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모두 일시적이고 임의적인 삶을 사는 존재들이다. 먼지와도 같이 부유하다가 이내 사라진다. 이 비극적인 수사는 너무나 진실이어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세상은 먼지로 이루어졌다”고 인도의 오랜 속담은 말한다. 무에서 유로 태어났다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유한한 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무를 향해, 종말을 향해 열심히 살아간다. 죽어간다. 산다는 것은 동시에 죽어가는 것이고 죽음은 한 생명체의 최종 귀착지가 되어 남은 이들에게 부고를 발송하고는 마침내 종적을 지운다. 그렇
칼럼 외부칼럼
박영택
LAST PUBLISHED
ALL(547)
먹으로 재현된 낯섦의 풍경이채영은 먹과 모필을 이용해 구체적인 대상을 정밀하게 종이(장지) 위에 옮긴다. 이른바 모필 사생, 먹물만으로 이루어진 재현회화다. 먹의 번짐이나 선염기법, 필선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흡사 목판처럼, 수채화물감처럼 쓰고 있다. 선이 아니…
차이를 발생시키는 회화고지영의 회화는 안개에 갇혀있다. 안개는 대상을 지우고 덮어나가다가 조금씩 출몰시킨다. 그것은 완전한 무(부재)도 아니며 그렇다고 온전한 것도 아니다. 지시성과 은폐 사이에 머뭇거리는 회화, 가시성과 비가시성 사이를 오가는 회화다. 그린 듯 그리지…
색과 빛의 형상화이주연의 작업은 이른바 \'현대적인\' 동양화 작업을 탐색 하고자 한다. 사실 현대적인 동양화란 이상한 표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통적인 동양화 장르, 개념, 매체 등등을 서구현대미술의 논리 속에서 해체, 재구성 해나가려는 일련의 시도를 총칭한다. 그…
소금밭에서 발견된 풍경들박찬원은 자신의 고향인 대부도의 염전(소금밭)을 찾았다. 많은 시간 그는 염전을 바라보는 일로 보냈다. 그러나 그가 촬영한 것은 정작 염전의 풍경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몸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염전에 밀착해서 그 표면에서 일어나는 …
사라짐의 배후를 응시하는 사진허명욱은 낡거나 녹이 슨 문들을 수집했다. 시간 속에서 불가피하게 겪은 무수한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는 문의 표면은 그 위에 머물렀던 시간의 양과 강도에 따라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사물도 나이를 먹는다. 닳아 없어지는 것이 사물의 …
순환 Cycle 循環-자연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테트라포트육지는 바다가 채 덮치지 못한 구역이다. 역으로 말하면 흙과 풀이 더 이상 밀고 나가지 못하는 곳이 바다다. 물이 멈춘 자리에 비로소 땅이 가능하다. 모든 땅의 끝은 물이 막아선다. 그래서 해안가는 일종의 임계…
심해어가 있는 풍경바다에서 인간의 직립은 무효하다. 땅에서 가능한 인간의 삶의 조건은 물속에서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땅과 바다는 그렇게 날카롭게 분리되어 배타적인 영역으로 자리한다. 땅에서 살아남은 것들과 바다에서만 삶이 가능한 것들이 별도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두…
한강풍경-세부로 말하는 방식사진은 외부세계를 기계적으로 재현하는데 멈추지 않는다. 그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는 여러 차원의 겹들이 동시에 쌓이는데 그 하나는 사진 찍는 이의 의도적인 선택과 배제가 그것이다. 아울러 그 선택이란 것도 의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이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