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쇠붙이에 영혼을 불어넣다.

“유연성과 표현성이죠. 선생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선생님의 작품 중 어디서도 수평, 수직을 나타내는 직선은 찾아볼 수 없죠. 용접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남겨뒀죠. 제아무리 강한 쇠붙이나 차가운 돌이라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너무나도 인간적이게 되죠. 마치 쇠붙이에 영혼을 불어넣은 것처럼...” 한국추상조각의 선구자 송영수의 제자 강희덕 고려대 명예교수는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조각사의 대표작가들을 재조명하는 전시의 일환으로 12월 26일(일)까지 송영수展을 개최한다. 지난 12일 소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그의 미망인인 사공정숙 고려대 명예교수, 생전에 친구이자 동료였던 최의순 서울대 명예교수, 제자 강희덕 고려대 명예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어 이추영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따라 전시장 투어가 이어졌다.

이지호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27세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로 선정된 송영수의 탁월한 독창성과 조형성을 보여주는 용접조각의 세계를 심도있게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라고 말했다.



송영수(宋榮洙, 1930-1970)는 해방과 전쟁의 혼란기를 거친 후 국내 미술대학 1세대 조각가이다. 해방 이후 1950년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한 송영수는 한국추상조각의 개척자였던 김종영(1915-1982)의 영향아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갔다.

그는 1950년대 말 그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용접 조각을 시도했다. 철조각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전후 1950년대 중엽 이후부터였다. 이후 1960년대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용접 철조 조각을 완성했다.

당시만 해도 인체조각 중심의 아카데믹한 국내 미술대학 교육에서 그의 시도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탁월한 독창성과 조형성으로 추상 철조각의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 송영수의 작고 40주기를 기념해 철조조각, 드로잉 등 8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의 기법과 표현, 주제에 따라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이다. 그 첫 번째 공간에는 송영수의 종교적 신념과 예술가의 창조적 기량이 결합된 대표작들로 선보인다. 특히 동 용접으로 제작된 <십자고상>과 <순교자>(1967)가 바로 그것이다.

이어 1950년대 중반 국전에 출품했던 <가족>(1954) 등의 인체상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용접 조각을 전시했다. 국전에서 연속 4회로 특선을 수상하며 1957년에 최연소 추천작가로 선정됐다. 당시 출품했던 <부재의 나무>와 <효(嘵)>는 최초의 용접조각이다. 이후 이러한 새로운 경향을 추상 조각이라고 평가고 있다. 더욱이 <생의 형태>(1967)와 <대립>, <새>(1969) 등은 기법적으로 표현의 완성도가 절정에 이른 대표작들이다.

마지막으로 작고한 해인 1969년 새롭게 시도했던 테라코타 작품과 각종 작가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특히 살아생전 작가가 그린 99권의 드로잉 북이 공개된다. 미망인 사공정숙 여사의 증언에 따르면 생전에 항상 호주머니에 드로잉을 북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어느날은 너무나도 맘에 드는 드로잉이라며 나에게 아이처럼 자랑하기도 했다며 그를 회상했다. 이추영 학예사는 “드로잉 북은 작가의 아이디어가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에서 귀중한 연구 자료”라고 덧붙였다.

전시기간 중 10월 23일에는 미망인 사공정숙 여사의 ‘송영수 작가 회고’, 11월 5일에는 미술사가 김이순의 ‘한국조각사와 송영수 작가론’ 강연회 등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설명회는 평일 오후 2시와 4시(주말 6시 추가)에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 3,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