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유 : 당신의 방향》

전시 기간 : 2022.02.24-04.24
전시 장소 : 아르코미술관
관람 시간 : 11:00-19:00(화-일)/월요일 휴관



  아르코미술관은 2월 24일부터 4월 24일까지 《투유 : 당신의 방향》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월간 인미공』 9월호를 확장한 전시로, 8명(팀)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한편, 『월간 인미공』 은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인미공에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이다. 인미공의 연구 및 기획의 성격을 확장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며, 인미공 2층과 온라인 웹진,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7월호, 8월호, 9월호를 포함하여 총 세 번에 걸쳐 이어졌으며, 9월호의 제목은 <이동하는 세계 : 단축과 연장>이었다.

  최근 ‘이동성’과 ‘유동성’이라는 의미를 보유하고 있는 ‘모빌리티’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공유 모빌리티’, 스마트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은 팬데믹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이 제한되어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모빌리티는 여러 단어들과 결합해 우리가 상상하던 기술을 현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주체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이동이 통제될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또한 그에 따라 변화한 사회와 그 경험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에 대한 의문을 지니게 되었다. 《투유 : 당신의 방향》은 바로 이러한 생각을 다져가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8명(팀)의 작가들은 각자가 경험한 이동과 관련된 문제들을 작품을 통해 풀어나간다. 이들은 수도권으로 이동, 떠나야하거나 혹은 남겨져야하는 존재들, 플랫폼 노동이 타인의 신체를 대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 웹(web) 구조를 전복하고 감각 체계의 충돌을 재고하는 이미지, 사회적 소수자들의 신체와 상황이 고려되지 않는 모빌리티 상황을 전복하는 방식을 살피고 있다. 



전시 입구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가 진행되는 제 1전시실에서는 송주원, 오주영, 송예환, 유아연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 송주원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으로, 현대무용을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무용의 신체성 발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시간을 축적한 도시의 장소들에 주목하고 그 장소에 투영되는 신체가 말하는 삶에 대한 질문들을 특정 장소의 리서치, 퍼포먼스, 전시, 상영의 형식으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상영 중인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장안평 일부와 자동차의 풍경을 보여준다. 장안평은 한때 ‘모빌리티 장안’이라는 문구로 지역의 성격을 가시화했지만, 현재 기술의 변화와 코로나 19로 인해 시장 상황은 사장되게 되었다. 금세 구형이 된 자동차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해체를 기다리다가 퍼포머들의 신체와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받고, 유령처럼 지역을 맴돌게 된다.




송주원, <마후라>, 2021


2. 오주영
  오주영 작가는 시각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라는 두 학제적 배경 하여 게임, 인공지능 챗봇 등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연구자로서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동시에 작가 입장에서 과학, 기술의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게임장을 연상시키는 오주영 작가의 <구름의 영역>은 최근 각광받는 항공 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 기술이 가진 딜레마를 고찰한다. 세 개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래의 어느 시대를 상정하고 있다. 이 시대에서는 뜨거워진 대기로 인해 상공 도시에 살아야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대립이 지속된다. 각 게임은 새, 설계자,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엔딩이 달라진다. 미래 이동 기술이 내재한 생명윤리 및 환경문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주영, <구름의 영역>, 2021


3. 송예환
  송예환 작가는 웹 디자이너이자 웹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사용자의 행동을 결정짓는 표준화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사용자의 습관에 기반한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월드 와이드>는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공유’라는 환상에 제동을 걸고 제한된 웹 환경이 개인의 환경이나 문화적 차이를 경시한 채 일반화된 상호작용과 시각을 강요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웹 플랫폼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공간인지 되묻는다.




송예환, <월드 와이드>, 2022

 


4. 유아연
  유아연 작가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학습해온 개체들이 어떻게 정치, 경제적 현상들을 인지하는지 탐구하며, 사회 현상을 경험하는 개인이 타인을 마주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움직임을 통해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재정의하며,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환경에서 확장된 권력 이미지가 대중에게 무엇을 강요해왔는지 가시화한다. 
  영상 작품인 <벌레스크>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인 작가가 배달을 위해 이동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여기에 신체를 통제하라는 필라테스 코치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다른 목적의 노동을 위해 오늘날 우리의 신체는 제한과 통제를 반복한다. 작가의 신작 <공손한 님들>은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를 전시장에 구현한다. 입구에서 제공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관람객은 진동을 멈추기 위해 전시장 내부를 활보하는 서빙 로봇에게 반납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반납이라는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접촉 및 광고 이미지를 끼워 넣음으로써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작금의 소비 구조를 꼬집는다. 




