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눈길, 귀엣말
2021.6.10-7.11
스페이스 소

작가와 관람자가 서로 숨바꼭질을 하면 어떨까. 그러한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스페이스 소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숨바꼭질을 시작으로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며 숨바꼭질을 하듯 숨겨진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숨바꼭질”은 작품 속 언어와 언어를 이루는 것- 흔적, 이미지, 인상, 태도- 등을 찾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부제인 “눈길”과 “귀엣말”은 감상할 때 눈과 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점을 반영한다. “눈길”은 예민한 감각을 건드리는 추상회화, 다양한 위치와 각도로 설치된 콜라주 오브제, 드로잉을 통해 눈이 쫓아가는 길을 의미하며 “귀엣말”은 사운드 설치와 영상이 중첩되며 관객의 귀로 언어적 실마리가 전달되는 점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전시는 작가와 관람자의 교감이 잘 드러나는 전시였다. 전시는 느린 템포의 숨바꼭질을 보여준다. 천천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오래전 이야기, 장면, 주변의 풍경, 너의 삶 그리고 작품 속에 스며든 그들의 언어를 곳곳에 숨겨놓았다.
이제 부제인 “눈길”과 “귀엣말”을 상징하는 이준용 작가, 안유리 작가의 작품에 집중하며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상징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준용, 단지 눈물이 짭쪼름헤서, 2020, pencil on paper, 42x29.7cm [“눈길”]
이준용은 왜 모든 사람이 동등한 슬픔이 부여되지 않는지, 왜 사랑하는 것들은 항상 가난한지, 왜 불행은 곳곳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출발으로 주변의 풍경과 일상을, 슬픔과 사랑이 어긋난 부분을, 그들의 사적인 불행을 기록한다. 그의 드로잉은 이미지와 글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울고 있는 한 인물과 그 눈물을 먹는 반려견이 등장한다. 그런데 관람자는 처음에 ‘나’라는 대상에 자신을 빗대어 인물의 슬픔을 연상하지만, 하단에 살짝 지워진 채 쓰인 “단지 눈물이 짭쪼름해서”를 보며 반려견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즉, 이렇게 두 번 혹은 그 이상의 간극이 드로잉 내에서 발생한다. 이미지와 글 사이의 간극은 관람자가 자신의 자아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관람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계속해서 질문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안유리, 유동하는 땅, 떠다니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 2014, single channel video LED monitor (40”), 00:06:54(loop)
[“귀엣말”]
안유리는 사라진 것과 떠나는 것, 그리고 남은 것을 눈 여겨 보며 모국이 아닌 곳에서의 그들과 유랑하고 고립된 그들의 ‘말’과 ‘글’을 위한 자리를 잠시 이곳에 표착시킨다. 작품은 소설 “하멜표류기”의 주인공이 항해를 시작한 곳 ‘테셀’에서 그가 떠나온 ‘제주’를 향해 혹은 ‘제주’에서 ‘테셀’을 향해 모국어와 외국어가 중첩되어 말을 건넨다. 오디오를 활용한 작품이었던 만큼 바닷물이 갈라지는 소리, 작가 독백 등이 섞여 있어 관람자로 하여금 감흥을 일으킨다. 관람자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 집중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승주 rami1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