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2024.11.01(금) - 2025.04.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를 11월 1일(금)부터 2025년 4월 13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기자간담회는 10월 31일 10시반부터 김성희 관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강소 작가의 전시 개최 소회, 이수연 학예연구사의 전시 소개와 투어 순으로 진행되었다. 김성희 관장은 이번 전시가 7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이강소의 작업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개회사를 마쳤다.

이강소 작가
이강소(1943~)는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작가는 1970년대 신체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서울비엔날레, 에꼴드서울 등 당시 현대미술운동에 참가하며 실험미술을 시작하였으며, 1974-1979년까지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하였다. 이 시기 작가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서구 미술과 다른 한국현대미술 고유의 철학적, 미술적 태도를 찾고자 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관찰자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속성과 이미지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가지며 회화작업에 몰두하였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에 이르기까지 추상과 구상 혹은 텍스트와 오브제, 이미지를 오가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져왔다.
작가는 전시 준비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해준 이수연 학예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자신이 젊은 세대에 비해 오래 활동해 온 원로작가이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현대 작가로서 남은 시간을 한국미술의 국제적 교류를 위해 더욱 정진하고자 한다며 소회를 전했다.

3전시실 전시 전경
이어서 이수연 학예연구사의 전시투어가 진행되었다. 전시는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된다. 3전시실은 창작자이자 세상을 만나는 주체로서 작가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를 담은 작품들로 꾸려졌으며, 실험미술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 이후 창작자로서 작가의 역할과 한계를 질문하던 시기의 작품들부터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새로운 매체를 처음 접한 후에도 지속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강소, 〈페인팅 78-1〉, 1978, 단채널 영상, 컬러, 무음, 29분 45초

<실크 위한, 유리 위, 칠 사진>, 1977, 디지털 C-프린트, 20x25cm(x5)
특히 3전시실에서는 <페인팅 78-1>(1978)과 연계하여 작가가 1977년 리화랑 옥상에서 유리에 칠하며 실험하였던 사진 작업이 처음 발굴되어 함께 출품된다. <페인팅 78-1>은 작가가 카메라 앞에 유리를 세워놓고 유리를 붓으로 칠하는 장면을 반대편으로 촬영한 영상 작품이다. 붓질이 반복될수록 작가의 모습은 점차 사라져간다. 작가의 존재를 지우고 비워내어 관객이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해석하도록 하는 작가의 오랜 철학이 드러나는 초기 작품이다.

4전시실에서는 작가와 관람객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을 고찰한 작품을 다루며, 초기 작업부터 2000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를 고민하였던 이강소의 작업 세계를 살펴본다. 1960년대 후반 서구 모더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위미술을 시도하고자 하는 흐름이 한국 미술계에 등장할 때 이강소는 변화에 대한 욕망, 현실에 대한 허무감, 세계를 보는 비판적 시각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도전하였다.

이강소, 〈무제-7522〉, 1975(2018 재제작), 캔버스에 디지털 C-프린트, 돌,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무제-7522>(1975/2018 재제작)은 깨어진 실제 돌과 깨어지기 전의 돌이 담긴 사진, 판화, 회화를 병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지각하는 대상은 곧 각자의 경험에 따른 인식에 의해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돌’의 단어가 각자에게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모두 다를 것이며, 이미지에 대한 인식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돌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 실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 작업은 관객에게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이강소, 꿩, 1972(2018 재제작), 박제 꿩, 물감, 45×120x36cm
이강소 작가는 왜 작업에 이토록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가에 대해 설명하였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발전한다. 작가는 데카르트적인 선험적 존재를 전제하는 근대사상이 현대에도 여전히 남아있다며, 작가의 표현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동화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작가가 표현을 아끼고, 작업을 보는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박스 전시 전경
마지막으로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전시명 “풍래수면시”에 대해 언급하였다. 풍래수면시는 ‘바람이 물을 스칠 때’ 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마주침으로써 깨달음을 얻은 의식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송나라 성리학자 소옹(邵雍, 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하며 관객에게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는 작가의 철학과 맞닿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