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유령패션》

전시 기간 : 2022.02.23.-05.29
전시 장소 : 사비나미술관
관람 시간 : 10:00-18:00(17시 입장마감/월요일 휴관)



  사비나 미술관은 2월 23일부터 5월 29일까지 한국‧에콰도르 수고 60주년 기념 귀국전, 《안창홍-유령패션》을 진행한다. 안창홍 작가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회권력, 문화권력, 지식권력 등 ‘권력’의 속성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며, 이에 타협하지 않고 저항하는 시각예술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어떠한 제도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로서 투철한 비판과 자존심을 지켜오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안창홍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대상은 익명의 개인들, 약자들, 소시민들이었다. 작가는 이들을 회화, 입체, 디지털펜화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 입구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드로잉 작품)


  그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기획한 <2019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자료수집‧연구지원>작가로 선정되어,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일조한 바 있으며, 2021년에는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안창홍 특별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키토의 과야사민미술관과 인류의 예배당에서 진행된 개인전이었다. 과야사민미술관은 에콰도르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 곳이며, 인류의 예배당에서의 전시는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작품이 전시된 이후 최초로 타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앞서 설명했던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안창홍 특별전>의 귀국 보고전이다. 이는 양국 간 문화교류의 첫 시도로 마련된 예술행사로, 안창홍 작가가 그 포문을 잘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안창홍 작가는 이번 귀국 보고전을 위해 <유령패션>연작 유화 29점, 입체 3점과 <마스크>연작 23점, 그리고 4층 전시실에서 갈라파고스와 인도의 풍경을 담은 드로잉을 다수 소개한다. 한편, 디지털 펜화작품은 LG OLED 투명 디스플레이에 연출해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기술적 확장성을 탐색한다.

“아주 늦거나 아주 이른 시간 길을 가득 메우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텅 빈 인파로 채워지지 않은 도시의 거리는 공허하다. 마치 유령들의 거리처럼 사람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화려하게 치장된 거적때기들만 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에 빠져든다.
그렇다! 유령의 거리, 유령들의 패션쇼...적막감만 강물처럼 흐르는 텅 빈 도시.
이것이 유령의 도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멸망의 벼랑 끝으로 내달려가는 문명의 폭주 열차를 멈체 세울 방도는 없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유령의 도시를 그릴 계획이었고, 
유령패션 연작이 유령 그리기의 첫 시작이다.
허깨비이거나 유령이거나”
-안창홍 작가노트



<유령패션>연작, 2021




<유령패션> 입체작품




LG OLED 투명 디스플레이에 연출한 <유령패션> 디지털 펜화작품


  안창홍 작가는 ‘유령패션’이 배경이 되는 생각의 실마리를 떠올리며, 텅 빈 도시 속 유령을 상상한다. 이 <유령패션>연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극심한 불안과 공포,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과 소유 개념,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원초적인 검은 욕망의 본질을 드러낸 작품이다. <유령패션>의 유화 작품은 실제 사람과 비슷한 크기 캔버스에 제작되었는데 이는 사실 스마트 폰에 장착된 펜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에 그린 그림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서치를 통해 수집된 패션모델들의 화려한 이미지는 옷의 껍데기만 남긴 채 유령처럼 제시되고 이는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한 21세기 문명을 의미한다.  

  반면, <마스크> 연작은 개인의 정체성을 감춤과 동시에 또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는 마스크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작가는 폭력과 억압으로 인한 개인 정체성의 상실이자 현대 사회의 집단 최면 현상과 군중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마스크>에 대하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마스크> 연작, 2019




<마스크> 연작, 2019




안창홍 인터뷰 영상


“마스크는 미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우민화된 대중들, 집단 이기주의와 폭력,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표리부동한 목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질주하는 집단들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을 가린 붕대와 이마에 뚫린 열쇠구멍은 상실된 자아와 무의식을 상징한다.
제각각 화려한 색들로 치장했으되 막상 들여다보면 허깨비처럼 부유하는 부평초 같은 삶들.
나는 마스크를 통해 욕망의 주체이자 희생자들이기도 한 우리들에 대해, 
자본과 권력의 정교한 음모와 사적인 탐욕에 못 이겨 스스로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타의에 의해 망가지거나 하는 이중적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안창홍 작가노트, 2019, ‘이름도 없는’전에 부쳐 中

  안창홍의 ‘마스크’는 현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하는 ‘마스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우리가 둔해지는 감각에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또는 우리를 견인해가는 큰 물살에서 무비판적으로 몸을 맡긴 채 그저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을 이 두 가지의 ‘마스크’를 통해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