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욱: 하이퍼 옐로우
2025.2.27-4.20
일민미술관


간담회 : 2025년 2월 26일 13시 30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좌측부터 윤율리 학예팀장, 임민욱 작가, 백지수 큐레이터

2025년 2월 26일,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하는 ⟪하이퍼 옐로우⟫ 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를 통해 현실의 외연을 넓혀 온 임민욱이 삼성미술관 플라토 이후 국내 미술관에서 10년 만에 개최하는 개인전으로, 작가가 작업을 지속하는 동안 맞은 전환점을 선보이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행한 연구를 소개한다.

프로젝트명 ‘하이퍼 옐로우’는 ‘옐로우를 초과한 상태’를 뜻하며, ‘옐로우’라는 단어가 가진 인종적 함의와 함께, 황해, 황색의 기호와 면면을 통해 결과가 과거-미래를 순환하는 이미지에 이른 형상, 이를 토대로 현실의 임계점을 넘으려는 작가의 미학을 담는다. 하이퍼 옐로우에서 장소에 관한 임민욱의 상상은 강과 도시를 방랑하는 관광객의 시선을 통해 미지의 대륙, 대양, 행성으로 확대된다.


1전시실 전경

대규모 설치작업 <솔라리스>는 작가가 수집 및 제작한 코르크, 황토 분말, 테라코다 가루, 부표 등의 요소를 흙과 물을 섞어 봉분, 사막, 강호, 분지와 같은 환경을 이룬다. 임민욱은 이 풍경 위로 일본 나라에 위치한 사찰 도다이지 법당의 도면을 매핑한다. 사찰 건축 평면도에 따라 배치된 조명은 전시실 -솔라리스-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며, 법당이 숨긴 십일면관음상의 비밀과 신화를 감싼다. 스텐실 드로잉으로 구성된 변형된 상형문자의 형태 또한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를 갑오징어의 먹과 먹물과 연관 짓기도 하며 관객에게 낯선 곳을 탐방하는 여정을 마련한다.


임민욱, <동해사>, 2024, 3 Channel video, sound, color, 9min

2전시실은 3채널 영상작업 <동해사>를 포함하여 회화, 드로잉 등으로 십일면관음을 전시의 캐릭터로 변주시킨다. <동해사> 중앙 채널에서는 머리 위에 작은 머리 열 구를 더 가진 현대식 복장의 십일면관음이 무한히 펼쳐진 ‘생각의 바다’를 질주하는데, 나머지 두 개의 채널에서는 일본 ‘불의 축제’(도다이지 오미즈토리 축제의 ‘오타이마츠’)와 ‘물의 축제’(후카가와의 ‘하치만 마츠리’) 의 의례 장면을 보여준다. 임민욱의 작업이 보여주는 제례의 현대성이란, 과거의 염원을 모은 전통 양식이 이어져 공유되는 일, 그리고 퍼포먼스라는 미술 형식에서 장소와 시간을 경유하여 독특한 감각과 기억을 형성하는 일 사이에서 찾아지는 공통되는 성질이다.


3전시실 전경

3전시실은 임민욱의 조형성을 구체화한 작업이 놓인다. 그중 전시실 중앙의 <정원과 작업장>은 작가 스튜디오 진열장에 보관 중인 다양한 사물을 전시실로 옮겨 왔다. 미술관의 건축 요소와 닮은 지지대 위에 어두운 유리와 밝은 유리를 교차해 얹고 진열장의 사물과 그에 담긴 내러티브를 차례로 배열한 작품이다. 구성과 구축을 넘나드는 작가의 접근은 미술관 수장고의 보존 방식, 이동과 보관을 위한 컨테이너의 적재 방식과도 닮았다.


<정원과 작업장> 사물 중 푸른 갑오징어 뼈에 ‘눈물’이 작게 맺혀있다.

임민욱은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중 한편에 위치한 갑오징어 뼈를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는데, 표면에 떨어진 눈물처럼 에폭시를 칠해놓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작가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닌,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 속 갑오징어 뼈는 맹렬하게 결정되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은유하는 사물이다. 임민욱에게 아름다움의 추구는 동시대에 빠르게 태어나고 사라지는 취약한 것을 미묘한 감각으로 어루만지는 미술가의 비전이다. 일민미술관은 이 논의를 예술의 의미에 관한 질문으로 되짚고, 동시대 문화·사상의 흐름과 기술철학적 논의를 임민욱의 실천과 함께 조망함으로써 미술가의 미학적 추구가 삶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고 현실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수용할 가능성을 살핀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이어지며, 2월 27일 오프닝 리셉션, 3월 마지막 주에는 임민욱과 철학자 우카이 사토시가 묻고 답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