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이 15일 1관과 2관에서 노정란 회고전 《색과 함께 춤을: 색으로부터 색을 넘어》와 배종헌 개인전 《불면제색 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의 막을 올렸다.
1관의 노정란(b. 1948) 회고전은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6년 최근작까지 50여 년에 걸친 회화 세계를 조망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노정란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1970년대 첫 여성그룹이었던 표현그룹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년이 넘게 활발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1975년 미국 유학 중 색면회화와 미니멀리즘을 접했지만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한국의 자연과 전통 색에 대한 기억, 삶의 감정을 더해 독자적인 색채 추상을 일궈왔다. 작가에게 색은 조형 요소를 넘어 자연과 삶을 받아들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다.


전시는 색과 신체가 만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1980년대 후반 〈황금분할〉과 〈색놀이〉 연작으로 색의 관계를 탐구한 작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붓 대신 빗자루로 물감을 쓸고 닦았고, 최근에는 캔버스를 바닥에 펼치고 물감을 직접 밟으며 작업한다. 2008년작 〈색놀이-쓸기 #55〉에서 보듯 빗자루가 지나간 방향과 움직임이 그대로 남은 화면은 쓸기의 결, 세월의 결을 기록한다. 작가가 ‘색농사’라 부르는 이 행위 속에서 쓸고, 닦고, 밟은 시간은 화면에 흔적으로 남고 캔버스는 기억과 감정이 쌓이는 ‘색의 장소’가 된다.
〈진달래와 분꽃 이야기〉(1972), 〈우연히 만난 길 #2〉(1990)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 소장작도 만날 수 있다.

2관의 배종헌(b. 1969) 개인전은 “우리 시대의 인왕제색도는 어떤 회화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벽의 얼룩과 균열처럼 무심히 지나치는 흔적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해왔다. 2019년 《미장제색》에서 산수와 본격적으로 만난 작가에게 콘크리트 벽의 얼룩은 산이 되고 균열은 계곡이 된다. 이번에는 이 시선을 ‘잠들지 못하는 밤’으로 옮겼다. 비가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의 빛을 뜻하는 ‘제색’처럼, 모두가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바라보면 익숙한 현실 아래 다른 풍경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노정란이 색으로 반세기를 쌓아 올린 1관과 배종헌이 걷어냄으로써 풍경을 길어 올린 2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는 일’을 묻는다. 한국 추상회화의 또 다른 궤적과 동시대 산수의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기간: 2026.10.16.-11.28
관람료: 성인 7000원, 통합권 1만원
월요일 휴관
작성: 한지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