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나우 윤위동 《The Sacred》, 쉬고 나아가는 돌의 흔적

갤러리나우에서 윤위동 작가의 개인전 《The Sacred》가 3월 28일까지 진행된다. 화려한 금속 물체의 반짝임과 덜 정제된 원석의 투박함이 공존하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캔버스 위에 놓인 원석과 돌은 어딘가 이끌리듯 움직이다가 잠시 멈췄을 때 포착된 것처럼 보인다. 각각의 돌이 지나온 궤적도 저마다 다르고, 화면 위에 남긴 흔적의 결도 제각각이었다. 같은 전시장 안인데 작품마다 다른 시간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되직한 모래 위를 지나면서 앞선 자리의 모래들이 쌓이고 쌓여 돌 앞에 뭉쳐 모인 자국은 마치 잠시 쉬어도 된다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완전한 끝이 아닌 일시적 멈춤을 논함으로써,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하는 순간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극사실주의적으로 옮긴 이 멈춤은 단순 재현 이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비바람을 맞고도 자리를 지키는 돌처럼, 사람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조건들을 견뎌내며 살아감을 비유하고 있다. 작가는 그 묵묵함 자체가 존재의 의의가 아닐지 제시한다.

금이나 보석류의 광물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데 아주 긴 시간이 요구된다. 물론 작가가 한 작품에 들이는 시간은 자연물이 만들어지는 시간에 비하면 짧은 찰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한 작품 안에 일시적으로 집중되면서 자연의 시간에 근접한 밀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전시를 보면서 이 작품들이 만약 모두 디지털 작업으로 생성됐다면 같은 감각을 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극사실적인 묘사도, 금속의 광택도, 원석의 질감도 기술적으로는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캔버스 위의 유사 광물은 3D 프린팅으로, 배경 이미지는 디지털 작업 후 고화질 프린팅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캔버스 앞에서 축적해 온 손의 시간, 작가가 쌓아온 밀도가 관람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이 작업이 '시간'을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 작업이 왜 회화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이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