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 〈적·연〉 연작부터 귀얄 기법 신작까지 선보여… 에세이 출간·해외 진출 구상 발표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전시는 2026년 8월 29일 부터 10월 11일까지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 작가 권순익의 대표 연작인 〈무아(無我)〉와 〈적·연(積·硏)〉을 비롯해 최근 시도한 귀얄 기법 신작까지 한자리에 모아 작가의 조형적 탐구 과정을 조명했다.


전시전경 제공 화이트스톤



전시 제목인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은 대상을 인위적으로 해석하거나 특정한 의미를 덧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뜻했다. 이예리 큐레이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 행사에서 권순익 작가는 '결국 자기 자신이며, 자신을 비출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뜻'이라고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작가는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을 지향하며, 작품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의 독립된 세계가 되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흑연을 바르고 손으로 반복해서 문지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가톨릭의 '나다(nada)' 사상과 맞닿아 있다. '나다'는 '아무것도 없음' 또는 '비움'을 뜻하는 말로, 내 생각이나 욕심을 비워낼 때 비로소 더 큰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가는 점을 찍고 흑연을 문지르는 반복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다.

권순익 작가 제공 화이트스톤


2010년대 초 구상 회화에서 추상 회화로 전환한 권 작가는 〈무아〉 연작에서 도자기에 문양을 찍는 인화(印花) 기법을 활용해 수많은 점을 찍어 나갔다. 이어진 〈적·연〉 연작에서는 '쌓고(積) 문지른다(硏)'는 뜻처럼 자연의 순환 원리를 화면에 담았다. 음과 양이 순환하는 태극 구조에서 착안해 면과 면이 만나는 조형을 만들었으며, 한국 전통 단청에서 가져온 '중간색'을 써서 색채의 조화를 이뤘다. 면 사이에 만든 '틈'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살아있는 시간을 나타냈다.


최근 신작에서는 도자기에 흙물이나 유약을 바를 때 쓰는 넓은 붓인 '귀얄'을 사용한 기법을 도입했다. 작가는 귀얄 붓질을 통해 화면에 재료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여백을 더했다.

전시전경 제공 화이트스톤갤러리


행사에서는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 출간 기념회도 함께 열렸다. 행사를 기획한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은 '관객이 작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작가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100개의 문장과 100점의 작품을 엮었다'며 작가의 세계 무대 진출을 응원했다.

김달진, 시라이시 유키오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


시라이시 유키오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은 축사에서 '권 작가는 한국에서 김환기 다음으로 애정하는 작가'라며 베이징 신규 공간 개관과 브릭스(BRICS) 주요국 중심의 해외 전시 확장 계획을 밝혔다. 시라이시 회장은 '정치와 경제가 멈추더라도 예술은 사람을 연결한다'며 현대미술 사업과 주얼리 브랜드를 아우르는 경영 구상 및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배경을 알렸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권순익 작가는 세종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30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의 작품은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MAC), 스페인 코스모 아트 갤러리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