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라이프의 거울: 리칭의 《Blessing Moment》
탕 컨템포러리 서울(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6 지하2층)에서 Li Qing(1981–)의 개인전 《Blessing Moment》가 2026년 1월 30일부터 3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장 곳곳에서 은은한 유화 냄새가 맴돌았다. 미디어아트가 범람하는 현재, 전통적인 매체라 할 수 있는 유화를 다룬 작품을 마주하니 반가움이 먼저 느껴졌다.

전시 전경
리칭은 현대인의 욕망과 현실에 주목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가 취하는 행동들을 거울처럼 표상한다. 그의 작품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이를 보자마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위 ‘유명한’ 전시를 보러 가거나 ‘인스타 명소’라는 키워드에 쫓기고 있는지 떠올리게 된다. 유명인이 SNS에 올린 작품 앞에서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그 장소에 다녀왔다는 인증샷을 남기는 데 급급해진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좌) Li Qing, Cableway of the Heart, oil paint, acrylic, panel, canvas, 71.5×59.5×2.5cm, 2025.
(우) Li Qing, Cableway of the Heart, oil paint, acrylic, panel, canvas, 71.5×59.5×2.5cm, 2025.
타인이 봤을 때 내가, 혹은 내가 방문한 장소가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현실과 다르게 사진을 보정하는 일 역시 흔하게 일어난다. 리칭의 회화는 특정 부분만 확대해 분위기 있게 촬영하는 요즘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우리의 수많은 욕망 중 하나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몰두하는 태도를 은근히 비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다소 냉소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와중에도, ‘회화’라는 매체가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삶의 일부를 끊임없이 공개하고 증명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매체는 대부분 디지털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만들어진 ‘나’를 드러내고 자랑하기 바쁜 우리의 모습을,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적인 유화가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웃음이 났다.

Li Qing, My Trip to Hawaii, oil on canvas, frame, 186×225cm, 2013.
유화를 그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밑작업부터 물감이 겹겹이 쌓이고 마르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몇 초면 충분한 디지털 세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 매체가 단 1초면 충분한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다녀온 여행지, 힘들게 저금해 산 사치품, 어렵게 시간을 내어 만난 소중한 모임. 사진으로 남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은 오직 그 사람만이 알고 있다. 모두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사정과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리칭의 전시는 이러한 숨겨진 이면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더 소중히 여겨야 할 순간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