, 걸러, 다채널 오디오 사운드

권혜원 작가는 현대의 미디어 환경이 개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 현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마치 “보이지 않는 미로 같다”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미로’의 공간은 H.P 러브크래프트와 케네스 J. 스털링의 SF 소설 『에릭스의 벽』에서 나오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관람할 때는 3D입체 안경을 사용하여 영상을 시청한다. 영상의 내용은 백남준아트센터가 가상의 투명한 미로로 설정되고, 퍼포머들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건물의 안팎을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경계를 탈주하려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구기정, <투명성 렌더링 장치>, 2025, 200x250x300cm, 아크릴에 UV 프린트, 모니터, LED,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흙, 살아있는 식물

구기정의 《투명성 렌더링 장치》는 여러 대의 커스텀 모니터가 설치된 대형 스테인리스 구조물로, 내외부가 토양과 살아있는 식물로 둘러싸여 있다. 작가는 '영감을 받은 자연 식물을 그대로 두고, 식물 뒤 LED 조명에서 이미지가 아닌 LED가 빛을 내는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매끈하게 정돈된 시각 이미지가 아닌 복잡한 기술 구성을 인식하며, 우리가 화면을 통해 접하는 인공적 이미지들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작품은 360도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며 감상할 수 있다. 

5인 작가의 작품이 상영되는 전시장 내부
 
전시장 안쪽에는 5인 작가의 영상 작품이 연속 상영되는 특별 공간이 마련됐다. 조권진 학예연구사는 '소리에 특히 신경 써서 공간을 구성했다'며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안쪽 벽면에 방음 시설을 설치하고, 입구에 추가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를 시작으로 강이연 《배니싱》, 구기정 《투명성 시각 풍경》, 권혜원 《우로보로스 엔진》, 염인화 《솔라소닉 밴드(Inst.)》가 차례로 상영된다. 관객은 360도 스크린을 통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기자간담회

 이번 전시는 백남준을 비롯한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언어로 비디오 시대의 시공간, 기술,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연결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여정이다. 관람객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비디오의 몰입적 경험 속에서 각자의 감각을 일깨우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