유아연, <벌레스크>, 2021



유아연, <공손한 님들>, 2022




유아연, <공손한 님들>(2022)을 위해 제공되는 진동벨

   

  제 1전시실에서 한 층 위로 올라가면 펼쳐지는 제 2전시실은 김재민이, 정유진, 김익현 작가와 닷페이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5. 김재민이
  김재민이는 지역리서치와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이다. 거대 담론이 비껴간 변두리, 주변부 도시 외곽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이를 주변 나라와 연결 짓는다. 현재 한-중-일로 이어지는 ‘공장 달리기’와 ‘베트남 쌀 짓기’를 진행 중이다.  
  <냄새의 경계선1>, <냄새의 경계선2>,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은 과거 용산과 나주에 있던 공장 및 농장의 이동 과정을 좇는 작품이다. 오래 전부터 농장이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야 했던 이유는 ‘냄새’때문이었다. 이들은 깨끗하고 청량한 신도시를 조성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변두리로 내쫓기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 중 <냄새의 경계선3>은 영화 「기생충」(2019)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작가는 극 중 부천과 광명 출신인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는 실패했는지를 순례길의 형태로 제시한다.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1>,2022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 2022




6. 정유진
  정유진 작가는 미디어에서 접하는 정보, 이미지, 만화의 세계관을 통해 지금 시대의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다. 제 2전시실 중앙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품은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이다. 작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 이동의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가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착륙비행’이라는 상품을 개발한 상황에 주목한다. 이러한 무착륙 비행의 움직임은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플라이트레이더24’라는 앱을 통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무착륙 비행기의 노선 기록을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에 비유한 조각을 제작하였다. 롤러코스터와 무착륙 비행이 그리는 궤적은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2022


7. 김익현
  김익현 작가는 실재하는 것과 보이는 것,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시차를 연구하고 사진과 글쓰기를 통해 추측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메르카토르 도법( 위선과 경선이 직선으로 그려져 있어, 어떤 지점에서든지 정확한 위도와 경도의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려진 세계와 해저 광섬유 케이블, 나노미터의 세계와 글로벌 가치사슬 같은 것이 만드는 연결과 단절을 관찰한다. 

  <그늘과 그림자>와 <산책 2018.11.24.-2021.10.25.>또한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작품은 2018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0월 25일까지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날짜는 KT통신망 마비로 인해 일상 및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춘 날이다. 작가는 그 시간 사이를 걸으며 망이 손상되면 사라져버릴 사진들을 기록한다. 수많은 사진들은 광케이블을 타고 반짝이는 빛으로 변환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작가는 우리의 눈앞에서 밝게 빛나는 사진 대신, 그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살핀다. 그리고 사진 데이터는 정확한 기록도 현실도 아닌 채 감각과 인식을 혼동시키며 망과 망 사이를 유영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 2022




김익현, <산책 2018.11.24-2021.10.25.>, 2022



8. 닷페이스
  닷페이스는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사회 문제들에 집중하여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광장에 모이지 못한 2020년과 2021년에 <온라인퀴퍼>를 개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차별금지법 끝까지 지켜보기>(2021)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닷페이스는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를 선보인다. 이것은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오라인 퀴어 퍼레이드에서 제시한 문구로, 이동이 어려운 혹은 불가능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또한 닷페이스가 기획한 공간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곳임을 상징하고 있다. 닷페이스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공식 웹사이트 ‘dotface.kr’방문을 추천한다.




닷페이스,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2021



아르코 아키이브 공간에 진열된 모빌리티 관련 도서


  《투유 : 당신의 방향》은 각자의 작가들의 풀어낸 수많은 이동의 문제들을 함께 나누며, 전시장안 에서의 ‘당신의 이동’과 ‘당신의 방향’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 질문하고 상상하기를 제안한다. 한편, 제 2 전시실 위층으로 이어지는 아르코의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도서 열람이 가능하다. 전시 감상 후 관련 자료들을 읽어보며, 오늘날 이동이 지닌 다각적 의미를 심도 있게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