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의 문화 저변을 넓히는 갤러리JJ와 강주연 대표
장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30길 63, 갤러리JJ
운영시간: 화-토, 11:00-19:00 (일, 월 휴관)
인터뷰: 2026.03.13.
인터뷰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손예주 학예연구원

갤러리

입구 사진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갤러리JJ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갤러리JJ는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해있습니다. 2013년에 개관하여 어느새 14년째입니다. 저희는 기획전시를 하는 갤러리로써,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인 흐름을 조망하고 역량 있는 국내외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온 전시 공간입니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견 작가인 서용선 작가를 비롯하여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신미경, 전원근, 그리고 젊은 작가군으로 아담 핸들러, 닉 슐라이커 등 외국 작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성장을 위해 계속하여 그들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구요. 말하자면, 갤러리JJ가 지향하는 첫 번째 가치는 1차갤러리로서의 기획전시의 사명을 다하는 것, 두 번째 가치로는 문화 공간입니다. 컬렉터와 작가를 연결하고 작품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동시대 이슈가 있고 예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교류하고 담론이 오가는 문화 공간을 지향합니다.
Q. 갤러리JJ는 2013년에 동시대미술을 조망하고자 개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현재의 자리로 옮기셨다고 했는데, 그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홍익대 근처 상수동에 문을 열고 2년 지난 후 지금의 장소로 옮겼습니다. 상수동 시절이 갤러리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홍대 주변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로 충전되었던 시기였다면, 압구정 이전은 확장과 전문성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더 넓은 층위의 컬렉터들과 만나고, 국내외 미술 시장의 흐름에 반응하면서도 갤러리JJ만의 독자적인 큐레이팅을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선보이고자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을 줄여 갤러리에 집중하기 위한 것도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설립 초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아카이빙의 깊이와 네트워크의 확장입니다. 큐레이팅의 역량과 함께 훌륭한 작가군이 형성되고 컬렉터분들과의 안정적인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작가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좀 더 글로벌한 스펙트럼을 갖추게 된 점이 가장 큰 성장이라 봅니다.
처음에는 갤러리의 특성, 정체성이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여성작가만의 공간으로 할지, 다양한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은 작품을 찾고, 매 전시마다 국영문 도록을 발간하여 아카이빙을 구축하면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덧 갤러리의 색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이란게 저절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더군요. 처음에는 신진작가 공모전도 했습니다. 1년에 한 번은 가지는 것이 갤러리의 의무라고 생각했구요. 지금도 공모전은 다시 살려볼 생각은 있습니다. 다만, 기획전시를 열고, 키아프 등 아트페어에 참가하다보면 1년이 금방 갑니다.
아카이브를 중시하여 전시마다 꼭 전시 도록에 영어 전시글을 남겨 외국에 소개할 준비를 해두는 것, 그리고 강좌 이벤트나 작가와의 대화, 관객들이 참여하는 아트체험교실 등 갤러리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꾸준히 가져오고 있는 요소들입니다. 지금은 미술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국내외의 동시대 작가님들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전시하실 때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언어나 문화권이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처음 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해외에 스튜디오를 두고 활동하는 국내 작가들도 많은 만큼 이제 해외 작가, 국내 작가 가릴 것은 없다고 봐요. 전원근 작가는 뒤셀도르프에 있고, 신미경 작가 런던에서 작업하잖아요. 그리고 닉 슐라이커나 아담 핸들러 같은 미국 작가들도 우리나라에서 전시할 때 특별히 이질감을 느끼는 게 없더라고요. 외국에서 전시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전시하는 건 큐레이팅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슐라이커의 경우,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인데 이 공간을 무척 좋아해줬어요. 오프닝 때 아담 핸들러도 이 공간을 좋아했어요. 저희가 전시를 할 때 포스터를 만드는데, 이제 사인회도 해요. 그때 아담 핸들러의 경우,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특히 아담 핸들러의 작품 세계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단순히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아니라 친근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이분은 아버지가 미국의 민속 조각가셨더라고요. 여기 보시는 것처럼 작가가 직접 동화책을 만들기도 해요.

