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는 바다 사이에 있다》 문이삭 개인전, G갤러리

갤러리 입구
G갤러리에서 3월 12일 오전 11시, 문이삭의 개인전 《보헤미아는 바다 사이에 있다》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본 전시에서는 사진측량(Photogrammetry)과 3D 프린팅 등 디지털 기술로 작가의 세계관 확장을 보여준다. 채승민 큐레이터가 작가와 전시를 소개한 후, 문이삭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며 진행됐다.

설명하고 있는 문이삭 작가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교차시키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크게 세 가지의 뼈대로 구성되는데: ① 서구적 시각에서 풍경을 측량하려는 욕망, 대상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태도, ② 동아시아 전통 – 자연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상하는 문화, ③ 석가산으로 대표되는, 두 시각 사이에서 생기는 간극의 탐구이다. 그 결과, 전시장에는 세라믹, 3D 프린트, 수집된 자연물 등을 활용한 작업이 함께 배치되며 서로 다른 층위의 자연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시 전경
전시명에 들어가는 '보헤미아'는 지리적으로 내륙에 위치한 곳으로 바다와는 먼 곳이다.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헤미아를 바닷가에 있다고 여기며, 일종의 이상향처럼 다루는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이 점을 지적하며 이상향과 실제의 간극을 논하고자 이를 차용했다.
작가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텃밭과 아이와 함께 뛰놀던 산에서 채집한 흙으로 세라믹 작업을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점토가 아닌 흙을 사용하면서 형태가 깨지거나 부서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를 오히려 흙의 물성이 드러나는 과정으로 수용하며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전시장에서는 산수화나 도자기 등 기존 이미지 위에 흙이나 광물을 갈아 만든 안료를 덮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집한 도자기 위에 흙을 여러 겹 덮어 굽는 과정을 거친다. 가마에서 굽는 동안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도자기 위에 그려진 기존 이미지가 흙이 갈라지며 드러나기도 하고, 굽는 과정에서 안료가 사라져 그림이 소멸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는 흙과 도자기의 물성 차이로 인한 것으로, 작가가 전혀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발견한 반응이다.
또한, 당근에서 구입한 산수화를 덮는 물감은 작가가 수집한 수석이나 광물을 갈아서 만든 것들이다. 여러 군데에서 가져온 흙을 쓰고 남은 돌들을 갈아서 만든 물감은 모두 조금씩 다른 색을 띤다. 자갈이나 돌을 갈아서 만든 안료는 밝은 색을 띠며, 흙을 이용한 물감은 진한 색감을 낸다고 한다.

(왼쪽부터) 〈Mountain Stroke Series #22〉, 2026, Collected soil and stones, binder, found landscape paintings, 60.2×44cm
〈Mountain Stroke Series #27〉, 2026 Collected soil and stones, binder, found landscape paintings, 44×112.1cm
〈Mountain Stroke Series #22〉, 2026, Collected soil and stones, binder, found landscape paintings, 64×39cm
〈Mountain Stroke Series #25〉, 2026, Collected soil and stones, binder, found landscape paintings, 40.5×68cm
〈Mountain Stroke Series #13〉, 2026, Collected soil, found ceramic, refired at 1240°C, 23×30×3.3cm
〈Mountain Stroke Series #12〉, 2026, Collected soil, found ceramic, refired at 1240°C, 26.5×26.5×3.3cm
전시에는 〈괴석〉 시리즈도 포함된다. 괴석은 자연에서 발견되지만 인위적으로 조형된 것처럼 보이는 형태를 지닌 돌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제 이거는 괴석이라는 작업이고, 제가 얘기 드렸던 것처럼 괴석이 자연적으로 나왔지만 되게 인위적으로 나온 것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여기에는 일종의 형태나 흙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약간 애매하거든요.' 그에 의하면, 풍경이라 하기에는 작고 조각이라고 하기에는 중량감(mass)이 부족한, 곡선과 직선이 혼재된 모호한 대상을 소개한다. 특정한 형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만들되, 곡선과 직선 정도의 형태를 취한다. 멀리서 봤을 때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런 돌멩이를 찾으려 하면 없는 형태들이다.
또 다른 작업은 3D 프린트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창덕궁 낙선재 뒤편에 남아 있는 세 개의 비석을 기반으로 한 작업으로, 모티브가 되는 세 비석은 과거에 여겨져 왔던 이상향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위에 오늘날의 이상향을 접목시키는데, 온라인에 공개된 여러 사람의 사진 데이터를 수집해 포토그래메트리 방식으로 입체물을 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촬영한 부분일수록 디테일이 살아나고, 데이터가 적은 부분은 단순한 폴리곤 형태로 남게 되는데, 이는 오늘날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여기에는 작가가 직접 논문을 기반으로 지역과 대상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AI와 3D 프린팅 기술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왼쪽부터) 〈Samshinsan: Bongnae (2025)〉, 2026, PLA, 3D print based on collected images of a scholar’s rock, Nakseonjae, Changdeokgung Palace, 114×82×48cm
〈Samshinsan: Yeongju (2025)〉, 2026, PLA, 3D print based on collected images of a scholar’s rock, Nakseonjae, Changdeokgung Palace, 110×79×26cm
〈Samshinsan: Bangjang (2025)〉, 2026, PLA, 3D print based on collected images of a scholar’s rock, Nakseonjae, Changdeokgung Palace, 102×71×26cm
작가는 실제로 석가산에 대한 문헌 조사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음을 짚는다. 나아가 현재 석가산이 아파트 조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조경 또한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역사적인 맥락들을 바탕으로, 과거의 것과 오늘날 석가산을 소비하는 방식을 함께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취하고 물성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도 우리는 자연으로 여기고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 아래, 다양한 층위들을 하나씩 축적해왔다.

〈Lucky #2〉, 2026, Epoxy putty, grout, pigment, 20×24×17cm
전시장 곳곳에는 '펫락(Pet Rock)'에서 착안한 작은 오브제들도 배치되어 있다. 펫락은 1975년 미국에서 등장했던 '반려 돌' 문화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대한 풍자이자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언급된다. 작가는 대중문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돌을 기르는 서사를 통해 현대 사회가 사물과 관계 맺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뒤) 〈Goeseok #1〉, 2025, Collected soil, ceramic, glaze, fired at 1240°C, 125×77×43cm
(앞) 〈Goeseok #3〉, 2025, Collected soil, ceramic, glaze, fired at 1240°C, 123×78×42cm
문이삭의 이번 개인전은 자연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동양의 자연관과 서구의 측량적 시선—을 교차시키며, 물질과 이미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풍경을 제안한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던 풍경부터 사진으로 담는 경관이나 사물에 대한 재인식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축적으로 작가는 전시장에 새로운 풍경을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