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포스터
4월 11일 오전 10시 30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 서울관에서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展의 언론간담회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1950~70년대 ‘코브라(CoBrA)’,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등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Asger Jorn, 1914-1973)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다.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과 협력하여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대안적 언어’는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미술사 쓰기를 제안한다는 의미다. 작가가 일생 동안 ‘대안적 언어’로서 추구한 예술적 실험, 정치적 참여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는 주류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서술된 미술사는 아스거 욘의 회화적 표현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展, <크지스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展,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展에 이어 2018년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展에 이르기까지 서구 주류미술사 편중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보다 다양한 시점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이번 전시 역시 주류가 아닌 ‘지역의 서사’가 바탕이 된 대안적 시각으로 미술사를 다시 쓸 것을 제안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언론간담회에서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과 Jacob Thage 덴마크 실케보르그욘미술관장의 환영사와 박주원 학예연구사의 전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공동체와 소통하며 사회운동가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고미한 아스거 욘의 작품세계를 해, 국내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예술의 관계를 사유하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하며 “특히 이번 전시에는 관객 참여형 작품 <삼면축구>를 선보이는데, 이는 기존의 축구 경기와 달리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며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으로 매우 흥미롭다”고 언급하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Jacob Thage 덴마크 실케보르그욘미술관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Jacob Thage 덴마크 실케보르그욘미술관장은 “덴마크와 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전시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스거 욘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5,500여 개의 작품으로 미술관을 설립했으며, 이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설립된 것이다”고 말하며 아스거 욘을 회상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박주연 학예연구사가 전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실험 정신, 새로운 물질과 형태’, ‘정치적 헌신, 구조에 대한 도전’, ‘대안적 세계관, 북유럽 전통’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장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첫 번째 주제에서는 고전적 미술 언어의 틀을 깨는 아스거 욘의 초기 작업(1930-40년대)를 살펴본다. 아스거 욘은 예술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피카소나 미로 등의 작품을 자신 만의 방법으로 표현한 ‘전환’을 시도하며 다양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아스거 욘의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활동 작품
두 번째 주제에서는 아스거 욘의 사회적,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는 그룹 활동 ‘코브라(CoBrA)’,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SI)’ 등을 소개한다. 1948년 결성된 코브라는 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의 앞 글자에서 따온 명칭으로, 여기서 아스거 욘은 공동체 활동과 연대, 창의성에 바탕을 둔 대안적 문화를 실험하고자 했다. 1957년 결정된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은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아스거 욘, <무제(미완의 형태 파괴)>, 1962
세 번째 주제에서는 북유럽 전통으로부터 대안적 이미지를 탐구한 아스거 욘의 연구를 살펴본다. 아스거 욘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을 떠나 1961년 스칸디나비아 비교반달리즘 연구소(the Scandinavian Institute for Comparative Vandalism, SICV)를 설립했다. SICV는 스칸디나비아 중세 예술 연구를 통해 북유럽 문확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스거 욘의 <삼면축구>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편 이번 전시에는 앞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언급한 관객 참여형 작품 <삼면축구>를 서울박스에서 선보인다. <삼면축구>는 아스거 욘이 고안한 경기 방식으로,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여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골 득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일대일의 경기와 달리, <삼면축구>는 세 팀의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스거 욘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한 대안적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展은 2019년 4월 12일부터 2019년 9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기존의 엘리트주의 미술읽기가 아닌 대중에게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미술을 제시한 아스거 욘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스거 욘의 인생과 작품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이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