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페로탱(Perrotin)서울에서 뉴욕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출신의 박가희 작가의 개인전 <We Used to be Fish>가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페로탱에서 열린 그룹전 <기념비에 대한 부정(No Patience for Monument)>에 참여한 이후, 박가희 작가의 두번째 한국 전시 이자 그녀의 첫 한국 개인전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전시이다.

박가희, We used to be Fish, oil on canvas, 152.4x172.7cm(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이번 전시의 부제인 <We Used to be Fish>는 연인과 수조를 그린 그녀의 대형 페인팅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다. 박가희 작가는 “모든 생명체는 까마득한 옛날 바다로부터 왔다. 우리는 원래 모두 물고기였다” 며 절제되고 문명화 된 사회적 규범의 거부를 원시적인 행동과 부자연스러운 신체적 왜곡으로 나타낸 작품의 제목으로 이번 전시의 부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가희 작가와 작품 ’A Stray on the Table’(2019)
박가희 작가는 한국에서 출생하고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어린 시절 종교적이고 엄격한 가정 교육과 순응적인 것들을 강요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미국에서 미술 공부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한 그녀의 작업들은 종교로부터 강요 받던 죄책감과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탐구한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개인의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을 엿 볼 수 있는데 나체의 연인들이 그들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느긋하게 누워있거나,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여러 가지의 욕망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출현하는 장면들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런 작품들의 영감을 본인의 사생활, 혹은 지인들의 일상 이야기에서 얻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일상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 딴짓하는 고양이의 모습들,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테이블 등, 일상 속에서 공존하는 은밀한 신(scene)은 천박함이 아닌, 서로의 유대감이 드러나는, 작가만의 이상적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 구상 과정을 볼 수 있는 드로잉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작품 속 파스텔 톤을 띄며 둥그스름한 형태로 과장되게 표현된 피사체들은 각자의 열망의 대상을 향하여 손을 뻗는 형태로 캔버스에 묘사된다. 특히 작품 속의 과장된 형태로 불쑥 나타나는 손은, 작품의 대상을 관찰하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작가가 유학시절 초반에 느꼈던, 사회의 비주류이자 이방인으로 그들의 사회를 관찰했던 경험을 드러낸 장치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전시 전경
연인들의 은밀하고 이상적인 사생활을 담은 박가희 작가의 작업들은 기술이 범하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박으로 작용하면 나아가 이데올로기적 틀에 의해 형성된 개인을 구속하는 엄격한 가정 교육에 반하는 일종의 개인적 카타르시스로 여겨진다. 그녀가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은 캔버스의 평면 속, 수치심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으로 구현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감각적, 육체적 만족을 동시에 포괄함과 함께 진정한 관능성으로 발현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도 사회적 금기의 억압과 규율에서 잠시 벗어나 본인의 내면의 원시성, 즉 나의 ‘물고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김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