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호 : Ripple

2021.8.5-8.29

가나아트센터




전시장 입구


온통 푸른빛을 띠는 물결의 향연이다. 기온이 30도 아래로 도통 내려오지 않는 무더운 날씨의 8월의 오늘, 더위를 싹 가시게 할 청량감 충만한 전시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잔물결을 의미하는 전시의 제목과 <Ripple> 연작은 박철호 작가가 깊이 지녀온 물결과 빛에 대한 인식의 결과물로 그는 특유의 감성적 시선으로 인간과 자연의 순환 세계를 마주한다. 그가 만들어낸 일렁이는 물결 속에서 그의 배는 삶과 죽음을 잇는 항해의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신속하게 박철호의 배에 올라타 오롯이 일렁이는 자연의 감각을 누리는 것뿐이다.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박철호 작가는 자연의 요소들이 만든 공간 속에서 자연의 존재가치를 탐구하는 데에 몰두해왔다. 깊은 고뇌와 사유 속 마침내 그가 내린 답은 자연은 비움의 철학을 담고 우리의 삶은 자연의 일부로서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작품세계 속 추상적인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면 위의 물결과 물결 사이의 빛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동등하게 순환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보는 위치에 따라 그 결을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를 두며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 요소를 강조함에 따라 보는 이에게 더욱 신선한 화풍을 제시한다.




(중앙) Ripple 2130, 2021, Acrylic on canvas, 130x110cm



전시장 전경


그의 유년 시절, 생명력을 가진 물체들을 벗 삼아 자연에서 뛰어놀던 기억은 현재의 작업을 구성하는 윤택한 거름이 되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들과 물결에 반사된 자연의 빛 등은 박철호가 가진 자연에 대한 세계관을 더욱 확장하는 데에 충분한 동력으로 작용했고 비로소 박철호만의 조형 언어로 푸르른 열매를 맺었다.



(우) Ripple 2023, 2021, Acrylic on canvas, 162x130cm



전시장 전경


박철호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대자연은 인간과 닮은 자연의 모습이었다. 그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인간들이 겪는 절망과 희망의 반복적인 순간들이 모인 과정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겼다. 그는 자연의 흐름, 공간, 빛, 바람 등을 실험적인 관점으로 담아내어 여전히 비움의 문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있다. 온전히 다 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의 작품에 완전함이 생성된다고 그는 믿었다.



Ripple 2041, 2020, Acrylic on canvas, 162x130cm


자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이 있고 그러한 결을 이루는 선들은 형태를 이루어 공간을 만든다. 우리는 자연 안에서 그저 하나의 선에 불과하며 우리는 모두 자연 속에 존재한다. 생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과 생명이 겪는 절망과 희망의 반복은 자연과 인간이 완전한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과도 같다. 박철호 작가가 유념하는 대자연은 바로 우리의 삶을 본뜬 자연이며 푸른 캔버스 위에서 일렁이는 물결과 반짝이는 빛으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 가치를 확인시키고 있다. 그의 실험적인 정신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은 싱그러운 대자연으로 재탄생하였고 그것은 우리를 향해 잔잔한 물결을 친다. 일렁이는 잔물결을 따라 푸른 대자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