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1948 - )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대표적인 '노마드(유목민) 작가'로 꼽히는 김주영은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전 세계의 역사적 상흔과 소외된 존재들을 몸소 찾아가는 거침없는 유목적 실천을 이어온 예술가다. 1948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0년대 검정 단색화 중심의 모던 추상 회화로 화단에 입문하였으며, 이후 1986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후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하는 등 교육자로서도 꾸준히 활동했다.
2019 청주시립미술관
하지만 그의 예술적 본질은 일상의 정주에 안주하지 않고 길 위로 나서는 유목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노마드 프로젝트'를 통해 네팔과 인도의 <부적의 불꽃>, 몽골의 <이름 없는 깃발들>, DMZ 횡단 프로젝트 <노동당사, 이름 없는 영혼들이여...>,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유랑길, 티베트,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스위스 티치노에 등 세계 각지의 오지와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누볐다. 그곳에서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대형 설치 작업은 물론 저술 활동까지 매체를 넘나드는 총체적 예술을 펼쳐 보이며 삶의 상처를 보듬는 제의적 서사를 구축해 왔다. 2019년 청주시립미술관 2인전, 2022년 부산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등에 출품했고 2021년 제6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다. 2026년 3월 아트인컬처에 김주영의 노마디즘10쪽 에세이가 수록되었다.
2026 환기미술관
2026 환기미술관
이러한 김주영의 유목적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바로 환기재단과의 인연이다. 1982년 환기재단 미술 공모전 출품을 인연으로, 1987년 파리 김환기 화백 유작전에서 환기재단 설립자인 김향안 여사를 만난 그는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예술적 스펙트럼을 더욱 넓힐 수 있었고, 2026년 환기미술관에서는 그의 반세기 예술 궤적을 조망하는 환기재단 작가전 《김주영, 창 저편》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환기미술관 전시는 작가가 청년 시절 닫힌 한옥 창살 틈새로 미지의 세계를 열망하던 1980년대 <저편의 환상> 연작부터, 파리 유학 시절의 10미터 규모 대형 회화 설치, 그리고 길 위에서 수집한 사유의 파편들과 반려견 철수 및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최근의 대작까지 집대성하여 선보인다. 이처럼 평생을 길 위에서 획득한 오감과 신체적 감각으로 '창'이라는 매개를 직조해 온 김주영은 경계를 넘어 마침내 도달한 마음속 유토피아와 생명의 온기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서정과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김주영 작가와 필자 김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