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먼저
2021.8.18-11.7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장 입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8월 17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가량 《바람보다 먼저》 언론 공개회가 열렸다. 《바람보다 먼저》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수원을 비롯한 경기,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던 사회 참여적 미술운동의 양상을 조망하는 전시로, 총 41인(팀)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189점의 작품과 2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된다. 전시는 8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개최된다.

간략한 환영사를 하는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수원시립미술관 김진엽 관장의 짧은 인사말과 함께, 신은영 학예연구사는 전시제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바람보다 먼저》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시인 김수영의 1968년 작 ‘풀’에서 차용하였다. 유연하고 강인한 ‘풀’은 ‘바람’같은 고난에도 뿌리 뽑히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는 곧 고난과 시련을 능동적으로 타개해왔던 들풀과도 같은 우리 민중의 주체성을 집약하고 있음을 밝힌다.

(왼쪽부터) 신은영 학예연구사|이주영 작가|이오연 작가|신경숙 작가
이번 전시의 언론 공개회에는 41인(팀)의 참여 작가들 중 이주영 작가, 이오연 작가, 신경숙 작가가 자리를 함께하였다. 《바람보다 먼저》는 1부 ‘포인트 수원’과 2부 ‘역사가 된 사람들’로 나뉘며 1부에서는 수원 민중미술의 그룹과 작가들을 집중조명하고, 2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했던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포괄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이에 덧붙여 신은영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1980년대로부터 우리나라 미술의 큰 줄기를 형성하였던 민중미술의 갈래들을 폭넓게 살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전시장으로 이동하기 전, 질의 응답 시간이 이뤄졌다.
Q. 서울 중심적 문화에 대해 지역사회로서 가지는 책임감과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은?
A. 時點·視點(시점·시점)의 아카이브 전시를 기획하던 시점부터 고민하던 문제였다.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사, 대전시립미술관의 김주원 학예사, 경남도립미술관의 김재환 학예사 등이 함께 기획에 참여하며 각 지역에 펼쳐졌던 미술사에 대해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큰 지도를 만드는 곳이라면 경기도미술관은 산등줄기를 만드는 곳이고, 수원시립미술관은 좀 더 자세한 산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의 수원시립미술관은 비교적 축약된 기획이 이루어졌지만 이번 《바람보다 먼저》는 기존보다 더욱 확대한 전시로서 훨씬 더 많은 연구와 작품을 출품하였다. 노동미술연구소의 아카이브 경우,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다뤄지며 최춘일 작가와 같은 수원의 핵심 인물을 다루는 등 이번 전시를 통해 수원미술사를 기존보다 제대로 확립하는 것에 노력을 기했다.
전시의 상세한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포인트 수원’
1-1. 하나의 점, 시대를 꿰뚫다
1-2. 새벽이 오는 소리
1-3. 수원 소집단 아카이브
2부 ‘역사가 된 사람들’
2-1. 봄은 오는가
2-2.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2-3. 역사의 초상
2-4. 분단, 그리고 해방 아리랑
2-5. Zoom in 지역의 민중미술
1부에는 권용택, 박찬응, 손문상, 신경숙, 이억배, 이오연, 이윤엽, 이주영, 임종길, 최춘일, 황호경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활동하며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수원미술의 실천적 동기를 마련했던 POINT(포인트), 時點·視點(시점·시점), 목판모임 ‘판’, 수원문화운동연합, 미술동인 ‘새벽’, 노동미술연구소 6개의 소집단 아카이브 약 15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으로 이동해 간담회가 이어졌다. 1부 포인트 수원 ‘하나의 점, 시대를 꿰뚫다’ 섹션이다. 이 섹션에서는 최춘일, 이억배, 박찬응 작가의 작업이 선보인다.

신은영 학예연구사는 수원 민중미술의 핵심 인물 최춘일 작가의 작품 앞에 서있다. 최춘일 작가는 1979년 POINT(포인트)를 결성한 주요 인물로 이후의 여러 소집단 활동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맡는다. 그는 인간과 대지의 관계를 주목하여 생태와 환경에 관한 감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새벽이 오는 소리’ 섹션으로 이동했다.
권용택, 손문상, 신경숙, 이오연, 이주영, 황호경, 이윤엽, 임종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들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 시기 사회운동과 결합된 민중미술을 이끈 인물들로, 노동미술, 생활미술, 현장미술 등 공동의 문예실천이나 미술의 사회적 활동에 초점을 두고 이후 지역의 미학적 실천을 고민하였다.

