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8일부터 아트스페이스3에서 이피 작가의 개인전 《-3과 2분의 1차 세계대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피는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자신의 몸 안팎에 존재하는 타자들의 신체를 탐구한다. 2025년에는 미국 현대미술재단의 도로시아 태닝상을 수상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피, 〈내 몸의 전세계〉, 2026, Mixed Media, 200 x 200 x 200 cm.


이번 전시는 전쟁을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나 국가 간의 충돌로 바라보기보다 전쟁에 휩쓸린 개개인에 주목한다. 작가는 직접 전쟁을 수행하는 당사자가 아닌,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이를 잃으며 폭력에 휘말린 사람들의 경험을 '마이너스 전쟁'이라 명명한다. 전시 제목의 '-3과 2분의 1'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이 마이너스 전쟁의 피해자들을 가리키는 작가만의 언어다.


이피, 〈출토된 할머니의 다정한 영혼과 순장된 새들〉, 2020, Mixed Media, Variable Dimensions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침대에 누운 할머니의 조각으로,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모습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대형 현수막 설치, 조각, 회화 작품들이 전시된다.


(좌) 이피, 〈20221107〉, 2026, Digital Print on Banner Fabric, 260 x 330 cm.
(우) 이피,〈20240228〉, 2026, Digital Print on Banner Fabric, 260 x 330 cm.


작가가 직접 창제한 문자로 제작된 대형 현수막들이 전시장 곳곳을 채운다. 이 문자는 신체의 일부를 변형해 만든 것이다. 전시장 뒤편에는 각 문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설명을 작게 붙여놓아 관람객이 먼저 직접 해독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피 작가의 불화 작품들


현수막 밖에 별도로 전시된 회화 작품들은 고려 불화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고려 불화를 공부하여 작업으로 풀어냈다. 금분과 짙은 검정색을 하나하나 입혀 진한 색을 내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의 에스키스와 일기를 연상하는 드로잉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피 작가의 드로잉 일부


이피 작가는 무엇을 그릴지 계획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기처럼 드로잉을 이어오다가, 그 안에서 크게 옮겨야겠다 싶은 내용을 발견하면 대형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피, 〈보고싶지 않으나 보게 될〉, 2026, Mixed Media, 143 x 30 x 84 cm.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의 어머니가 쓴 시를 벽에 뜯어 붙인 작업이 놓여 있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어떤 장면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지점이다.

작가는 폭력이 은폐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만의 문자를 창제하고 새로운 생명종을 만들었다. 이는 기존의 언어로 말해질 수 없었던 것들을 발화하려는 시도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결국 나의 몸, 나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현수막과 조각,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전하는 이번 전시는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내면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