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세인 이정란 초대전 – 몸의 기록, 평온을 찾아가는시간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이정란 작가는 1998년 첫 개인전[위생도기- 내겐 너무 예쁜 당신] 부터2014년까지는 설치, 조각 등 입체적인 작업을 개념미술에 가까운 형태로 발표했었다. 2015년 이후에는 평면 작업을 본격 발표하면서 심상을 드러내거나 자동기술법에 의한 무의식적 몸과 마음의 흔적을시각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가가 이번 초대전에 발표하는 주제는 <“안녕, 셀마”-반복의 감각으로 평온을 연습하는 시간>이다. 전시 취지 글 “인간의신체성에 기반한 세계와의 근원적 경험을 탐구한다.”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반복적 행위와 감각적 경험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며 평온을 되찾는 과정을 제안하고 싶다”라는의도였다.
전시 확정 후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가의 생각이 조형화하는과정, 그리고 작가가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에 살아가는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첫 시작은 이미 발표했던 작품 [바람없는안나푸르나] (2022)이다. 작가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시기에 안나푸르나를 걸었다. 온 몸으로 바람, 공기 등을마주했었다. 차곡차곡 채워졌던 슬픔은 그 후 PVC보드에의료기기를 이용, 자 없이 선 긋기를 시작했다. 마치 구도자처럼마음을 비우는 방식이 선 긋기를 통해 회화로 쌓아져 갔다.
첫 발표가 내 • 외부의속도 차이를 단순하고 규칙적인 방식으로 시작한 <깊은 심심한>시리즈, 두 번째는 삶이 무너지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질문하는 <온난한시간> 시리즈, 그리고 이번에 전시될 <지금은 이렇고 그때도 그랬다>시리즈이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에 발표한 시리즈가 몇 점 포함된다.
현재 평면 작업들은 “몸이 중력과 주변의 비소유적 세계 속에서 어떻게살아가는가?”를 작가 스스로 질문하며 다져진 것들이다. 인터뷰가진행될수록 작가의 작업 근원이 일상에서부터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배우고 있는 요가, 몸을 사용하고 마음을 단련하는 긴 시간 속에서 수 많은 선이 그어진다. 다른방식으로는 공기, 바람, 비, 물, 거리의 소리, 그늘, 햇볕, 중력 등을 온 몸으로 체감한다. 이를 비소유적 세계를 향유하는 감각으로 선을 긋는다.
이번 전시의 주축이 되는 작품은 캔버스와 아크릴 보드 위에 혼합매체로 그려진<은빛양>시리즈와 <Swing-by>시리즈이다. 서정적인 풍경과 비소유적 세계가 강약으로 담겨있다. 세로의 선 긋기에서는 햇볕, 비,눈 등 자연 현상과 더불어 도시, 거리의 소리가 어울러져 역동적이다. 반면 수평의 선에서는 지평선, 수평선, 바다 등을 색에 따라 사계절, 시간성을 다양하게 유추해볼 수 있다. 더불어 내면으로 들여다보면 마음의 평화, 고요 등이 침전된 선이다.
작가는 소유의 세계 비소유적 세계를 넘나들며 오롯이 선을 긋는다. 이행위는 다층의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내는 과정이다. 선을 그으며 무아지경에 몇 시간을 몰입하는 마음은염원하는 마음으로 치환된다. 이러한 마음은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지 않을까. 복잡한 마음이 있거나 마음의 평화를 지속하고 싶다면 작품 앞에서 나만의 선 긋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