신경숙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과 활동을 설명하는 중이다.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에 참여하며 수원에서 노동미술연구소 창립에 가담하였다. 한일전장, 동성섬유, 아주파이프 등 인근의 노동 현장 노동조합원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파업을 지원하였다.

신경숙, <파업장에 아이들 번지점프를 하다>, 1993 (2021년 재제작), 유채, 116x140cm | 출처:수원시립미술관

이주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모습이다.
그는 수원지역 소집단 형성 초기부터 창립에 가담한 인물로, 도시와 집, 그리고 사람에 관한 주제에 주목한다. 도시 재개발에 따른 변화, 소외되는 이웃들의 흔적 등 공동체의 생성과 소멸에 주목하며 현재의 삶에 대한 미시적 질문을 던진다. 먹먹한 현실을 전하며 그 안에서 발견하는 삶의 희망을 그린다.

(상) 이주영, <안된다>, 1989, 캔버스에 유채, 90x116cm (하) 이주영, <신대방동 아이>, 1988, 캔버스에 유채, 64x52cm

이오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설명 중이다.
이오연 작가도 수원 지역 소집단에서 활동하며 현재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 형성, 지역 유휴지대를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거나 마을과 골목의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오연, <광주 이야기>, 1990년 추정, 패널에 아크릴, 59x71.5cm | 출처:수원시립미술관
2부 역사가 된 사람들 ‘봄은 오는가’ 섹션으로 이동했다.

윤석남, <봄은 오는가>, 1985, 종이에 연필, 205x500cm
2부 ‘역사가 된 사람들’은 이응노, 윤석남 등 총 30명의 참여 작가와 그룹으로 구성된다. 1980년 광주 항쟁은 민족의 집단적 이념을 길거리 그림들로 등장시켰다. 민중에게 빠른 속도로 전달하기 위한 선전 이미지들로서 현장에서 급히 제작한 목판화, 고무판화, 걸개그림, 벽화 등이 주가 되었다. 전방위 활동 작가들의 사회적 실천의 현장을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중앙화단 중심으로 쓰여 왔던 미술 담론을 지역미술 의제로 화장시켜 경기, 인천, 대구, 광주, 부산 등지의 지역작가와 더불어 MMCA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천광호, <보도지침>, 1984, 면천에 유화, 145.5x112.1cm

이응노, <군상>, 1986, 종이에 수묵, 211x27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신학철, <한국근대사-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1989, 캔버스에 유채, 200x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섹션에 들어섰다.
이 섹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 여성, 사회적 약자 등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억압된 상황 하에서도 현실을 직시하여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 의지를 표출한다. 신학철의 <한국근대사-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한국 근대사의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아래에서 위로 향하게 하여 제작되었다. 이는 곧 우리 민족의 저력과 역사적 대세에 대한 낙관성을 명시하는 통일과 화합의 이미지로 드리워진다.

‘역사의 초상’ 섹션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이름 없는 사람들을 그려냈다.
그들은 역사의 그늘에 갇혀 있기도 했고, 스스로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스스럼없이 걸어들어 가기도 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동맹의식만큼은 투철하고 맹렬했던 그들을 역사의 초상으로 남겨 되새기고 소외된 이들의 마음과 의식을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분단, 그리고 해방 아리랑’ 섹션에 들어선다.
사회적 실천, 참여를 다루었던 움직임에서는 한민족이 처한 슬픔과 고통의 맥락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한 염원을 주제로 삼았다. 천광호의 <분단>, 전정호의 <해방아리랑>을 비롯하여 강요배 <꽃과 무기>, 김봉준의 <초혼도> 등으로 구성되었다.

‘Zoom in 지역의 민중미술’ 섹션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취지에 상응할 수 있도록 인천, 경기, 광주, 부산, 제주에서 발생했던 지역의 민중미술 단체를 소개한다. 현대미술상황회, 부산미술운동연구소, 제주동인 보롬 코지 등의 단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간 서울과 광주 중심으로 쓰던 민중미술 담론을 여러 지역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데에 주목할 만한 시도로 여겨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매일같이 최루탄 맞으며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수원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의 사회참여적 미술이 지닌 다원성을 복원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민중의 목소리와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이는 바이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은 국립현대미술관(MMCA)―수원시립미술관(SUMA) 협력기획전 《바람보다 먼저》는 8월 18일(수)부터 11월 7일(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