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無物 무물
2024.10.10-11.16
우손갤러리
예술의 시원을 찾아 고군분투해온 최상철 작가의 50여 년간의 궤적을 대구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다.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이름을 알린이 후 202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는 17회의 개인전과 110여 회의 단체전을 해 오면서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예술, 그 최초의 순간을 향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찾고 실험하며 그 어떤 것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화업을 개척해왔다.



표제인 ‘무물(無物)’은 작가가 스스로의 작업을 소개하는 가장 완전한 설명이기도 하다. 무물이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혼돈의 상태”로 “형태가 나타나기 전,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를 의미한다. 흰 캔버스 위에서 1,000번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궤적들 앞에 마주 선 작가는 더 잘 그리고 싶고,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고 싶은 열망,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한 예술가’들의 욕심, 너무나 당연하다 싶은 예술을 향한 욕망을 덜고, 또 덜어낸다. 심지어 그는 이런 마음을 모두 덜어내고자 하는 행위조차도 욕심이 아닌가 자문한다. 작가는 지금도 자신의 의지, 의도, 취향을 비롯한 사소한 인위(人爲)조차도 자신의 그림에서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시도들을 거듭해 왔다. 그렇게 수십년의 시간 동안 그림에서 자신의 의도가 들어갈 수 있는 지점들을 하나씩 소거했다.





작품을 시작하기 위해 첫 번째 점을 찍을 때도, 점을 이어 선을 그을 때도, 선을 더 그어나갈 방향을 선택해야 할 때도, 심지어 작품을 마무리하는 순간마저도 작가는 정해진 소거의 규칙에 충실한 행위자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최상철 작가의 작업에서 붓은 소거되었다. 그림을 그리기에 최적화된 붓이라는 도구 대신에, 그는 그리는 이의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워서 잘 그려낼 수 없는 새로운 도구들을 고안했다. 첫 번째로 사용한 도구는 테이프였다. 손톱을 이용해서 색을 칠한 종이에 한쪽 면만 눌러 붙인 테이프는 떼어내는 힘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종이를 뜯어낸다. 색이 칠해지지 못해 작가가 의도치 않은 빈틈을 만들어주는 나무틀, 흥건한 물감을 이리저리 밀어내어 생기는 얼룩을 남겼던 스퀴지부터 캔버스에 세게 내리쳐서 비산하는 흔적들을 만들어낸 쪼개진 대나무 막대, 물감을 묻힌 실, 철사 그리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제멋대로 생긴 검정 자갈돌 등이 작가가 도전적으로 사용한 실험적 도구들이다.




작성: 김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