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희정당·대조전·경훈각 벽화, 105년 만에 한자리에…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대한제국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한 희대의 걸작, 창덕궁 내전 벽화 6점을 한데 모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20년 창덕궁 내전 재건 당시 제작되어 황제 부부가 실제 생활 공간에서 마주했던 대형 벽화 원본들을 105년 만에 최초로 일괄 공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

창덕궁의 내전인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생활하던 공간이다. 이곳은 1917년 큰 화재로 소실된 후 3년에 걸친 재건 공사를 통해 1920년 새롭게 태어났다. 전통 건축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에는 서양식 설비와 실내장식을 도입한 근대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 이때 전각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화가 여섯 명이 참여하여 대규모 벽화를 제작했다.


희정당 벽화

총석정절경도 叢石亭絶景圖 Magnificent View of Chongseokjeong

(Mass of Stones Pavilion)

김규진 | 1920 | 비단에 채색

195.5×882.5cm | 국가등록문화유산



대조전 벽화

봉황도 鳳凰圖  Phoenixes
오일영, 이용우
1920 | 비단에 채색
198×577cm | 국가등록문화유산


경훈각 벽화
조일선관도 朝日仙觀圖  Land of Immortals at Sunrise
노수현
1920 | 비단에 채색 | 184×516cm | 국가등록문화유산


이번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섯 점의 벽화는 희정당에 걸렸던 해강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대조전의 정재 오일영과 묵로 이용우 합작 '봉황도(鳳凰圖)'와 이당 김은호의 '백학도(白鶴圖)', 그리고 경훈각의 심산 노수현 '조일선관도(朝日仙觀圖)'와 청전 이상범의 '삼선관파도(三仙觀波圖)' 등 총 6점이다. 이 벽화들은 높이가 180~214cm, 너비가 525~882cm에 달하는 거대한 '부벽화(付壁畵, 벽이 아닌 비단에 그린 후 벽에 부착하는 형식)'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시의 제목에 쓰인 '근사(謹寫)'는 벽화에 참여한 화가들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삼가 그려 올린다'는 뜻으로 남긴 서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황제에 대한 극도의 존경심을 표하는 전통적인 궁중화의 관례를 따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명확히 남겨 화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근대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이처럼 창덕궁 벽화는 조선의 전통 궁중회화와 근대 미술의 흐름이 교차하는 격동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희정당 동쪽에 걸린 모사본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
희정당 서쪽에 걸린 모사본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각 전각의 쓰임새와 벽화의 상징성은 황실의 염원을 담고 있다. 국왕의 집무실 겸 접견실이었던 희정당 벽화는 김규진이 직접 금강산과 총석정을 유람하며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금강산의 웅장하고 환상적인 절경을 청록산수화풍으로 표현하여 국토의 웅장함을 상징한다. 왕과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은 오일영·이용우의 '봉황도'와 김은호의 '백학도'가 좌우를 장식하며 태평성대와 황제 부부의 영원한 화합을 기원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은호의 '백학도 초본'이 최초로 공개되어 대작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황제 부부의 서재 겸 휴식처였던 경훈각에는 노수현의 '조일선관도'와 이상범의 '삼선관파도'가 걸려 신선의 세계를 묘사하며 무병장수와 영생의 염원을 담았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1920년대 창덕궁 내전의 화려하고 근사한 모습을 관람객들이 생생하게 떠올려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선 왕실 최후의 궁중회화이자 우리 근대미술의 중요한 유산인 이 대작들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특별전은 10월 1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였으며, 벽화의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2부 전시도 함께 마련되어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 상세전시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2025.8.14-10.12
2층 기획전시실Ⅰ·Ⅱ

작성: 손주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