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Club1 PB센터


백남준과 안토니 가우디가 오늘날 다시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8월 27일 서울 삼성동 하나은행 Club1 PB센터에서 열린 《SHO: Becoming HANA》 VIP 오프닝은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에서 활동한 두 거장의 예술적 유산을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재로 불러오는 자리였다.



전시장 입구


이번 전시는 2026년 백남준 서거 20주년과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세계의 연결 가능성을 상상했던 백남준과 자연의 구조와 질서를 건축 안에 융합했던 가우디를 현대미술가 장승효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이날 행사에는 훌리오 에라이즈 에스파냐(Julio Herráiz España) 주한 스페인 대사도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전시의 의미를 더했다.



훌리오 에라이즈 에스파냐 주한 스페인 대사 축사


전시의 중심에는 조각에서 출발해 사진 콜라주와 설치, 영상, 미디어파사드로 매체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융복합 작가 장승효(b.1971)가 구축해온 ‘SHO’의 세계관이 있다. SHO는 작가 자신의 이름에서 출발하는 동시에 ‘Super Hyper Connected Organism’, 즉 ‘초연결 유기체’를 뜻한다. 백남준은 ‘Nam June SHO’, 가우디는 ‘SHOni Gaudí’라는 메타휴먼으로 등장한다. 전시장에는 이들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백남준의 오리지널 판화, 회화와 리미티드 판화, 예리아이와의 협업 작품, DMAF 선정 신진작가 작업 등 약 250점이 소개됐다.



장승효 작가


장승효는 이날 인사말에서 이번 작업을 단순한 기술적 실험보다 AI 시대를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AI의 등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미래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이를 비관하기보다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백남준처럼 낙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분하고 판단하는 좌뇌적 영역을 AI가 빠르게 대신해가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던 공감과 연결, 즉 우뇌적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을 인간성의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로 보는 셈이다.



전시전경


《SHO: Becoming HANA》는 올해 처음 열린 DMAF 2026(Digital Media Art Festa)​의 흐름 안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DMAF는 ‘백남준, 100년을 상상하다’를 화두로 백남준의 미디어 정신을 AI와 XR, 3D 등 오늘날의 기술환경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하나은행 H.art1을 중심으로 명동과 광화문 일대의 대형 LED와 미디어 공간까지 작품을 확장하고, 신진작가 공모와 기술교육을 병행해 창작과 전시를 하나의 과정으로 묶었다.



백남준 오리지날 판화


하나은행 역시 이날 축사를 통해 역량 있는 신진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고객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시공간과 도심의 미디어 인프라를 실제 작품 발표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점은 DMAF가 기존의 일회성 기업 후원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개막행사 전경


백남준과 가우디 사이에 직접적인 미술사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만남은 역사적 관계를 복원한다기보다 장승효가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두 사람을 다시 배치한 상상에 가깝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전시의 질문도 선명해진다. 백남준에게 텔레비전과 위성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매체였고, 가우디에게 자연은 장식을 위한 소재가 아니라 건축 전체를 조직하는 원리였다.



전시전경


이제 그 자리에 AI가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가일 것이다. 백남준의 판화 옆에 디지털로 재구성된 ‘Nam June SHO’가 나타나고, 100년 전 세상을 떠난 가우디가 메타휴먼으로 움직이며, 그 곁에는 신진작가들의 새로운 화면이 이어진다.


《SHO: Becoming HANA》의 ‘HANA’는 그렇게 서로 다른 시대와 존재가 하나의 장 안에서 연결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기술이 판단과 계산의 영역을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라면, 인간에게 남겨진 질문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에 공감하고, 누구와 연결되며, 그 관계를 통해 어떤 미래를 상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