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Ua a‘o ‘ia ‘o ia e ia》
(그가 그에게 배웠다.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
2024.12.19.(목)-2025.3.30.(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김성환 작가와 박가희 학예연구사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4년 마지막 전시로 김성환(b.1975)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를 12월 19일(목)부터 2025년 3월 30일(일)까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한국미술 대표작가 연례전(2021년 이불, 2022년 정서영, 2023년 구본창)의 일환으로 기획되었고,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성환 작가의 국내 국공립 미술관 첫 개인전이다. 개막 하루 전 진행된 12월18일 10시 기자간담회에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정소라 학예연구부장, 박가희 학예연구사, 김성환 작가, 작곡가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를 비롯해 4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하였다. 간담회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박가희 학예연구사와 김성환 작가의 전시 설명, 전시 투어 순으로 진행되었다.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의 전시 포스터
김성환 작가는 건축,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 내재된 기억, 역사, 심리적 흔적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으며, 테이트 모던 ’더 탱그스(The Tanks)‘ 개관전(2012)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1), 반아베 미술관(2023/2024)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하와이어와 한국어 표음을 병치한 전시 제목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는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 하와이가 의미하는 바와 넓게는 앎의 대상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을 내포한다. 두 개의 문화를 상호-비유하여 병치하는 것은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2017년부터 작가가 천착해 온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이 있다. <표해록>(2017~)은 20세기 초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의 삶을 다루며, 역사 기록에서 누락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표해록>의 세 번째 챕터에 해당한다. 주목할 점은 작가는 단지 소외된 서사를 조명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을 둘러싼 체계를 의심하며 왜 이것들이 역사화 되지 않았는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하와이 이민자와의 인터뷰 영상
전시에서 하와이는 근대와 식민에 관한 구체적인 지리적 장소이자, 제도와 앎의 관계에 관한 핵심적인 개념이다. 하와이는 세대와 젠더, 국적과 인종이 다른 이들을 이어주는 존재로서, 단순한 지리적 위치를 넘어 과거와 현재, 다양한 민족과 경계를 꿰며 기존의 지식 체계를 재고하고 새로운 사고와 인식을 실험할 수 있는 개념적 장소가 된다. 즉, 하와이는 하나의 은유로서, 기존의 지식 체계를 의심하는 일, 다른 체계의 앎을 교차시키는 일, 새로운 앎의 구조를 세우는 일을 수행해보기 위해 선택된 장소이다.

김성환, 〈몸 컴플렉스〉, 2024, 복합매체, 가변크기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전시의 구성에 녹아들었다. 전시 구성은 2, 3층의 3개의 전시장을 따라 이주 서사에서 출발하여 그 대상이 다뤄진 방식과 이를 둘러싼 앎의 형성과 소유, 유통에 대한 문제들로 구체화되는데, 첫 번째 방은 다섯 구의 설치물로 이뤄진 〈몸 콤플렉스〉(2024)를 통해 하와이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기록들을 보여준다. 〈몸 콤플렉스〉는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하와이를 터전 삼은, 역사의 조연이었던 인물들로 재구성한 하와이의 풍경이자 지도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삶과 그들이 터전 삼은 세계가 교차하도록 설계된 이 공간에서 하와이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관점이 중첩된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를 일컬어 작가는 “두 개 이상의 언어가 들어와 만들어질 수 있는 번역의 공간”이라 말한다. 번역은 체계가 다른 사유와 문화를 오가는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제3의 새로운 의미와 관계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 방의 설치전경
두 번째 방에서는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 설치 〈무제〉(가제, 2024)를 중심으로 전시 기간동안 변화하는 양상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한다. 〈무제〉에서 각각의 비디오는 민족/역사/문화의 유일성, 기록의 소유와 유통, 다른 체계의 역사가 투영되는 장소로서의 하와이, 다른 외양의 사물들 사이의 공통성, 이러한 일련의 사유를 형상화하는 방법으로서의 장단과 리듬을 다룬다. 작가는 전시장을 편집실이자 스튜디오로 제안하며, 미완결의 현재진행형인 채로 공개한다. 전시장은 김성환이라는 한 명의 개인이 어떻게 사유하는가의 과정, 그리고 작품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보여주는 과정과 같다. 따라서 감상자는 이 공간에 몸을 들이면서 작품의 일부이자, 창작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자이자, 사유가 앎으로 형성되는 과정의 목격자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방의 설치전경
세 번째 방에서는 <게이조의 여름 나날-1937년의 기록>(2007)이 다시 확장된 설치 형태로 전시된다. 원작은 1937년 경성(게이조)을 여행한 스웨덴의 민족지학자 스텐 베리만의 기행문과 2007년 서울을 여행하는 김성환 작가의 친구인 미카 반 데 보르트 작가의 시선을 중첩하여 보여준다. 이 작업이 보여주는 것은 시차(parallax)로, 글이 기록하고 기억하는 대상은 2007년의 서울에 더는 없거나 그때와는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 게이조의 ‘조선 호텔’은 이름과 일부 건축이 바뀌었고,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 철거가 시작되어 남아있지 않기에 영상에는 담기지 않았으며, 미카 역시 2011년 운명을 달리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2024년 작가는 광화문의 소실과 재건에 관한 이미지와 연표, 방화와 관련된 영화의 장면 등을 추가하여 다른 시차를 삽입한다.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확장된 설치로서 이 작품은 유동적인 현실에 대해 영화와 같은 매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시 설명 중인 박가희 학예연구사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가의 첫 미술관 대규모 개인전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감한 전시 디자인과 다채로운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힘이 교차했던 20세기의 역사를 제도와 앎의 형성 관계 속에서 다시 검토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동시대 미술관이 지식 생산과 유통, 순환의 장소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민 companion@dal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