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용쉬: Sisyhus’ Doubt 시시포스의 의심
2025.8.20.-9.20
아트스페이스3
대만 조각가 쉬용쉬가 지난 10년간 선보인 대표작 20여 점을 2025년 8월 20일부터 9월 20일까지 아트스페이스3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이탈리아 등 순회전을 이루어내는데. 그 첫 시작을 한국과 함께하며 관람객은 가장 먼저 작품의 인내와 창작 행위가 가지는 본질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트스페이스3
그리스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벌을 받아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가의 반복적 신체 노동과 열정에 빗대어 시시포스를 의심해 본다. 시시포스에게 바위는 신이 내린 형벌이라면, 쉬용쉬에게는 존재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또한 끊임없는 반복을 통하여 스스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실험해 본다.

쉬용쉬 작가와 <2020-22>, 2020, stonware, 227x143x100cm
작가는 대만을 대표하는 현대 도예, 조각가로 반복적 신체 행위와 점토를 가지고 대형 조형 작업을 이어 나간다. 우연성과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을 하나의 창작 과제로 삼으며, 완성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과정이 어떤지 그 길은 알 수 없지만, 전체의 이미지를 구상한 뒤 완성된 작품을 보면, 작가의 반복적 행위에 대한 세밀한 여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작가는 '가장 처음 해외를 나간 곳이 한국이었다'며 '다시 방문해 작품을 선보이고 한국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대형 작품을 만들 때 작품을 지탱하기 위한 지지대를 사용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간다'며 '어려운 과정이지만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작품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균형을 잡기 위해 우연과 즉흥성의 힘을 빌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우연도 '머릿속에는 구상이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2015-20>, 2015, porcelain, 100x106x22.5cm
<2015-20>은 지난 10년 사이 중 가장 처음 만든 작품이다. 겉은 단단하지만, 안을 살펴보면, 복잡하게 새가 둥지를 만든 나뭇가지처럼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10년 긴 세월의 시작점인 이 작품을 통해 점점 더 다양하고 다채로워지는 작품 세계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2024-2>, 2024, porcelain, 42.5x72x41.5cm)
입구의 오른쪽을 보면 바로 보이는 건 <2024-2>이다. 작가가 최근에 만든 작품임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여 제작하였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속에는 매듭이 지어져 있는데, 여러 개의 흙을 줄 단위로 꼬아 매듬새를 만들었다. 작가는 매듭과 같은 도전을 통해 “앞으로의 작품 또한 새로운 실험을 통하여 작업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2024-19>, 2024, porcelain, fluorocarbon line, dimensions variable
작가가 흙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중 한 가지가 점토 덩어리를 손으로 주물러서 만드는 얇고 오목한 소형 유닛이다. 이런 소형 유닛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교통사고 이후에 점토 덩어리를 손에 쥐어 반복적으로 오목한 형태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고 트라우마를 잠재울 수 있었다고 하였다. <2024-19>의 작품도 그러한 방법으로 만든 작품이다. 유닛 하나를 빚을 때는 4~5분 정도가 걸리는데, 만들면서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른 한 가지는 코일링(coiling) 기법이다. 점토를 가늘고 길게 말아 끈 모양으로 만든 뒤, 손끝으로 일일이 눌러 긴 가닥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긴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직접 작품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만들 수 있다. <2020-22>도 코일링 기법으로 만들어졌으며, 20여 점의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작가는 이렇게 큰 작품에 대해서 “세로로 작업을 하면 무너져 내리기에 가로로 작업을 한 뒤 세우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설명하였다. 작품에는 두 개의 조각이 대칭을 이루는데, 이 둘의 간격과 조화가 작품의 깊이를 더하며, 마치 칼로 자른 듯한 깔끔함이 느껴진다.

<2022-51>, 2022, porcelain, 109x172x24cm

<2025-10>, 2025, porcelain, 100x106x22.5cm
두 작품은 같은 흙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시간의 퇴적처럼 하나의 유닛들이 쌓인다. 관람객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제일 마지막으로 올라간 유닛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전시 전경
쉬용쉬 작가의 반복적이고 인내 어린 작업은 시간의 층위와 노동의 흔적으로 전시장 곳곳에 남아 있다. 관람자는 그 길을 따라가며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너머 함께 ‘느끼고 숨 쉬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의 여정이 쉬용쉬의 작품마다 고스란히 담겨, 관람자에게도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