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불꽃으로 영원을 노래하다…가나아트, 조돈영 추모전
- 4월 5일까지 SPACE 97서 《삼사라: Transmigration》 전
- 성냥개비에 투영한 삶과 죽음, 윤회의 미학 50년 망라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성냥개비 화가’로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던 故 조돈영(1939-2023) 작가의 3주기 추모 전시가 열렸다.

삼사라 Transmigration, 1978, Oil on canvas 54 x 65cm 21.3 x 25.6in.
가나아트는 작가 작고 후 첫 개인전인 《삼사라: Transmigration》를 오는 3월 13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SPACE 97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3년 작고 직전의 유작까지, 작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예술적 궤적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계 Relation 1987 Oil on canvas 96.5 x 130cm
서울예고와 홍익대 회화과를 거친 조돈영은 1979년 마흔의 나이에 “체질을 바꾸고 싶다”는 일념으로 도불(渡佛)을 감행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파리 거장들의 작품 앞에서 느낀 전율은 그를 구상 회화에서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 끝에서 만난 운명적 소재가 바로 ‘성냥개비’였다.

횡단 1991
그는 생전 법정스님 등과의 교유를 통해, 스스로를 태워 찰나의 빛을 밝히고 소멸하는 성냥개비에서 인간의 희생과 욕망의 연소(燃燒)를 보았다. 전시명인 ‘삼사라(윤회)’ 역시 세속의 번뇌를 털어내고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성냥개비의 형상으로 치환한 작가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번 전시는 시기별 도상의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질서정연하게 군집을 이룬 80년대 초반 작업부터, 화려한 색채와 자유로운 배치가 돋보이는 90년대를 지나, 형체가 사라지고 그림자만 남은 2000년대 후기작까지 차례로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그의 성냥개비는 단순한 일상물이 아니라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함유한 독특한 상징 체계”라며 “스스로 약동하는 생명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한 바 있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평생 성냥개비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던 작가의 고집스러운 필치와 그 안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관계〉, 〈삼사라〉, 〈횡단〉 등 작가의 대표 연작들이 대거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거장의 예술혼을 기리는 소중한 기회이다.

왼쪽부터 권순철, 이난우, 이호재, 김달진 3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