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을 9월 10일(금)부터 11월 28일(일)까지 덕수궁 야외에서 개최한다. 9월9일 오후 2시 프레스투어는 윤승연 홍보관 사회로 학예연구실 근대미술팀 김인혜 팀장의 인사 '믿보덕 은 믿고 보는 덕수궁미술관' 전시라고 소개했고 담당 박혜성 학예사의 전시개요, 질의응답에는 혹시 잔디훼손 등 문제는 없었느냐? 질문이 있었다.  박혜성의 안내로 현장을 돌며 몇 작가는 현장에서 본인 작품을 추가 설명했다.






2012·2017·2019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되는 《덕수궁 프로젝트》에는 현대미술가(권혜원, 김명범, 윤석남, 이예승, 지니서), 조경가(김아연, 성종상), 애니메이터(이용배), 식물학자/식물세밀화가(신혜우), 무형문화재(황수로)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의 작가 9팀이 참여해 ‘정원’을 매개로 덕수궁의 역사를 돌아보고 동시대 정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정원(庭園)’은 사전적으로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뜻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만들어진 자연’ 혹은 ‘제2의 자연’이다.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이자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인간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이 총체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부제인 ‘상상의 정원’은 조선 후기 ‘의원(意園)’문화에서 차용했다. 18~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은 글과 그림을 통해 경제적 형편에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의원, 즉 ‘상상 속 정원’을 향유했다.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은 정원의 역사, 사상, 실천을 다시 생각하고 재해석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열린 정원을 만들어낸다. 특히 장르, 매체, 세대 등 이질적인 성격의 각 작품과 작가들은 이야기가 있는 각각의 정원이면서 동시에 서로 조화와 긴장 관계를 이루며 더 큰 정원을 구성한다. 이 가을 도심속의 고궁 덕수궁 곳곳에서 현대미술작품을 만나보는 재미로 힐링해보는기회이다. 





권혜원의 영상작업은 몇 백 년 전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꾼 5인의 가상의 정원사를 상상하며 각기 다른 시대를 보낸 정원사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공존해온 식물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작품이 설치된 중화전 행각 기둥의 재료인 금강소나무와 행각 주위의 나무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인식을 뛰어넘는 비인간 존재를 환기시킨다. 



권혜원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2021, 오디오 비디오 설치>


폐목을 재생시킨 윤석남의 신작은 석조전 대정원이 완성될 무렵 식재된 고목과의 상상의 대화를 담았다. 작가는 극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궁궐이 개방된 공공장소로 변화한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이름 없는 조선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명쾌한 윤곽선과 밝은 색으로 그려, 덕수궁에서 새로운 시대를 마주한 그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낸다. 



                      윤석남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_1930년대 어느 봄날, 2021, 나무에 아크릴>


지니서는 1911년 석조전 앞 대정원이 조성되며 중화전 행각이 훼철된 것과 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에 주목했다. 동과 서, 전통과 근대의‘차이’를 이질성과 대립, 갈등 대신 소통 가능한 ‘간격’으로 간주하면서 작품을 매개로 두 영역을 서로 마주보게 한다. 바람과 햇빛이 투과해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은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의 통로가 되고, 관람객이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는다.



                                  지니서 <일보일경 2021 구리, 스테인리스스틸>


김명범은 전통적으로 장생불사(長生不死) 중 하나로 간주된 사슴을 스테인리스스틸로 주조해 즉조당 앞에 놓인 세 개의 괴석과 함께 놓는다. 전통정원의 주요 요소인 괴석 역시 장수를 상징하며 선계(仙界)를 은유한다. 이질적인 동물(몸체)과 식물(뿔)이 신비롭게 합체된 사슴은 낯설고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켜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김명범 <원, 2021, 스테인리스 스틸과 혼합재료, 37x510x380cm>


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는 일제강점에 의해 맥이 끊긴 채화문화를 되살렸다. ‘채화(彩華)’는 조선시대 궁중공예의 정수이자 정원문화의 하나로서,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청으로 장식되지 않은 석어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비단, 모시, 밀랍, 송화 등으로 만든 채화는 왕조의 불멸을 염원해 만들어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고종 즉위 40주년을 경축한 진연(進宴)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



황수로 <홍도화, 2021, 혼합재료>


조경가 김아연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카펫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안과 밖, 생명체와 비생명체, 부드러움과 딱딱함 등 이질적인 것들이 긴장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정원을 만들어낸다. 덕홍전과 정관헌이 마주하는 장소에 놓인 이 수평의 공간은 고종과 명성황후를 위한 추모공원이 되기도 한다.



                                       김아연 <가든카페 2021 식물, 목재>


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학자 성종상은 근대적인 대한제국을 꿈꿨으나 외세에 의해 좌절되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고종의 드라마틱한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를 위한 혹은 그가 상상했을 정원(意園)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 



이용배 성종상 <몽유원림, 2021, 애니메이션>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신혜우는 서양의 여러 외래식물이 국내로 반입되던 근대기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를 상상하며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등으로 풀어낸다. 


                신혜우 <면면상처_식물학자의 시선, 2021, 혼합재료>


미디어아티스트 이예승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혼종적인 덕수궁에 21세기 가상의 정원을 만든다. 관람객이 덕수궁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전화 등의 스마트기기로 태그하면 덕수궁 정원 혹은 조선후기 의원 문화와 관련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져 생생하게 움직인다. 또한 덕홍전에는 정원에서 만났던 다양한 가상의 이미지를 3D 프린터로 구현한 오브제 및 영상을 다시한번 만날 수 있다.



                    이예승 <그림자정원 2021 증강현실 16채널 영상, 거울 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