Adam Handler, The Night the Stars went Missing, 표지

Adam Handler, The Night the Stars went Missing 세부
Q. 전시 기획 시 작가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실까요?
먼저 조형적 독창성, 두 번째는 지속가능한 철학입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작가만의 고유한 문법이 뚜렷한지, 그리고 그 작업이 현대의 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갤러리JJ는 작가의 현재뿐 아니라 작가가 그려나갈 미래의 궤적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예술은 동시대의 생각, 감성과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곧 생동하는 자세, 감각적 혹은 어떤 철학이 들어있는지 등 좋은 작업을 판단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때 저만의 몇 가지 기준도 있습니다. 작가로서 작업을 쭉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즉, 작업량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서용선의 경우 형상미술을 끌고 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신미경의 비누작업, 닉 슐라이커의 셰이프트 캔버스의 색면 작품 등 매체가 독창적이거나, 유현경이나 서용선처럼 회화적인 맛이 제대로 나는 작품들이 좋습니다. 올해 갤러리JJ와 새롭게 함께 하게 된 독일의 수사 라인하르트, 김영헌 작가 등 이들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 작가는 아니지만 니콜라스 파티의 경우는 파스텔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이용할 줄 압니다. 그게 새로움입니다. 전통에 뿌리를 둔 새로움. 회화는 늘 살아있죠. 선정 기준을 크게 보면, 작품성이 첫째이고 두번째는 시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 현대 담론에 활발히 관심을 가지시고 미술계의 흐름을 예리하게 주목하시는 만큼, 갤러리 JJ에서는 전통적인 매체 외에 뉴미디어를 다루는 전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에 김영섭 작가님의 사운드아트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전선으로 만든 항아리 작품인데 그 안에서 소리가 나는 작업이에요. 스피커에서도 소리가 나고요. 김영섭 작가님은 주로 미술관에서만 전시하시다가 갤러리 전시를 한 번 하고 싶어하셨어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어요.
Q. 갤러리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전시가 있으신가요?
작가님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용선 작가의 경우, 전시를 여러 차례 했었고 이제 곧 새로운 전시로 단종의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침 단종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의도치 않게 뭔가 재미있고 한편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예전에는 서용선 작품을 향한 시장의 반응이 ‘너무 센 느낌’이라는 이유로 판매가 쉽지 않으면서도 매니아층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느덧 서용선 작가의 형상미술이 잘 받아들여지는 기조가 생겼습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을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생각해보면, 서용선 작가의 초기 작업인 소나무 시리즈 주제 전시가 무척 보람 있는 전시였습니다. 80년대의 귀한 작품들을 꺼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오늘날까지를 아우를 수 있어서 아카이브적인 전시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처음 소개한 닉 슐라이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그룹전에서 모두 완판하여 개인전도 진행을 했습니다. 미국작가인 닉, 그리고 아담 핸들러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여 사인회를 하고 서울의 전시도 같이 둘러본 시간들도 무척 보람있고 좋은 기억입니다. 서울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갔죠.
갤러리 프로그램으로 김선현 미술치료 강좌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공감하고 치유의 순간과 감격스러움, 미술이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어서 참 따뜻했습니다.

Q. 관람객이 단순히 좋은 작품, 뜻깊은 작품을 만나는 것 외에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가져가기를 바라나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이 동네에서 문화의 저변을 넓힌다고 생각해요. 가끔 저희 갤러리 지나가시는 분들 중에 들어와도 되는지 여쭙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아직 모두가 미술을 쉽게 접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예술이 일방적인 감상이 아닌 능동적인 체험이 되길 바라며 개관 초부터 강좌, 작가와의 대화, 아트체험교실 등을 꾸준히 운영해 왔습니다. 관람은 되도록 공간에서 천천히 생각하면서 오래 머무르는 전시의 경험을 추천합니다. 놓여진 참고자료들도 보면서 예술이 있는 공간 체험을 즐기시면 됩니다. 흔히 살롱이라고 하잖아요. 예술의 토론과 만남의 장소 교류하는 장소가 되고자 합니다. 이벤트로 티셔츠 혹은 도예교실 같은 체험 교실, 그리고 미술치료 강좌, 현재의 미술시장 강좌 같은 것도요. 그러다 보면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컬렉팅하는 기회, 기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 올해도 프로그램을 이어서 하실 예정이실까요?
네. 티셔츠 만들기는 매해 여름마다 진행해왔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만큼, 올 여름에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Q.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씀주실 수 있으신가요?
글로벌화가 중요한데, 우리 작가들을 해외 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반대로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해외 작가들을 국내에 밀도 있게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차근차근 해외 아트페어 참여와 그로 인한 네트워크 확장을 숙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진행했던 전시의 도록에 쓴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고자 합니다. 지금 동시대에서 열심히 작업하시는 우리 작가님들을 한자리에 모아, 책으로 출간한다면 뜻깊은 일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갤러리JJ의 본질은 결국 좋은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가진 작가들을 긴 호흡으로 지원하며, 컬렉터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갤러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예술적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것입니다.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예술로 소통하는 모든 접점에서 감각적인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즉,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예술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작가와 관객이 깊이 있게 소통하는 플랫폼이 저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