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입구 전경



인간의 얼굴을 통해 다양한 군상을 담아내는 한재열의 개인전 <The Gathering, Bystanders>가 갤러리BK에서 열리고 있다.
한재열은 2010년 대지진이 일어난 아이티에서의 파병 경험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아일랜드에서 매일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크로키로 그려낸 것을 시작으로 십여 년간 <Passersby(행인)>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년간의 행인 프로젝트 <Passersby>를 매듭짓는 성격으로 그동안 그려온 약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거친 붓터치를 바탕으로 이목구비나 인종, 성별을 추측해낼 수 없는 얼굴의 잔상들만이 남아있다. 사실적인 재현의 형태보다는 인물에 대한 유추의 단서가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인물의 형태를 유지하는 경계에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다. 이미 지나가버린 인물들의 형상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수많은 캔버스 화면을 차지하며 연작의 일부가 되고 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장 1층에는 이러한 인물들의 얼굴인 <Passersby> 연작이 벽을 가득 채운다. 얼굴의 형태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형상들은 해체된 듯 표현되어 이러한 잔상이 무엇인지 작가 스스로와 이를 바라보는 관람자에게 질문한다. 작가는 존재들을 괴테의 색채론을 바탕으로 표현해냈다. 작가만의 독자적인 색채의 힘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붓터치는 색의 근본에 대한 내면의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시 전경




The Gathering, a Man with a Bottle, 2021



3층에는 역사적 재난과 주변인의 기록 이미지를 조각조각 참조하고 변형, 재배열한 <The Gathering> 연작을 선보인다. 캔버스 화면 속 인물들은 <Passersby>에서 보여주었던 인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여러 명의 집단적인 그룹으로 시선이 옮겨져 간 변화를 보여준다. 인물에 드러난 검은 그림자는 우리에게 이질성의 감각적 세계에 깃든 정치성과 역사성을 환기시킨다.




The Gathering, a Man, 2021




전시 전경




Passersby-Expansion, Schauen, 2018



한 인간의 본연에 대한 관심은 각각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이제 작가에게 있어 집단의 인간들의 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존재들은 작가의 작품 화면에서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작가가 그려낸 인간 개개인과 군집들의 모습은 11월 1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갤러리BK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