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ORAMA》
2025.8.22.-10.16
송은
송은은 이번에 동시대 미술 시장을 확장해 온 작가들을 소개하는 《PANORAMA》를 2025년 8월 22일부터 10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하는 작가 지원 및 집중 홍보 쇼케이스로 해외 프로모션의 출발점을 마련해 준다.

송은
《PANORAMA》는 공통된 주제 아래 작가를 엮는 대신 개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 전시를 구성하였고,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권병준, 김민애,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이주요, 최고은, 한선우, 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최원준, 문선아) 총 8팀이다.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조형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여 관람객은 그 세계에 들어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생각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권혜원, 심래정, 전소정, 홍승혜 작가의 단 채널 영상을 상영하는 《Still/ Moving》을 볼 수 있다. 이는 송은이 새롭게 선보이는 공공 미술 프로그램으로, 미디어월의 특성에 맞추어 장소 특정적 맥락에 부합하는 영상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송은의 전시형 수장고 ‘벙커룸’을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새로운 전시 프로그램인 《Groundwork: The Bunker Room Presentation》을 시작한다. 그 출발점을 함께하는 작가는 정소영의 개인전 《HALF MOON CLUB》이다.

최고은, <White Home Wall>, 2025, 스탠딩 에어컨(1992-2008),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 합판, 340x600x38cm
1층 로비에는 최고은의 <White Home Wall>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기계적 구조물을 익숙한 형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 스케일을 전복시키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에어컨을 활용한 설치 작업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생산된 에어컨 약 60대를 직접 수집했다. 이를 파편화하고 재구조화한 작품에서는 본래의 냉방 기능이 사라진 에어컨들이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으며, 미니멀한 구조 속에서 정제된 조형미를 드러낸다.

이주요 작, 오디토리움
2층의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옆에는 관람객이 앉아서 헤드셋을 끼고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주요의 <러브 유어 디포> 시리즈의 일환으로 촬영되어 퍼포먼스와 아카이브 영상 총 4점이 상영된다. 영상의 내용은 전시 이후 보관될 곳이 없는 작품들이 어떻게 다시 재맥락화될 수 있는지 탐구하며, 작가는 홍승혜 작품과 같이 왈츠를 추거나, 작품에 직접 개입하는 등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이주요 <작품은 어디로 가는가?>, 2025, 가변설치
<러브 유어 디포>는 작가가 2019년부터 시작하여 6년간 진행했던 예술 창고 프로젝트인데, 강남 파빌리온에 4년간 전시되었다가 다시 문을 닫게 되면서, 소장품들이 다시 갈 곳이 없어진다. 그래서 이주요는 전시 형태로 된 수장고를 다시 한번 보여줌으로써, 이 시리즈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자 했다. 총 20명의 작가 작품이 들어가 있으며 김성환, 신석호, 최리아, 이동현 등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가 어떻게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보드에 직접 글로 작성함으로 관람객은 천천히 읽으며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선우, <빨래하는 여인이 있는 풍경>, 2025, 린넨에 유화, 300x450cm
계단 하나를 더 올라가면, 한선우 작가의 공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정용 살림 도구와 일상적 기계 장치, 생활용품들을 폭력적인 기념비로 개편하여 ‘돌봄’이라는 성별화된 수행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에는 빨래, 아기 포대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볼 수 있으며 여성을 특정 짓는 연약함과 취약성을 드러내는 도상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 중앙에는 여성을 상징하는 대지의 의미로 흙을 뿌리고, 진공청소기를 신화의 초자연적 식물과 연결 지어 설치하였다.
작가는 포토샵을 통해 다양한 오브제를 수집한 뒤, 이를 다시 손으로 직접 그려내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이처럼 아날로그적 접근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시대에 디지털로는 불가능한 기법들을 손으로 구현하는 것이 회화 작가로서의 마지막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권병준, <오묘한 진리의 숲>, 2025, 사운드설치, 가변설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권병준의 <오묘한 진리의 숲>이 공간에 맞게 재편하여 선보이고 있다. 헤드폰을 통한 개인화된 듣기 형태를 제공하는 작품은 위치 인식 시스템(LPS)을 사용해 관람객에게 선택과 집중의 자유를 제공한다. 25개의 음원은 제주 예멘 난민의 노래, 북한과 가까운 섬 교동도의 소리 풍경, 다문화가정의 자장가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헤드폰을 착용하고 어느 장소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소리의 파편을 함께 들을 수 있다.
권홍은 관계자는 '이번 프리즈 기간에는 시각성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청각에 집중할 수 있는 권병준 작가의 작업을 지하 2층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마음을 정화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며 전시 공간 구성의 세심한 배려를 설명했다.

이끼바위쿠르르, <쓰레기와 춤을>, 2024, 단채널 영상, 4K, 사운드, 3분 21초
이끼바위쿠르르는 고결, 김중원, 조지은으로 구성된 시각 연구 밴드이다. 이끼는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이러한 특징을 작업에 반영한다. 여러 작품 중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손이 있다. 바로 <부처님 하이파이브>다. 관람객은 부처의 손을 통해 관람의 시작을 한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륵보살을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데, 과거 우리나라 불교문화에서 미륵보살상은 중요한 장소에 세워져 수호신 역할을 했지만, 현재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밴드는 이러한 현실에서 미륵보살이 오히려 자유를 얻었다고 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만든 영상 작품 <쓰레기와 춤>은 미륵보살이 오랜 세월이 깃든 석상의 몸으로 지하 공간에 불시착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인류가 사라진 세상에서 버려진 사물들, 쓰레기들의 춤을 담는다. 또한 밴드는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지역 주민분들과 소통하며 미륵보살을 찾는다. 그와 관련한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며, 미륵보살상이 고요한 기척으로 생태 환경에 조화롭게 안착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정소영, <Hello and Goodbye>, 2025, 투명유리에 은 거울용액 반응, 유리, 철파이프, 페인트, 합판, 천, 조명, 90x2x1.9m/ 5.9x6.6x2.4m
지하 공간 벙커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수은과 물이 만났을 때의 화학반응에 대한 작품을 선보이며, 물질의 관계성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과 예측 불가능한 반응에 주목한다. <Hello and Goodbye>는 물을 상징하는 컵이 수은과 맞닿고 멀어지는 관계성을 궤도의 공정을 통하여 관계의 윤리적 구조를 시각화한다.

정소영 작품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진
작가는 《HALF MOON CLUB》 전시의 제목과 같이 사람들의 만남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졌다가 다시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클럽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도를 낮췄다. 또한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궤도를 따라 흐르면서 교차하는 연대의 장소를 구성하고자 했다.
권홍은 관계자는 “앞으로 벙커의 공간에선 ‘벙커룸’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한국 작가를 내년에 선정하여 1년에 한 번씩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시 기자간담회 설명 듣고 있는 사진
이번 《PANORAMA》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시각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송은의 외부 미디어월과 벙커룸의 첫 시작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으며, 주제로 묶이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하며 동시대 미술이 지닌 무한한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