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그림, 조현익: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2024. 11. 01 - 12. 20
OCI미술관


OCI미술관은 2024년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박그림, 조현익 작가의 조대 2인전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을 1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OCI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서사를 종교화의 형식에 담아 풀어내는 박그림, 조현익의 작품 약 108여점을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는 조현익 작가의 2016년 작가노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이는 사회가 규정한 기준과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믿음’과 ‘도리’라는 단어가 지닌 양면성에 주목하여, 두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내면의 갈등을 잠재울 해답을 제시한다. 결국 자신의 선택임을 깨달은 그들은, 창작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확인해간다.

박그림 작가는 불화의 형식을 차용해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경험 및 퀴어 문화를 담아낸다. 작가는 “도제식으로 습득한 탱화 제작 기법”을 바탕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정교한 필선과 정제된 붓질로 작품을 완성해낸다. 부처의 통찰력 있는 눈빛, 보살들의 사라(袈裟), 기품 있는 장신구와 의복까지 철저히 계산된 도상들은 작가의 내밀한 서사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특히 <심호도>(2018-)연작은 불교에서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수행과정을 담은 ‘심우도’ 불화를 재해석하여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심우도’에서 등장하는 소를 호랑이로 대체하여 자신의 페르소나로 설정해 화폭에 등장시킴으로써 인간관계로부터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심호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깨달음을 얻은 보살이기에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는 작가의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한편 조현익 작가에게 “창작은 곧 제의적 행위다”. 일상의 순간과 감정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이를 숭고한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작품 세계는 캔버스 회화에서부터 4m가 넘는 대형 철판작업까지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며, “성(聖)과 속(俗)의 경계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20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형식적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삶이 곧 종교”라는 그의 핵심적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특히 조현익 작가의 신작 <네오 이콘: 가족사진-어느 할로윈 데이>(2024)는 불교의 형태를 차용한 박그림과 달리 기독교의 성화 형태를 빌려와 가족이 함께하는 순간을 원형 광배를 통해 신성함과 숭고함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자유, 선택의 권리,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두 작가는 종교화의 형식을 빌려오되 특정 종교의 교리를 답습하는 대신, 인간 사회에서 종교가 가진 기능과 역할을 창작의 도구로 승화시킨다. 결국 이들의 작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답게 잘 사는 것'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자 수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면서, 작가들의 작품처럼 ‘잘’ 사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 본 전시는 만 19세 미만의 관객은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글: 도록 서문 참고 및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