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로 넘어온 웹툰의 파격, 강릉시립미술관 교동 ‘귀귀’ 개인전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동의 언덕 위, 강릉시립미술관 교동이 이번 봄 변신을 시도했다. 한국 컬트 웹툰의 대표작가 '귀귀'(본명 김성환, 1980-)의 회화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귀귀 : 지극히 사적인 그림생활》이 바로 그 것이다. 지난 2월 11일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19일까지 이어지며, 웹툰이라는 대중 매체가 현대 미술의 문법인 '회화'와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에너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릉시립미술관 교동관은 강릉 지역 문화 생태계의 뿌리와 같은 공간이다. 2006년 기존 시립도서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강릉미술관’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2013년 시립미술관으로 승격되며 공공 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2025년 솔올관이 개관함에 따라 현재는 분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위상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약 150~160평 규모의 두 개 층 전시 공간을 갖춘 교동관은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보다는 지역 작가의 발굴, 실험적인 기획전, 그리고 시민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해 왔다. 이번 귀귀 작가의 개인전 역시 이러한 교동관의 '실험적 기획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웹툰 작가를 미술관 제도권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젊은 관람객층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유연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시의 주인공인 작가 귀귀는 2007년 웹툰 〈해피엔딩〉으로 데뷔한 이래 〈야심작 정열맨〉, 〈열혈초등학교〉, 〈전학생은 외계인〉 등 많은 웹툰 작품을 발표하였다. 특유의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허를 찌르는 유머와 풍자로 견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그가 이번에는 모니터가 아닌 캔버스를 선택했다.


귀귀는 2022년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웹툰 외 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바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명 《지극히 사적인 그림생활》이 암시하듯, 이번 전시는 작가가 대중에게 공개해온 웹툰의 이면, 즉 '창작자로서의 일상적 습관'과 '회화적 탐구'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회화 작품 약 40점이 밀도 있게 배치되어, 웹툰 작가가 아닌 '화가 귀귀'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매체 전환의 실험성'에 있다. 귀귀 작가는 기존 웹툰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캐릭터 드로잉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유화 물감을 사용한 정통 회화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유화 특유의 질감과 채색을 더해 평면적인 캐릭터에 입체적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나아가 단순히 캐릭터를 크게 그린 것에 그치지 않고, 만화적 상상력과 회화적 표현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기묘한 미감을 탐색한다. 이는 동시대 미술에서 만화와 회화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귀귀 전시는 이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캐릭터 중심의 벽면 구성과 연속적인 회화 배치를 시도했다.


전시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평일(화~금) 오후 2시와 4시,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시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웹툰 작가의 작업 방식이 어떻게 회화로 전이되었는지,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 특유의 풍자적 코드가 무엇인지를 약 20분에 걸쳐 상세히 풀어낸다.

1층 관람객 체험공간

이번 전시 기획은 단순히 화제성 전시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공공미술관이 '웹툰'이라는 대중문화 장르를 수용한 것은, 예술의 정의가 더욱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