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욱진 백년 : 인사동 라인에 서다
2017.07.24 - 08.24
인사아트센터
오랫만의 인사동이다. 인사동을 자주 들락거렸을 때는 일주일 중 수시로 다녔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변화하는 인사동에 적응하는 재미가 사라져 자주 찾지 않게되었다. 그런 인사동이지만 원래 인사동이 가졌던 느낌과 잘 맞는 전시가 있어 다녀왔다.

입구에서 직원은 1층, 2층, 3층을 둘러보고 지하까지 둘러보면 전시를 다 볼 수 있다 하였다. 하지만 이곳 인사아트센터을 오래 오가며 둘러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4층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내려오면서 전시를 보았다. 전시장에 특이했던 것은 층별 연대기 순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공간 안에 집모양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었다는 것이다. 1층의 전시는 초기와 1963년부터 75년 덕소시절이 빨간내부의 집, 1975년부터 79년사이 명륜동시절이 파란내부의 집. 2층 1980년부터 85년 수안보시절이 초록내부의 집으로, 1986년부터 90년사이 신갈시절이 노란내부의 집으로 전시되었다. 3층 '선(禪)아님이 있는가'와 별도의 영상관이 마련되었다.

소와 나무, 1978 / 소와 돼지, 1977
집으로 만든 구획의 색깔은 자연스럽게 그의 그림을 떠올리는 색들이었다. 빨간 황톳길과 노란 땅, 초록 나무와 파란 하늘 그리고 강이나 냇물. 장욱진 화백이 사랑했던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집의 모형과 작품들이 만드는 아늑함은 그의 작품세계와 닿아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꾸는 꿈의 세계는 좀 다르다
나의 꿈속엔 나만의 동산이 있다
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 위에 집이 있고
송아지와 개가 있고 하늘엔 해와 달이 있다
새해에도 나는 나의 동산에 살며 마냥 행복할 것이다."
- 장욱진 (전시장 벽면내용 발췌)

싸리문, 1986 / (부분)

손자, 1972 / 현판들
단순한 그의 선들은 단순하지만 다 담아내고 있었다. 몇 가닥의 선으로 그려낸 부처, 달마대사의 모습이 그러했다. 손자와 까치, 심지어는 자화상도 그러했다. 글씨를 그림으로 그려낸 것들도 귀여웠다. 그렇지만 글씨가 되기 전 그림이었음을 상기하면 글씨의 원래 모습이라 해야할까. 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그것이 담은 진심이 나에게까지 느껴져서일 것이다.

자화상, 1986 / 3층 장욱진 사진 / 달마도, 1979 / 새해아침, 1985
4층은 아트샵은 가지말까 고민하다 으레 욕심나는 작품들이 엽서로 나마 있다면 하나 구매할까 하는 작은 바램으로 올라갔었다. 실패한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마지막 지하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지하전시장엔 장욱진 백년 기념 방외(方外) 후배 삼인전이 있었다. 최종태, 오수환, 윤광조 작가의 작품들이 일화와 더불어 있었다.

윤광조 전시전경 / 최종태, 오수환 전시전경(부분)
묘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양 손을 가슴에 모아 기도하거나 명상하는 기분과 함께 차분해지는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었던 전시는, 예술이 사람에게 무얼하는지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던 듯 하다. 전시서문에 "하늘에 살았던 신선이 발을 잘못 디뎌 지상으로 잠시 내려왔던 사람들이었다"는 인용구를 공감하며 말이다.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