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
2025.12.19 – 2026.2.1
교보아트스페이스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 교보아트스페이스는 기획전 ‘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생 작가 박지은, 윤영빈, 정이지가 참여해 신작과 국내 미공개작을 포함한 회화 23점을 선보인다. ‘디지털 시대’라는 말이 다소 익숙해진 지금,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수많은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환경 위에 놓여 있다. 짧은 영상과 밈, SNS 피드 속 장면들처럼 동시대의 시각 경험은 끊임없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손으로 붓을 쥐고 작업을 이어가는 세 작가의 회화를 조명한다. 부제인 ‘하양’은 정체가 형성되는 비어 있는 화면이자, 전시 공간인 화이트 큐브를 동시에 가리키며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와 회화의 관계를 질문한다.

정이지, Winter white, 2025
정이지는 무한 스크롤의 속도에 맞서 느린 회화의 시간을 구축한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장면의 분위기와 감각만을 남긴다. 그의 화면은 현실 재현보다는 감정의 여백이 머무는 스크린에 가깝고, 만화의 한 컷이나 영상의 한 프레임을 떠올리게 한다.

정이지, 조용한 삼중창, 2024

정이지, 하나 그리고 둘, 2025

(좌) 윤영빈, 호들갑을 떤다, 2025 (우) 윤영빈, 누구에게나 두려움은 있다, 2025
윤영빈은 현실 풍경 대신 클립아트, 포토 프레임, 팬시 이미지 등 가볍게 소비되는 시각 요소를 수집해 조합한다. 이를 물성을 지닌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붓질과 물감 자국이 남으며,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적 감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작가는 창작자의 ‘자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미지를 옮기는 전달자로서의 태도를 취한다.

윤영빈, 남은 자리가 여전히 쓰라리다, 2025

윤영빈의 작품들

박지은, 소녀사천왕과 청룡의 해, 2024
박지은은 불교 수호신 사천왕을 2020년대 ‘서울의 소녀’로 재해석한다. 전통 한지와 수묵, 천연 안료를 사용하지만, 화면에는 웹툰이나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감각이 드러난다. ‘소녀 사천왕’은 고정된 신상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체를 바꾸는 아바타처럼 확장된 존재로 읽힌다.

박지은, JOKER, 2025

박지은, Beyond the time, 2025
이번 전시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 속에서도 젊은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의 언어를 새롭게 구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전시정보
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
2025.12.19 - 2026.2.1
교보아트스페이스
작성: 이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